의사 없어 또 죽었다...응급실 7곳 찾아 헤매던 80대 심정지 환자 끝내 사망

박영숙 / 기사승인 : 2024-02-26 16: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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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앰블런스 이미지. /생성형AI

 

[한스타=박영숙 기자] 얼마나 더 죽어야 전공의들이 돌아올까.

 

전공의 병원 이탈 사태에 구급대 지연 이송이 늘어나는 가운데, 대전에서 주말새 응급실 '전화 뺑뺑이'를 겪던 80대 심정지 환자가 결국 사망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9일 서울 연세대학교 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말기암 환자 A 씨가 '터미널 케어'(말기 환자를 관리하는 임종 케어)를 위한 협진을 요청하던 도중 숨진 이후 두번째 사망자다.

 

부산에서는 타 지역으로 넘어가느라 병원 이송에만 2시간이 걸린 사례도 있었다.

 

지난 23일 낮 12시쯤 의식 장애를 겪던 대전 거주 80대 A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갔으나 전화로 진료 가능한 응급실을 확인하다 53분 만에 대전의 한 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에 도착한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병원 7곳이 병상 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치료 불가 등 사유로 수용 불가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로 인한 구급대 지연 이송 건수는 23건이었다. 주말 사이에만 18건의 지연 이송이 발생했다.

 

지난 23일 오전 10시쯤에는 50대 남성이 의식 저하와 마비 증세로 구급차에 실려 왔으나, 중환자실·의료진 부재 등을 이유로 병원 6곳에서 거부당해 53분 만에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같은 날 오전 1시쯤에는 40대 남성이 경련을 일으켜 119에 신고했으나, 의료진 파업 등 사유로 병원 8곳으로부터 수용 불가를 통보받은 뒤 37분 만에 한 대학병원에 이송됐다.

 

부산에서는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타 시도로 이송된 사례가 6건 발생했다. 지역별로 경남 창원 1건, 김해 1건, 진주 1건, 울산 2건, 양산부산대병원 1건이며, 이중 이송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경우는 2시간가량이다.

 

26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구급 차량의 응급환자 병원 이송이 지연된 사례는 42건이다.

 

각 지자체는 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비상 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있다.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소방·의료 관계자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소방 당국은 의료 현장의 혼란을 고려해 비응급 상황 시 119 신고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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