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재스민- 진정한 위너로 거듭나길 바래!

권상희 영화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3-11-14 14: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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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백 하나쯤은 있어야 기본인 세상, 된장녀를 욕하지만 내심 그녀들을 흉내 내고픈 마음을 한 번쯤은 갖게 돼버린 세상, 사는 건 날로 힘들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명품 판매율은 날로 증가하는 나라… 싫든 좋든 우리가 사는 현실은 이런 모습이다.



물론 모두를 매도 하는 건 아니지만 내 주변지인들만 보더라도 받고 싶은 선물 리스트 1위는 어느새 모두다 이구동성으로 명품 백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현상(?)도 곧잘 전염이 되는 모양이다.



명품에 관심은 커녕 문외한인 나 역시 “이제 하나 쯤은 있어야 하는데…” 가끔 이런 푸념 섞인 넋두리를 할 때가 있다. 그게 뭐라고… 대단한 계급장이라도 되는 건가???



우디 앨런의 코미디 영화 <블루 재스민>은 된장녀 재스민을 통해 여왕으로 살길 바라는 여성들을 향해 웃기지만 슬픈 경고를 담고 있다.





▲ 블루 재스민

명품, 보석, 파티, 화려한 의상, 원하는 것은 모든 다 해주는 완벽한 남편 할, 뉴욕 상위 1%의 삶을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는 인생, 남들에겐 로망일 수 밖에 없는 삶이 불공평하게도 재스민에겐 현실이다. 아니, 과거의 그녀에겐 그랬다.



하지만 누군가 삶이란 가혹한 것이라고 했던가?



유명한 사업가였던 할은 사기꾼에, 외도를 일삼는 바람둥이에 지나지 않았고 재스민은 고스란히 피해자 신분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오갈 데 없는 그녀가 찾은 곳은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동생 진저- 같은 가정에 입양되어 함께 자란-의 집. 하지만 재스민은 그 곳의 모든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



특히 동생 진저의 애인인 칠리는 그녀에게 가시 같은 존재. 루저… 정비공인 그를 재스민은 이 두음절의 단어로 평가절하해버린다. 이전 진저의 남편이었던 오기- 할의 사기로 로또 당첨금을 모두 날려버리게 됨- 역시 그녀의 눈에는 루저로 보일 뿐이었다.



재스민에게 루저의 기준은 단지 ‘부자냐 아니냐’… 참으로 단순한 그녀만의 논리다.



달라져버린 삶 속에서도 그녀를 지배하는 것은 과거의 기억이다. 플래시 백으로 보여지는 그녀의 화려했던 삶은 지금의 재스민을 더욱더 비참하게 만든다.



할을 처음 만났을 때 들려왔었던 음악, 블루문… 그 로맨틱한 추억.



하지만 신경안정제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숨 조차 쉴 수 없는 신경쇠약증 환자. 약으로 자신의 분노를 다스려야만 하고, 할의 바람기에 혹여 그를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해야만 하는 나약한 존재. 화려했던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와 더불어 괴로웠던 과거의 공존.



모든 것이 ‘행복’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듯한 재스민의 과거는 단지 겉모습만이 위너였을 뿐, 그녀가 소리쳐 루저라고 말하는 이들보다 더 나을 것이 없었다.




재스민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삶을 살기란 진정으로 어려운 일일까?



역시나 그녀는 파티에서 근사한 모습의 외교관, 드와이트를 만나 자신의 과거와 현재 모든 것을 속인 채, 연애를 시작한다. 그러나 거짓으로 가장한 연애는 가장 행복한 순간, 나락으로 추락한다.



“어떤 사람에게 과거는 쉽게 안 잊혀져요”



우연히 길에서 만난 오기의 이 한마디. 다시 여왕처럼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기대는 진실이 폭로되는 순간 허물어지고 만다.



과연 재스민이 할과 드와이트를 사랑하긴 했을까?



그녀의 사랑을 매도하고 싶진 않지만,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건 모든 이들에게 자랑할만한 부와 명예가 아니었을까? 마치 쇼윈도 러브 같은….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삶은 그 대상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자신의 인생이 타인에게 저당 잡힌 삶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비극적인 건 그 깨달음의 시기가 너무도 늦다는데 있다.




이제 그녀는 그 잘난 자존심만을 안고 진저의 집을 나와 무장적 거리로 나선다. 그리고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말을, 그것도 여전히 과거의 기억들을 중얼거린다.



그 좋아했던 노래, 블루문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그녀의 마지막 대사.



재스민이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바라봐도 될까?



이제 그녀가 더 이상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삶이 아닌, 그녀 스스로 일어 설 수 있기를, 진정한 위너로 거듭나길 바래본다.




물질이 사랑인 시대, 그것이 곧 행복인 불행한 시대… 재스민은, 아니 우리 모두는 그래서 우울(Blue)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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