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스티브잡스가 첫 아이폰을 공개한) 2007년 1월 9일 여러분들은 어디 계셨습니까?"(해럴드 맥엘히니 애플 변호인)

"애플측의 20억달러 손해배상 청구는 구역질나는 과장이고 (배심원단) 여러분들의 지성을 모욕하는 일이다."(존 퀸 삼성전자 변호인)

삼성전자와 애플은 '2조원대' 2차 특허 법정공방에서 예상대로 초반부터 격돌했다. 애플이 1차 소송 당시 감정적 호소 전략을 재차 꺼내자, 삼성전자는 배심원단의 이성적 판단의 중요성 부각에 주력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시작된 양사의 2차 특허 소송은 모두진술부터 충돌했다.

애플은 1차 소송과 동일하게 잡스의 향수 자극과 더불어 혁신성에 초점을 맞춰 공략에 나선 반면,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와 협공 자세를 취하며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이는 1차 소송 당시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에게 화살을 돌렸던 방식과 달라진 모습이다.

애플은 삼성전자에 20억달러(2조1000억원)를, 삼성전자는 애플에 694만달러(73억5000만원)를 배상액으로 각각 제시한 상태다.

맥엘히니 애플 변호사는 먼저 2010년 '아이폰과 같은 제품을 만들자'고 작성된 삼성전자의 내부 문건을 배심원단에게 보여주며 "여러분들이 이 문건들에서 볼 수 있는 사실은 아이폰을 베끼는 게 삼성전자의 개발 과정에서부터 존재했다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애플 특허가 난 발명을 따로 떼어 삼성전자가 베낀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애플 특허가 걸린 검색 기술을 삼성전자가 제품에 포함시켰지만 애플 소송이 이어지자 다시 뺐다"며 "하지만 고객들의 항의로 또다시 이 기술을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제품 내부 기능은 애플에서부터 착안, 사실상 짜깁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존 퀸 삼성전자 변호인은 "애플은 훌륭한 회사이지만 모든 걸 다 갖춘 건 아니다"며 "선도 기업이 정체돼 있을 때, 다른 기업이 나타나서 또다른 혁신을 가져오는 일이 있는 데, 구글이 이런 사례"라고 응대했다.

퀸 변호인은 또 "이번 소송은 사실 '애플 대 구글 안드로이드'에 관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애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삼성전자 제품의 소프트웨어 특징은 모두 구글 안드로이드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뒷받침 할 잡스의 서신까지 공개했다. 이 편지는 2010년10월 임직원 연례회의를 준비하면서 쓰여진 것이다. 잡스는 이 서신에서 알림 및 무선 테더링, 음성인식 등 아이폰이 뒤쳐진 분야와 관련, "안드로이드를 따라 잡을 필요가 있다"며 "캘린더와 이메일 등을 클라우드 서비스에 통합하는 방식도 구글이 애플에 앞서 있다"고 전했다.

당초 이날 공판은 전날 뽑힌 10명의 배심원이 방청할 예정이었지만, 이 가운데 2명이 개인사정을 이유로 불참하면서 8명(남성4명, 여성4명)만 참석했다.

이번 법정 공방은 4월말까지 매주 월, 화, 금요일(오전 9시~오후 4시30분)에 진행되고 이를 근거로 배심원단 평결과 고 판사의 최종 판결이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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