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희, 이보희, 나영희...'관능여인' 기획전

서 기찬 / 기사승인 : 2014-07-16 10: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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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의 여인전1980년대 최고의 에로배우는 누구인가?

한국영상자료원이 7~8월 KMDb(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VOD기획전으로 '관능여인(官能女人) - 80년대 에로틱한 순간들'을 준비했다. 1980년대 도발적인 매력으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했던 정윤희, 이보희, 나영희, 안소영, 이기선 등 5명의 여배우 작품 15편을 무료로 만나볼수 있다(한국영상자료원 www.koreafilm.or.kr). 영상자료원의 홍보글을 소개한다.

1980년대는 관능에 탐닉한 시대다. 이른바 3S라는 스포츠, 스크린, 섹스를 통한 대중 우민화 정책이 지배했던 그때, 정치 사회적 억압으로 울분이 쌓였던 한 낮과 달리 밤은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던 시간이었다. 통금이 해제되고 사람들은 처음으로 심야영화 <애마부인>을 보며 밤을 지새웠다. <애마부인>은 1982년 흥행 1위를 기록했고, <어우동>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 등 다른 에로틱한 기운이 충만한 작품들 역시 크게 사랑을 받았다. 이들은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VOD)에서 지금도 가장 인기있는 작품들이다. 이영화들의 끈질긴 생명력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아름다운 여배우들의 개성적인 매력으로 설명할 수 있다. KMDb VOD는 정윤희, 이보희, 안소영, 나영희, 이기선 등 특유의 관능미로 시대를 사로잡은 여배우들과 그들의 육체를 경유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들까지 80년대 대표작 15편을 소개하는 무료 기획전을 마련했다. 관능의 시대, 가장 에로틱한 순간들을 만나보자.

<여배우 다섯과 7,8월 기획전 상영영화 목록 15편>



영화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1980, 정진우 감독) 영화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1980, 정진우 감독)


* '꽃띠 소녀' 정윤희

<꽃순이를 아시나요(1978, 정인엽 감독)>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1980, 정진우 감독)>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1981, 정진우 감독)> <안개마을(1982, 임권택 감독)>
- 정윤희는 아름답다. 김지미 이후 최고 미인이라는 찬사를 받은 그녀가 가장 에로틱한 순간은 야한 술집 호스티스보다 아기같이 맑은 소녀의 얼굴을 할 때다. 정윤희는 마치 롤리타와 같이 무신경하게 자신의 관능을 드러낸다.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에서 젖은 채로 물 밖에 나와 몸에 얇은 저고리 하나 걸칠때, 혹은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에서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고 아버지의 벗은 등을 밀어줄 때, 그녀은 당혹스러울만큼 관능적이다. 발가벗어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백치스러움. 그 천진한 소녀 정윤희 앞에 우리는 그저 무장해제 될 수 밖에 없다. 그녀가 몹시 보고 싶다.



영화 '어우동(1985, 이장호 감독)' 영화 '어우동(1985, 이장호 감독)'


* '미묘한 얼굴' 이보희

<바보선언(1983, 이장호 감독)> <무릎과 무릎사이(1984, 이장호 감독)> <어우동(1985, 이장호 감독)>
- 전형적 미인은 아니나 단아하면서도 농염한 인상은 작품마다 늘 색다른 캐릭터를 만든다. <바보선언>의 맥없이 유린당하는 백치같은 여자와 <어우동>에서 선연한 눈빛을 하고 사내들을 농락하는 여장부가 어떻게 한 사람일 수 있을까, <무릎과 무릎사이>의 주인공이 그토록 요염하면서도 음란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이보희의 미묘한 얼굴빛 덕분이다. 위선의 시대, 정면으로 저항한 이보희의 '어우동'은 방탕하지만 난잡하지 않다. 그 관능이 시대를 호령했다. 그녀의 무릎을 만지고 싶다.



영화 '화녀82(1982, 김기영 감독)' 영화 '화녀82(1982, 김기영 감독)'


* '애달픈 눈빛' 나영희

<백구야 훨훨 날지마라(1982, 정진우 감독)> <화녀 82(1982, 김기영 감독)> <나비품에서 울었다(1983, 임권택 감독)> <매춘(1988, 유진선 감독)>
- 사연있는 여자, 나영희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애달픈 얼굴 뒤로 어떤 사연을 감춘 듯 보이기 때문이다. <하녀> 연작들 가운데 처연하리만큼 순박한 팜므파탈은 단연 <화녀82>의 나영희다. "시집 보내줄게"라는 김지미의 말을 철석같이 믿던 이 식모 아가씨가 주인 남자에게 신세를 망쳐 결국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계단에 머리를 찧는 파국을 보면 이상하게 연민이 인다. 그녀의 사연이 궁금하다,



영화 '애마부인(1982, 정인엽 감독)' 포스터. 영화 '애마부인(1982, 정인엽 감독)' 포스터.


* '여배우의 열정' 안소영
<애마부인(1982, 정인엽 감독)> <티켓(1986, 임권택 감독)>
- 밀회와 밀애 사이, <애마부인>과 같은 유부녀의 방황은 예나 지금이나 눈길을 끄는 소재다. 당시 무명이었던 안소영은 <애마부인>의 엄청난 성공으로 80년대 페티시의 화신이 되었다. "애마야, 네 몸은 언제봐도 예뻐. 불꽃을 숨기고 있는 몸이야" 82년 한 해만 7편의 에로영화에 출연한 그녀에게 영화가 요구한 것은 관능적인 육체의 성애적 장면이 전부였고 그녀의 이미지는 그 안에서 굳어져 갔다. 하지만 80년대 중반 이후 거듭 연기 변신을 시도한 그녀는 임권택 감독의 <티켓> 등 사회성 강한 작품에 다수 출연한다. 그녀의 열정이 부럽다.



영화 '깊은 밤 갑자기(1981, 고영남 감독)' 영화 '깊은 밤 갑자기(1981, 고영남 감독)'


* '궁금한 그녀' 이기선

<깊은 밤 갑지가(1981, 고영남 감독)> <버려진 청춘, 1981, 고영남 감독)>
- 이기선을 아는가? TV탤런트로 전향하기 전 단 3편의 영화만을 출연했지만 그녀가 그 안에서 남긴 스무 살의 싱그러움은 가히 압도적이다. 김수현이 쓴 시나리오 <버려진 청춘>에서 욕지거리를 입에 달고 사는 꽃뱀 이기선은 맹랑한 여자다. 자신을 덮치려는 남자에게 "거칠게 다루지마! 숙녀야"라고 여유를 부린 후 "별 거지 깽깽이 같은 소리 다 들어보겠네, 비켜! 나 양회장 아들에게 강간당한 여자야!"라고 남자의 아버지를 찾아가 위자료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는 식이다. 그녀의 아름다운 몸은 <깊은 밤 갑자기>에서 잘 드러난다. 김영애가 욕조 안의 이기선을 보고 "몸이 참 예쁘구나, 나이가
몇이지?" 라고 탄식처럼 물어보는 장면은 이후 무시무시한 공포의 전조가 된다. 이기선, 그녀는 지금 무얼 하는가.

[한스타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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