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묵여뢰(一默如雷):한번의침묵이 우뢰와같다

소산 / 기사승인 : 2014-06-02 10: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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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흔히들
할 말이 없어 침묵하지만
때로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침묵하기도 한다

대부분
진실을 지키려고 침묵하지만
간혹은 잘못을 덮으려고
침묵하기도 한다

결단코
신의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침묵하지만
무심코 불의를 외면하며
침묵하기도 한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 침묵하지만
참으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러
침묵하기도 한다

韶山(소산)



<관련고전>

o ...於是文殊師利問維摩詰 我等各自說已 仁者 當說何等是菩薩入不二法門 時 維摩詰 然無言 文殊師利 歎曰 善哉善哉 乃至無有文字言語 是眞入不二法門 說是入不二法門品時 於此衆中五千菩薩 皆入不二法門 得無生法忍(『維摩詰經』 第九入不二法問品)
...어시문수사리문유마힐 아등각자설이 인자 당설하등시보살입불이법문 시 유마힐 묵연무언 문수사리 탄왈 선재선재 내지무유문자언어 시진입불이법문 설시입불이법문품시 어차 중중오천보살 개입불이법문 득차무생법인 (『유마힐경』 제9 입불이법문품)

...이에 문수사리가 유마힐에게 물었다. “우리들은 각각 스스로 다 설하였습니다. 어지신분은 마땅히 무엇이 보살의 둘이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그 때에 유마힐은 묵묵히 말이 없었다. 문수사리가 찬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문자와 언어가 없는 것이 참으로 둘이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 불이법문품을 설할 때에 이 대중 중에 5천 보살이 모두 다 둘이 아닌 법문에 들어가서 무생법인을 얻었습니다.



침묵 출처-freedigitalphotos.net


진정한 침묵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는 소중한 경전이다. 유마힐은 흔히 유마거사라 부르며, 출가하지 않은 재가불자(在家佛者)로 높은 경지의 깨달음에 이른 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부분은 문수보살을 비롯한 여러 보살과 유마거사 사이의 불이법문에 대한 대화의 일부이다. 유마힐이 먼저 보살이 어떻게 해서 “둘이 아닌 법문”(不二法門)에 들어가는 것인가를 물었다.

이에 여러 보살들이 각자의 의견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문수보살이 “내 뜻으로는 모든 법(진리)이 말할 것도 없고(無言), 얘기할 것도 없고(無說), 보여줄 것도 없고(無示), 알 것도 없어서(無識), 모든 질문과 대답을 초월한 것이 바로 둘이 아닌 법문에 드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유마힐의 견해를 물은 것이다. 이 때 유마힐은 바로 “묵연무언”(然無言)으로 답하였다. 즉, 잠잠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다. 문수보살은 이처럼 바로 문자와 언어를 초월하는 것이 바로 불이법문(不二法門)에 들어가는 길임을 깨닫고는 그를 훌륭하다고 칭찬하고 있다.

바로 이 유마의 침묵이 마치 우뢰처럼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 깨달음의 길로 들어가게 하였다고 해서 “유마일묵여뢰”(維摩一默如雷)라는 말이 생겼고, 여기서 일묵여뢰(一默如雷: 한 번의 침묵이 우뢰와 같다)라는 사자성어가 나오게 된 것이다.

불이법문이란 결국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절대의 경지, 분별, 대립, 차별, 언어를 떠난 경지 내지는 그런 경지에 대한 가르침이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이른바 언어나 문자를 떠난 '진여(眞如)', '실상(實相)'의 깨달음으로, 그들은 서로 평등하며 서로 간에 구별도 없다. 이 '불이(不二)'의 이치를 깨달은 것을 '불이법문(不二法門)'에 들었다고 하는 것이다. 침묵이야말로 거기에 이르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좀 어려운 얘기다. 하지만 그런 경지가 세상을 초월해 다른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바로 우리가 숨 쉬고 살아 움직이고 있는 그 자리이며, 먹고 마시는 가운데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만 승찬대사(僧璨大師)의 신심명(信心銘)의 말씀처럼,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나, 다만 분별하고 따지고 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至道無難 唯嫌揀擇)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침묵이란 무엇일까?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고, 말해야 할 때 말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말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침묵으로도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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