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른들을 위한 동화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서 기찬 / 기사승인 : 2014-10-04 18: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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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에 합류하는 눈꽃사슴팀 백설공주 역 배우 김채원(왼쪽)과 반달이 역 배우 박혜원. ( 쇼플레이) 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에 합류하는 눈꽃사슴팀 백설공주 역 배우 김채원(왼쪽)과 반달이 역 배우 박혜원. ( 쇼플레이)


우리 시대 잃어버린 참사랑, 하찮음의 소중함에 대한 메시지

[뉴스1] 평일 저녁 공연인데도 객석은 가득 찼다. 주인공 난쟁이 반달이가 안개꽃 무덤 속에서 행복한 모습으로 춤을 추는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어른 관객들이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쳤다.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동화같은 사랑스러운 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이하 백사난)가 지난달부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다시 앙코르 공연을 시작했다.

백사난은 2001년 5월 초연돼 13년간 3000여 회의 공연에 85만 관객이 다녀가며 대한민국 연극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뮤지컬로 선보이고 있다.

백사난엔 모두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를 죽이려던 못된 계모 왕비를 응징하고 착한 백설공주와 멋진 왕자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권선징악의 교훈은 없다.

대신 원작 동화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일곱 난쟁이중 막내인 반달이의 백설공주를 향한 헌신적인 사랑에 주목했다.

말을 못하는 반달이는 몸짓으로 힘들게 공주에게 사랑을 표현한다. 일곱 난쟁이중 가장 작고 약하지만 계모의 계략에 빠져 위험에 빠진 공주를 위해서는 다른 난쟁이들이 엄두도 못내는 모험에 용기있게 나서 공주를 구해 낸다.
독사과를 먹고 영원한 잠에 빠진 백설공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찾아 나선 왕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공주에게 청혼하는 순간. 반달이는 온 마음을 다해 고백하려던 춤을 멈춘다. 공주와 왕자가 함께 떠나고 삶의 의욕을 잃은 반달이는 자신을 안개꽃 숲속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안개꽃은 백설공주를 처음 만난 날 반달이가 공주에게 선물했었다. 공주가 자신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게 했던 꽃이다. 공주는 세월이 흘러 요술거울을 통해 반달이의 진심을 알게 된다.

사랑하는 공주를 지켜만 보며 다가서지 못하는 순수하고 헌신적인 반달이의 사랑을 지켜보는 관객들의 마음은 안타깝고 시리다.

하지만 백사난은 슬픔 못지 않게 재미를 선사하며 관객들을 웃게 만든다. 난쟁이를 돋보이게 하는 과장되지만 소박한 소품들은 관객들을 무장해제시키며 동화적 감성을 더욱 섬세하게 전달한다. 난쟁이들은 왕자가 탄 말로, 못된 악마로도 분하며 관객들에게 예상 못한 웃음을 안긴다.

무대에는 단 8명의 배우만 등장하지만 내공이 느껴지는 연기는 무대를 꽉 차게 느끼게 한다. 특히 말 못하는 반달이가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표정 연기는 압권이다.

아화여대 삼성홀에서 초연한 이래 대극장과 중극장에서 주로 공연돼 온 백사난은 이번엔 무대를 소극장으로 옮겨 관객들과의 거리를 더욱 좁혔다. 공연의 백미인 반달이의 표정 연기를 더욱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다.

초연 당시 서울국제아동청소년연극제에서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연기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백사난은 뮤직비디오(이기찬 '또 한번의 사랑은 가고')로, 소설로도 선보였고 중학교 국어교과서(지학사)에도 등장하는 등 엄청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대만 라이선스 공연 수출 등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당초 2주만 공연을 하고 막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관객들의 앙코르 공연 요청에 재공연을 이어가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탄탄하고 사랑스런 이 작품의 옥의 티는 뮤지컬로 변신했는데도 연극을 대하는 것 같은 관객들의 자세다. 다른 뮤지컬 같으면 매력적인 넘버 후엔 박수가 이어져야 하는데 25개의 넘버가 이어진 100분 공연 동안 관객의 박수는 막이 내린 후 단 한번 뿐이다. 공연 자체도 관객의 박수를 이끌어 낼 시간을 주지 않고 빠르게 넘어간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인 안개꽃 무덤에서의 반달이 춤 이후 커튼콜도 좀 더 뜸을 들이면 좋았을 것 같다. 공연의 감흥이 절정에 오르기도 전에 배우들의 인사가 성급한 느낌이 없지 않다.

그래도 백사난은 사랑조차 거래되는 우리 시대에 진정한 사랑의 의미, 하챦게 여겼던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최고의 뮤지컬이다. 객석의 절반은 어른, 절반은 아이들이지만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안겨주는 메시지가 더 크다.

프로듀서 임동균·연출 박툴·음악감독 조선형·안무 조성주. 초연 당시 캐스팅된 최인경을 스타로 만든 반달이 역은 최미령과 박혜령이 연기한다. 제작은 백사난문화산업전문회사·쇼플레이·생각나무 툴이 했다. 내년 1월11일까지 서울 공연에 이어 지방 투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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