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세월호 진짜 살인범은 따로 있다"

이지원 / 기사승인 : 2014-04-28 10: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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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사진=뉴스1


진도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13일이 지났다.

총 탑승객 476명 중 28일 현재 175명이 구조 됐고, 실종자 114명 사망자 187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대형 참사 원인에 대해서 선원들이 승객보다 먼저 대피한 점과 세월호 선원의 미숙한 항해 운전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사고 원인이 뱃사람이 아닌 세월호 출항 당시 화물을 과적하고도GM(무게중심과 경심과의 거리: 화물량과 평형수에 따라 달라짐)에손을 댄 육지 사람이 주범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28일 이철호 중앙일보 수석 논설위원은 중앙일보 칼럼 '이철호의 시시각각'을 통해 대형 선박 선장에서 선주(船主)로 변신한 두 분을 만나 세월호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세월호 사고 원인과 사고 현장에 대형 크레인을 대기 시켜 놓은 정부의 이번 사고 수습사태를 꼬집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게 진정한 기사다", "세월호 관련한 최고의 칼럼", "기사가 쪽집게 처럼 잘 잡아냈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이철호의 시시각각 전문이다.



▲지난 주말 대형선박 선장을 거친 뒤 선주(船主)로 변신한 두 분을 만났다. 세월호 참사가 하도 기가 막히고 원인이 궁금해서다. 침통한 표정의 두 사람 이야기는 똑같았다.

-사고 원인이 무엇이라 보는가.

“배를 아는 사람은 침몰 영상에 담긴 비밀을 다 안다. 첫째, 배는 대개 밑바닥이 해저에 닿아 가라앉는다. 세월호는 뒤집어진 채 침몰했다. 배 윗부분이 더 무거웠다는 뜻이다. 둘째, 가장 끔찍한 건 선수 밑 부분이 이틀간 물 위에 떠 있던 장면이다. 일반인은 에어 포켓이라 희망을 걸었지만 진실은 정반대다. 그곳은 뱃사람들이 생명수라 부르는 평형수가 들어있어야 할 곳이다. 그곳에 공기가 들어찼으니 뜬 것이다. 평형수가 턱없이 부족해 복원력을 상실했다는 증거다.”

-그런 위험을 외부에서 눈치챌 수 있나.

“모든 선박은 선수와 선미에 만재흘수선이 표시돼 있다. 화물 과적으로 이게 물에 잠기면 출항 금지다. 사고가 나면 고의적 범죄로 간주돼 보험금조차 못 받는다. 원래 화물과 평형수는 1등 항해사가 맡는다. 선장이 출항 전에 반드시 체크하는 게 GM(무게중심과 경심과의 거리: 화물량과 평형수에 따라 달라짐)이다. 이게 기준보다 작으면 출항을 거부하고, 선주도 꼼짝없이 받아들이는 게 바다의 법칙이다. 다만 선장과 1등 항해사가 짜고 화물 과적량만큼 평형수를 적게 넣으면 만재흘수선은 물 위에 나오게 된다. 이런 꼼수로 GM이 무너진 채 바다로 나가는 것은 죽음의 항해나 다름없다.”

-25세 3등 항해사와 조타수의 급변침이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뱃사람의 눈에는 그들은 큰 죄가 없다. 변침이 주범은 아니다. 복원력을 상실하면 빙판에서 자동차를 모는 거나 같다. 세월호는 군산 앞바다부터 기울었다는 증언이 있다. 저녁에 샤워하고 아침 식사 준비로 배 밑의 식수가 줄었을 것이다. 운항 과정에서 배 밑의 기름도 소모했다. 가뜩이나 부족한 평형수가 더 줄어든 셈이다.”

-화물 고박이 허술했다는데.

“처음 기울어졌을 때는 화물이 쏠려 위험을 증폭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45도 이상 기울어진 뒤에는 상식과 정반대다. 오히려 밧줄이 풀려 무거운 컨테이너가 바다로 미끄러져 빠진 게 다행이다. 쇠사슬로 단단히 고박됐으면 순식간에 뒤집어져 174명이 탈출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비밀의 열쇠는 선장과 1등 항해사가 쥐고 있다. 평형수 펌프를 맡는 기관장도 비밀을 알 수 있는 위치다. 하지만 진짜 살인범은 배 위가 아니라 육지에 숨어 있다. 인천항에서 화물을 과적하고, 만재흘수선을 눈속임하기 위해 평형수에 손을 댄 인물이다. 세월호는 규정보다 화물을 2000t 더 실어 운송비 8000만원을 추가로 챙겼다. 배는 모르면서 돈만 밝힌 인물이 진짜 살인범이다.”

-탑승객들에게 “선실에 그대로 있어라”라고 했는데.

“작은 배는 승객이 한쪽에 몰리면 전복된다. 하지만 세월호처럼 큰 배는 다르다. 탑승객 무게를 다 합쳐도 50t짜리 컨테이너 하나에 못 미친다. 무조건 구명조끼 입히고 갑판으로 내보내야 한다. 과연 세월호 선장이 정말 선장인지도 의문이다. 사고 직후 브리지에서 청해진 본사와 직접 교신한 인물이 숨은 실세일 것이다.”

-정부의 구조대책이 비판받고 있다.

“구조 순서부터 뒤죽박죽이다. 세계 해운업계가 놀라는 대목은 사고 해역에 대형 크레인이 하릴없이 서 있는 장면이다. 이탈리아 콩코르디아호도 인양 준비에 6개월, 완전 인양까지 20개월이 걸렸다. 값비싼 리스비를 들이며 대형 크레인이 미리 올 필요가 없다.”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총리나 장관은 바다를 모른다. 현장 보고를 학습하기도 벅찰 것이다. 현장 전문가에게 사령탑을 맡겨야 한다. 9·11 테러엔 뉴욕소방서장이 현장을 장악했고, 빈 라덴 제거 작전에는 대통령·국무·국방장관을 제치고 미 합동특수전 공군준장이 상황을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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