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보고 놀란 시민들 얼굴, 표정 잊을 수 없다" 국회 투입된 한 계엄군의 고백

이영희 / 기사승인 : 2024-12-06 09: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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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무장 계엄군이 국회를 철수하고 있다. 이날 작전에 투입된 일부 장병은 5일 본지 인터뷰에서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로 한 작전이었다는 사실을 현장에 투입되고서야 알았다"며 "국민들께 죄송하고, 군인으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이미지.
 

 

[한스타= 이영희 기자] "특수임무 목표가 국회라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지난 3일 밤 국회에 진입한 특전사 대원들이 대북 작전인 줄 알고 투입됐다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며 당시 상황을 밝혔다.

 

지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 투입된 특전사들이 헬기에 탑승한 뒤에도 실제 어떤 작전에 투입되는지 정확한 임무를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소식은 6일 조선일보를 통해 전해졌다.

 

매체에 따르면 특전사 대원들은 3일 밤 부대에 "북한 관련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당장 출동할 수 있으니 총기를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을 뿐 정확한 임무 내용 파악은커녕 국회 구조도 파악하지 못한 채 착륙해야 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특수항공단이 실제 작전 중'이라는 이야기를 동료에게 들었으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 특전사 대원은 버스에 탈 때까지도 도착지를 몰랐는데 내리고 보니 국회였다며 "상부에 배신감이 들었다"라고도 했다.

 

한 1공수여단 대원은 "국민들께 너무 죄송하고 저희를 보고 놀란 시민들의 얼굴과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라며 "정치적인 판단으로 우리를 국회에 떨어뜨려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국회 구조를 전혀 모르는데 실제 전쟁 상황이었으면 우리는 다 죽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작전 투입 전 "카트리지(탄알집, 탄약통)를 정리하고 출동 준비를 했다"는 한 특전사 대원 A씨는 헬기 탑승 직전 "서울 국회로 간다"는 명령을 듣고 당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작전 투입 전 목표물이 있는 건물 구조 등 지형 분석도 못 하고 착륙해 "어이가 없었다"라고 했다.

 

그는 "국회에 진입하고 한참 뒤에도 구체적인 명령은 내려오지 않았다"라며 뒤늦게 상부에서 '국회의원을 다 끌어내라'는 지시가 내려와 마지못해 유리창을 깨고 본청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계엄 사태 후 의문을 자아낸 특전사 대원들의 민첩하지 못한 작전 태도에 관해서는 "명령이라 일단 따랐지만 무장하지도 않은 민간인을 상대로 707이 이사카(샷건)까지 들고 쳐들어가는 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당시 계엄군의 국회 진입 영상이 퍼진 뒤 일각에서는 특전사들의 어설픈 듯한 작전 수행 모습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이와 관련해 일부 네티즌들은 특전사들 또한 시민들과 유혈 사태를 만들고 싶지 않아 일부러 소극적으로 작전에 임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A씨는 "마음만 먹었으면 10~15분 내 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일부러 뛰지도 않고 걸어 다녔다"라고 말했다.

 

다른 특전사 B씨는 계엄군 실탄 소지 의혹에 관해 "실탄은 안 가져갔고 훈련용 비살상탄(UTM)을 휴대했다"라고도 했다. 그는 "살상력은 없고 맞으면 꽤 아픈 정도의 연습용 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 4일 특전사 대원들이 받은 문자를 공개하며 "군 지휘부가 북한 관련 상황에 투입되는 것처럼 일선 대원들을 기만했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문자에는 군 지휘부가 '북한 관련 상황이 심각하다, 당장 출동해야 할 수도 있다', '국방부 장관께서 상황 발생하면 707을 부른다고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 군사 전문가는 이날 상황에 대해 "군대는 유일하고 합법적인 폭력 기관"이라며 "대통령의 비상계엄 명령은 국민의 일상을 놀라게 했을 뿐 아니라 국민 수호 사명감으로 버티던 군의 충성심에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라고 매체에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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