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야채 볶아도 돼요?"
- '그린 파파야 향기(The Scent of Green Papaya, 1993, 감독: 트란 안훙)'중에서 어린 무이의 말.
여자가 사랑에 빠지면 사랑하는 남자에게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보이고 싶어질 겁니다. 무이는 주인 마님이 주신 빨간 옷을 입어봅니다. 머리를 빗고 거울을 보는, 거울속의 무이는 참 아름답습니다.
제가 두 달 전 난생처음 라디오 인터뷰를 하면서 '영화는 친구'라고 비유한 적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만큼은 '영화는 시(詩)'라고 하고 싶습니다.
1993년 칸영화제 황금카메라 상을 받은 이 작품은 프랑스에서 제작된, 섬세하고 아름답고 세련된 영상 이야기입니다. 카메라의 움직임이 마치 가을 어느 밤, 고요히 달빛을 받아 흐르는 개울 속 물처럼 부드럽고 자연스럽습니다. 그저 한 폭의 그림이요, 시 입니다.
"내가 야채 볶아도 돼요?"란 대사는 소녀 무이가 짝사랑 하는 주인집 큰아들 친구 쿠엔을 위해 직접 음식을 만들고 싶어 부엌 아줌마한테 부탁하는 대사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기가 직접 요리한 음식을 주고 싶은 거지요. 그리고 자기 옷 중에서 가장 예쁜 빨간 옷을 입고 음식을 가져갑니다.
1950년대 베트남 사이공, 부잣집 하녀로 들어간 10살 시골소녀 무이의 고단한 삶과 생활, 첫사랑과 행복을 엮은 한 편의 영상시, '그린 파파야 향기'에는 세가지 향의 사랑이 나옵니다. 모두 해바라기 사랑이지요.
먼저 무이네 할머니를 평생 사랑하며 지켜봐 온 이웃 할아버지의 국화향 사랑, 그리고 한량이며 무능력한 남편이지만 알뜰살뜰 믿고 따르는 주인마님의 능소화향 사랑, 마지막으로 그린 파파야처럼 순수하고 소박하고 수줍은, 가슴뛰는 무이의 그린 파파야 향 사랑.....
어른 무이를 연기한 트란 누 엔 케는 25살 때 이 작품에 출연한 이후 영화처럼 트란 안 홍 감독과 사랑에 빠집니다. 부부의 인연을 맺은 트란 누 엔 케는 <씨클로><여름의 수직선에서>는 물론 <나는 비와 함께 간다> 등 오직 사랑하는 남자 트란 안 홍의 영화에만 출연하게 됩니다.
* 한스타 앱이 나왔습니다.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에서 다운 받으세요^^
[저작권자ⓒ 한스타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