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해경 해체···'관피아' 척결" 대국민사과

남우주 / 기사승인 : 2014-05-19 14: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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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19일 오전 서울 용산전자랜드 가전매장에서 직원들이 TV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
19일 오전 서울 용산전자랜드 가전매장에서 직원들이 TV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19일오전 청와대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방방지책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먼저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내게 있다"며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인명 구조에 실패한 해경을 해체하고,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안전행정부를 사실상 해체하는 수준으로 축소하는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부처들을 없애거나 줄였다.

박 대통령은 유사 사고 재발 방지와 국민 안전 강화 등을 위한 정부 차원의 후속조치로서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관련 책임자 엄벌 △'관(官)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위한 관련 법 개정, 그리고 △'국가안전처' 신설과 행정혁신처 시설 등을 포함한 정부 조직 개편 등에 나설 계획이라며 이를 위한 국민과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해경 해체… 국가안전처, 행정혁신처 신설…안행부·해수부 축소 개편"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세월호 사고에서 해경(해양경찰)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며며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키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해경의 구조업무가 사실상 실패한 원인은 해경이 출범한 이래 구조·구난 업무는 사실상 등한시하고, 수사와 외형적 성장에 집중해온 구조적 문제가 지속돼왔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해경의)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넘기고, 해양 구조·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신설하는 국가안전처로 넘겨 해양 안전의 전문성과 책임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해경을 지휘·감독한 해수부도 (세월호 참사)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해수부의 해양교통 관제센터(VTS)는 국가안전처로 넘겨 통합하고, 해수부는 해양산업 육성과 수산업 보호 및 진흥에 전념토록 해서 각자 맡은 분야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내는 책임행정을 펼쳐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국민안전을 최종 책임져야 할 안행부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며 "안행부의 핵심기능인 안전과 인사·조직 기능을 분리해 안전 업무는 국가안전처로 넘겨 통합하고, 인사·조직 기능도 신설되는 국무총리 소속의 '행정혁신처'로 이관하겠다. 그래서 안행부는 행정자치업무에만 전념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참사 발생 이후 그 수습과정에서 불거진 정부 당국 간 혼선과 부실 대응 논란과 관련, 앞서 예고한 바와 같이 국가 재난대응·관리의 '컨트롤타워'로서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등의 정부 조직 개편에 착수할 계획임을 거듭 밝혔다.

이를 위해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의 안전 관련 업무를 국가안전처로 이관하고, 해양경찰청은 해체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官피아' 척결 위해 퇴직 공무원 재취업 제한 "

박 대통령은 이번 참사 발생의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정부 부처와 유관 기관·단체 간의 유착관계, 이른바 '관피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공직 개혁 방안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끼리끼리' 문화와 민·관 유착이란 비정상의 관행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 국민 생명을 담보로 서로 봐주고, 눈감아 주는 민·관 유착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엔) 해운사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 선박 안전관리 권한이 주어지고, 퇴직 관료들이 관행처럼 그 조합의 자리를 차지해왔다. 이런 민·관 유착은 해운분야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수십년간 쌓이고 지속돼온 고질적 병폐"라며 그 해결책으로서 "우선 안전감독 업무, 이권(利權)이 개입할 소지가 많은 인·허가 규제, 그리고 조달 업무와 직결되는 공직유관단체 기관장과 감사직엔 공무원을 임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고위 공무원에 대해선 퇴직 이후 10년간 취업기간·직급 등을 공개하는 '취업이력공시제도'를 도입하겠다"며 "이런 내용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정부 입법으로 바로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박 대통령은 "전·현직 관료들의 유착 고리를 끊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 정부가 제출한 일명 '김영란법(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부탁 드린다"고도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민간진상조사委 구성 제안"

박 대통령은 또 이날 담화에서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선장과 일부 승무원의 직무유기와 업체의 무리한 증축·과적 등 비정상적 사익(私益) 추구였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처벌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과 형법 개정 등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특히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대해 "17년 전 3000억원에 가까운 부도를 낸 기업이 회생절차를 악용해 200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탕감 받고 헐값에 원래 주인에게 되팔려 탐욕적 이익만 추구하다 이번 참사를 내고 말았다"면서 "이런 일을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선 국가가 먼저 피해자들에게 신속히 보상하고, 사고 책임자에게 구상권(求償權)을 행사하는 특별법안을 정부 입법으로 즉각 국회에 제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이번 참사에서 수백 명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과 승무원의 무책임한 행동은 사실상 '살인행위'"라며 "앞으로 심각한 인명피해 사고를 야기하거나 먹을거리를 갖고 장난쳐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 사람들에겐 엄중한 형벌이 부과될 수 있도록 형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 이렇게 해서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게 결코 이득이 되지 않고, 대형 참사 책임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또 "많은 국민이 '청해진해운'의 성장과정에서 각종 특혜와 민·관(民·官) 유착이 있었던 것을 의심하고 있다"며 "이를 비호하는 세력이 있었다면 그 역시 명백히 밝혀내 민·관 유착으로 또 다시 국민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우리 사회 전반의 부패를 척결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특검(특별검사)을 해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정히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도 제안한다"며 "거기서 세월호 관련 모든 문제들을 여야가 함께 논의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공직 사회에 민간 전문가 진입 확대 추진"

박 대통령은 또 "공직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공무원 임용부터 퇴직에 이르기까지 개방성과 전문성을 갖춘 공직사회로 혁신하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 민간 전문가들이 공직에 보다 많이 진입할 수 있도록 채용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5급 (공무원) 공채와 민간 경력자 채용을 '5대(對) 5' 수준으로 맞춰가고, 궁극적으론 '고시(考試)'와 같이 한꺼번에 획일적으로 선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무능력과 전문성에 따라 필요한 직무별로 필요한 시기에 전문가를 뽑는 체제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희생 헛되지 않도록…" 4월16일 '국민안전의 날' 지정 제안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담화를 통해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지 오늘로 34일째가 됐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이 겪은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형식을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한 '직접' 사과 입장을 밝힌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지난 한 달여 동안 국민이 (세월호 참사에) 같이 아파하고, 같이 분노하신 이유를 잘 알고 있다"며 "살릴 수도 있었던 학생들을 살리지 못했고, 초동대응 미숙으로 많은 혼란이 있었고, 불법 과적 등으로 이미 안전에 많은 문제가 예견됐는데도 바로잡지 못한 것에 안타까워하고 분노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진정한 '안전 대한민국'을 만든다면 새로운 역사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추모비를 건립하고, (참사 발생일인) 4월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할 것을 제안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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