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투구 선보인 켈리 대체자 에르난데스…4연패 끊은 LG, 두산에 설욕

박영숙 / 기사승인 : 2024-08-09 10: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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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LG 새 외국인투수 에르난데스가 데뷔전서 첫 승을 기록했다./마이데일리

 

[한스타= 박영숙 기자] "굉장히 기분이 좋다. 첫 경기를 잘 시작한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LG 트윈스 새 외국인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3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78구,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데뷔 첫 승을 손에 넣었다.

 

에르난데스는 LG가 던진 승부수. 지난해 29년 만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한 LG는 올해도 대권을 노리는 중. 하지만 외국인 투수들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면서 교체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고, 무려 5년 반이라는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었던 케이시 켈리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고 에르난데스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에르난데스는 커리어만 놓고 본다면 'KBO MVP' 에릭 페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흡사했다. 페디보다 성적이 좋진 않았으나, 지난 2018년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데뷔해 LA 다저스를 거쳐 밀워키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는 등 통산 6시즌 동안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99경기(49선발)에 등판해 10승 22패 평균자책점 5.10,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142경기(107선발)에 나서 36승 32패 평균자책점 3.19의 성적을 남겼다.

 

에르난데스가 직접 던지는 모습을 보진 못했으나, 염경엽 감독은 "회전수가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슬라이더가 최고의 장점이고, 좌타자 상대로 체인지업도 나쁘지 않더라. 그리고 외국인 선수임을 고려했을 때 스트라이크존 상하보다는 좌우 코너를 쓸 수 있는 커맨드를 갖고 있는 느낌이다"며 "구속은 150km를 넘진 않는데, 90~92마일(약 144.8~148.1km) 정도가 나온다"고 에르난데스를 평가했다.

 

여러 우여곡절 속에 지난달 25일 한국 땅을 밟은 에르난데스는 시차 적응과 빌드업의 과정을 밟은 뒤 8일 '잠실라이벌' 두산을 상대로 첫 선을 보였다. 1만 6321명의 팬 앞에서 데뷔전을 가졌던 탓일까. 에르난데스는 경기 시작부터 정수빈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흔들렸다. 하지만 후속타자 강승호를 128km 스위퍼로 삼진 처리하는 과정에서 포수 박동원이 2루 도루를 시도하던 정수빈을 잡아내며 에르난데스의 어깨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첫 실점이 나왔다. 두산 제러드 영을 상대로 던진 2구째 146km 커터를 공략당한 나머지 우월 솔로홈런을 허용했기 때문. 그러나 에르난데스는 흔들리지 않고 후속타자 양의지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2회에는 양석환-김재환-허경민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모두 삼진으로 묶어내며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3회에도 두 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9개의 아웃카운트 중 7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압권의 투구를 펼쳤다.

 

에르난데스는 4회 강승호를 포수 파울플라이, 제러드를 중견수 직선타로 묶은 뒤 양의지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양석환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매듭지었고, 5회에도 모습을 드러내 김재환-허경민-전민재로 이어지는 하위 타선을 완벽하게 요리하며 승리 요건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타선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데뷔전에서 첫 승리까지 수확하는 기쁨을 맛봤다.

 

KBO리그에서 데뷔전은 어땠을까.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에르난데스는 "굉장히 기분이 좋다. 첫 경기를 잘 시작한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지난 두 경기 동안 팀이 이기지 못했는데, 오늘 이길 수 있어서 굉장히 좋다"고 소감을 밝히며 "사실 1회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긴장을 했었다. 그래서 오늘 경기를 제대로 잘할 수 있을까 의심도 했는데, 팬분들이 응원을 해주신 덕분에 오늘 경기를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미국에서도 수많은 관중 앞에서 마운드에 섰을 에르난데스. 하지만 KBO리그 데뷔전도 만만치 않게 떨렸던 모양새다. 그는 "1회부터 팬들이 함성이 워낙 커서 긴장이 많이 됐다. 그래서 집중을 하는 것이 어려웠으나, 혼잣말로 '평상시처럼 하면 되지, 뭘 그렇게 하고 있어'라고 되뇌였고, 다음 이닝부터 집중을 했던 결과 경기 마무리가 잘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에르난데스의 투구 중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다채로운 구종이었다. 소위 '팔색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 이날 에르난데스는 최고 150km의 직구(35구)와 스위퍼(21구)-커터(6구)-싱커(5구)-커브(5구)-슬라이더(4구)-체인지업(2구)까지 다양한 구종을 고루 섞어 던졌다. 메이저리그 공식 통계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도 기재되지 않은 구종도 선보였다. 특히 수많은 삼진을 솎아냈던 스위퍼는 미국에서부터 던졌다고.

 

에르난데스는 "스위퍼를 미국에서도 던지기는 했다. 커리어 내내 던졌다. 슬라이더 또한 강하게 떨어지는 것도 하나 던지고 있고, 커브는 최근에 연마를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구종들이 손에서 잘 나왔고, 만족스럽게 제구가 됐다"며 "코칭스태프 쪽에서 커브를 던져야 된다는 말을 해주셨다. 그렇게 해야만 타자와 승부를 할 때 완급 조절이 되기 때문. 연습했던 대로 던졌던 것이 잘 이어졌다"고 말했다.

 

첫 경기에 불과하지만, 첫 등판의 모습만 본다면 모든 구종을 위닝샷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에르난데스의 투구는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다. 에르난데스는 "내 결정구는 타자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 모든 구종들이 결정구로 타자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끝으로 에르난데스는 "KBO리그 타자들의 성향이 공격적이라 내게는 조금 더 좋은 쪽으로 작용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오늘 80구에 가깝게 던졌는데,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부침이 있었다. 하지만 다음 경기에서는 100구까지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44만 달러(약 6억원)을 모두 보장하면서 데려온 에르난데스, LG가 확실한 '에이스'를 찾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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