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공식 사과···남은 과제는

남우주 / 기사승인 : 2014-05-14 16: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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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반도체 사업장 근무 중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백혈병 투병 및 사망 직원들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을 약속하고 있다. 사진=뉴스1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반도체 사업장 근무 중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백혈병 투병 및 사망 직원들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을 약속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가 '반도체 라인 백혈병 발병'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7년동안의 논란을 매듭지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14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중이거나 사망한 가족에게 합당을 보상을 하고 관련 소송도 모두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 반도체 라인의 화학물질로 인한 백혈병 발병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가 반도체 라인 백혈병 발병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적지않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지난달 9일 심상정 의원과 백혈병 유가족 및 반올림 등이 제시한 중재안을 전면 수용하겠다고 밝혀, 보상안 수립은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유가족측에서 구체적인 보상안을 제시하면 그 안을 토대로 보상규모와 방식을 결정할 일만 남은 셈이다.

◇삼성전자, 백혈병 논란 첫 '공식 사과'

권 부회장은 "저희 사업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려 투병하고 있고 그 중 일부는 세상을 떠났다"며 "삼성전자가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직원들의 요구와 헌신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안타깝고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분들과 가족의 아픔에 대해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 마음아프게 생각한다"며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대표가 직접 나서서 백혈병 문제와 관련 공식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부회장은 또 "제안에 참여한 가족들을 비롯해 반올림과 심상정 의원측이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상안에 대한 주도권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과 백혈병 근로자 유가족, 심상정 의원 등에게 넘겨줬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9일 반올림 및 유가족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전자의 공식 사과와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안 마련,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 주장을 전면 수용한 것이다.

◇심상정 의원 "환영"…반올림 "입장 정리중"

심상정 원내대표는 이날 권오현 부회장의 발언에 환영한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가 백혈병 및 직업병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피해자와 유족, 정의당의)제안 내용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다"며 "오랜시간이 걸렸지만 삼성전자의 입장 표명이 피해자와 가족들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어루만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올림 측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반올림은 이날 오후회의를 갖고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반올림은 이날 중 카페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반올림측에 보상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에 공은 반올림과 유가족에게 넘어갔다. 보상안이 마련되면 이를 토대로 중재기구는 어떻게 구성하고 보상규모는 얼마로 산정할지에 대해 다시 협상해야 한다. 따라서 보상규모에 대한 이견을 배제할 수 없다.

◇산업재해 연관성은 별개로 논의돼야

이 논란의 시작은 지난 2007년 반도체 라인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황유미씨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가족은 황유미씨가 반도체 라인에 근무한 탓에 백혈병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산업재해 인정여부는 삼성전자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어서, 유가족은 근로복지공단을 대상으로 현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날 공식 사과와 '합당한 보상' 발표는 산업재해 인정여부와 전혀 상관없이 이뤄진 것이다. 삼성전자가 산업재해 인과부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런 연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유가족 측이 근로복지공단과 진행하고 있는 산업재해 인정 소송에 대한 보조적 관여를 철회하겠다고만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재해 인정여부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과 유가족측이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보상안 등은 추후 확정될 것"이라며 "전향적으로 중재안에 대해 수용할 입장을 밝힌 만큼 이를 순수하게 받아들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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