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즈 청천벽력 악몽...선수 8명, 오재원에 수면제 대리 처방받아 전달

이영희 / 기사승인 : 2024-04-23 1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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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정신성의약품을 상습 복용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에 넘겨진 전 야구 선수 오재원(39)에게 현직 후배 야구 선수들이 대리 처방 받은 수면제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마이데일리

 

[한스타= 이영희 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 청천벽력 같은 악재가 터졌다. 

 

수면제 등 향정신성의약품과 필로폰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야구 선수 오재원(39)이 후배 야구 선수들에게 수면제를 대리처방받아 달라고 요구해, 오재원이 뛰었던 두산 베어스 소속 선수 8명이 대리처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KBO 관계자는 지난 22일 '마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두산 구단이 소속 선수 8명이 오재원에게 수면제를 대치 처방해 건넨 것을 2주 전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김연실)는 지난 17일 오재원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협박 등), 특수재물손괴, 사기, 국민건강보험법·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오재원은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이후부터 마약에 손을 댄 것으로 드러났다. 오재원은 지난 9일 지인의 신고를 통해 한차례 조사를 받았다. 당시 오재원은 마약 간이 시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귀가했다.

 

하지만 경찰이 추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오재원이 마약류를 투약한 단서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달 19일 오재원을 체포했고, 21일 서울중앙지법은 오재원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의하면 오재원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4월에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0.4g을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오재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89차례에 걸쳐 지인 9명으로부터 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가 들어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 2242정을 수수했다. 그리고 지인의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매수한 것은 물론 자신이 운영하는 야구 아카데미 수강생과 학부모 등에게도 수면제를 대신 처방받아 달라고 요구, 지인이 자신의 마약류 투약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지인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수고, 멱살을 잡는 등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두산 소속의 선수들이 오재원에게 수면제를 대신 처방 받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두산은 해당 보도가 나온 직후 선수단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오재원이 현역 시절 몸담았던 두산 소속 8명의 선수가 오재원에게 수면제를 대리 처방 받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산은 해당 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곧바로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두산은 물론 KBO 입장에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두산 관계자는 "오재원에 관한 사건이 한참 불거졌을 때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를 파악한 뒤 곧바로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대리 처방을 통해 오재원에게 수면제를 건넨 8명의 선수는 선후배 관계로 인해 협박과 폭력 등으로 인해 위협을 느껴 이를 행동으로 옮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관계자는 "이 사안은 선후배 위계질서 속에서 일어나서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2주 전에 조사를 끝낸 뒤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한 이후에도 엔트리 등에 특별한 변화를 가져가지 않은 두산은 일단 경찰의 조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엔트리 변경을 통해 선수들의 신분이 공개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물론 8명의 선수들의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산 관계자는 "일단 8명의 선수들이 피의자 신분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경기 출전은 어렵다'는 내부 원칙은 있다. 현재 수면제를 대신 처방 받아서 건넨 선수들은 경찰 수사에 최대한 성실하게 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약물 대리 처방이 분명 잘못된 것은 맞지만, KBO 또한 경찰 조사 등의 상황을 조금 더 면밀하게 살펴볼 계획이다. KBO 관계자는 "현행범이라고 한다면 참가 활동 정지를 부과하고 법적인 처벌에 따라서 징계를 내릴 테지만, 지금은 징계를 내릴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재원은 지난 2003년 2003년 신인드래프트 2차 9라운드 전체 72순위로 두산 베어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 16시즌 동안 1152안타 64홈런 521타점 678득점 289도루 타율 0.267 OPS 0.712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2015, 2016, 2019시즌까지 총 세 차례 한국시리즈(KS)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이 중 두 차례는 주장의 역할까지 맡았다. 그리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특히 두산은 오재원이 2022시즌을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을 때 성대한 은퇴식까지 열어줬는데, 후배들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강요하는 등 범죄에 연루되게 만든 것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前 국가대표이자 KBO리그 스타플레이어의 추락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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