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리그 이적 김남일 “변화와 가족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

서 기찬 / 기사승인 : 2014-12-23 17: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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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베테랑 미드필더 김남일에게 2014년 겨울은 그 어느 해보다 따뜻했다. 시즌을 앞두고 전북의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00년에 프로에 데뷔한 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정규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챔피언이 된 여운을 마음껏 즐기던 김남일은 “이래서 우승, 우승 하는구나 싶다”며 행복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적잖은 나이(1977년생)지만 그가 필드 위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여전히 싱싱했다. 자신은 늘 앓는 소리를 했으나 리그 톱클래스 미드필더로 손색없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제 은퇴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당연히 내년에도 김남일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전했을 정도다. 구단도 김남일과의 재계약을 염두하고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 시즌 종료 후 J리그로의 이적설이 흘러나왔다. 지금까지는 김남일도 전북 구단도 ‘금시초문’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23일 오전 한 매체를 통해 J리그 교토상가 행이 진지하게 거론됐다. 더 이상 ‘설’이 아닌 수준으로 진행됐고 김남일의 확인이 필요했다.
가족과 함께 미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김남일은 22일 오후 귀국, 자택에 머물고 있었다. 급히 연락이 닿은 김남일과 23일 오전 서울 강남 모처에서 만났다. 김남일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 일문일답 형식으로 옮긴다.



  전북의 베테랑 미드필더 김남일이 J2 교토상가로 이적한다. 갑작스러운 결정이다. 김남일은 ´변화´와 ´가족´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고 했다. (뉴스1스포츠 )
전북의 베테랑 미드필더 김남일이 J2 교토상가로 이적한다. 갑작스러운 결정이다. 김남일은 ´변화´와 ´가족´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고 했다. (뉴스1스포츠 )


Q. 일단 확인부터 하겠다. 떠나는가
A. 떠난다. 전북에 있으면 나도 정말 좋다. 모두가 인정하는 좋은 팀이고 적응도 다 끝났다. 편하게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편안함이 싫었다. 점점 무기력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Q. 언제부터 진행된 일인가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을 당했을 때 진지하게 은퇴를 생각했다. 사실 그때 축구에 대한 마음이 많이 떠났다. 축구에 대한 회의감이 강하게 들었고, 시쳇말로 멘붕이 왔다. 축구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다.

Q.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좋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A. 최강희 감독님께 찾아가서 은퇴 의사를 밝혔다가 생각을 고쳐먹었다. 너무 내 생각만 했던 것 같다. 날 전북으로 불러주신 분이 감독님이다. 아마 그때 은퇴했다면 감독님 입장도 난처하셨을 거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잡고 최선을 다했다.

Q. 그 이후에 교토에서 접촉이 왔다는 이야기다
A. 시즌 중후반이 지나면서 제안이 오기 시작했고 교토 구단에서 관계자들이 날 보러 몇 차례 전주에 왔다. 다행히 내 몸 상태가 좀 올라왔을 때 플레이를 지켜봤다. 좋은 타이밍이 아니었다면 그냥 은퇴를 준비했을지도 모른다(웃음). 당시 여러 가지 고민이 들 때였다. 어차피 전북에서는 1년만 뛰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Q. 팀을 떠나겠다고 마음을 먹은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A. 점점 안주하고 있는 내 자신이 싫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부상 이후 마음을 다 잡았을 때, 기왕 올해로 끝낼 것이라면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남겨야한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만약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결정이 달랐을 수도 있다. 우승이 빨리 결정되면서 교토에 대한 생각도 빨리 정리됐다.

Q. 다른 이유가 또 있었을 것 같다
A. 또 결정적인 것은 서우(아들)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이제 힘이 든다. 결국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돈과 명예도 좋다. 하지만 그러려면 가족을 포기해야하고 지금껏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을 택하고 싶다.

Q. 그렇다면 아내와 아들이 다 같이 일본으로 가는가
A. 그렇다. 처음에는 아내가 반대를 했다. 전북에서 생활하는 것이 편하고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내 뜻에 따라줬다.

Q. 최강희 감독님에게는 언제 이야기했는가. 무슨 말을 해줬는가
A. 11월30일 울산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 하루 앞두고 말씀드렸다. 네 결정이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말리겠냐는 말씀을 하셨다. 그때도 감독님은 많은 걱정을 해주셨다. 좋게 이별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구단도 너도 이미지 좋게 헤어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생각이 길어졌다. 그때까지도 갈등이 이어졌다.

Q. 지금도 이야기했지만 결정이 쉽진 않았을 것이다
A. 전북이 참 좋아서 힘들었다. 특히 막바지에 선수들과 정말 가깝게 지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선수들과 지내는 것이 행복했다. 그것을 버려야한다는 게 가장 마음이 아프다. 감독님 그리고 동국이, 모든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Q. 돈을 보고 일본으로 간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A.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우에 대한 부분은 이미 많이 내려놓았다. 교토가 J2리그에 있다는 것도 전혀 거리낌 없다. 물론 전북에 있으면 ACL에 나갈 수 있으나 역시 모두를 취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목마름을 채우는 것이었다. 전북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 길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지금 변화를 도모하지 못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Q.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래도 의외의 결정이다
A. 내가 생각해도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것을 느낄수록 더 떠나야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올해 내 목표가 ‘후회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결국은 내 인생이다.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결국 헤쳐 나가는 것은 나의 몫이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교토에서 어떤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새로운 출발이 필요했다. 살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난 지금 무언가를 하나 버렸다. 하지만 다른 무언가를 얻었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내 고충을 동료와 코치님들에게 말했을 때 누구하나 만류하지 않았다. 다들 같은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내 결정에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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