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반드시 함께 가는 길이어라

소산 / 기사승인 : 2014-04-28 15: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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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도(道), 부자의 예(禮)




가난한 것이 무슨 죄인가
가난하다고 제 갈 길을
바로 가지 않음이 문제이지
부자인 것이 무슨 허물인가
부자랍시고 허세를 부리며
교만을 떠는 것이 잘못이지

가난하면 비굴해지기 쉽고
부유하면 교만해지기 쉽네
가난해도 아첨하지 않는 건
그리 힘든 일은 아니지만
부유해도 교만하지 않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네

가난해도 즐거워할 수 있음은
자신의 갈 길을 가기 때문이요
부유해도 예를 좋아하는 건
함께 사는 이치를 알기 때문이라
인생은 어차피 홀로 가는 길이지만
세상은 반드시 함께 가는 길이어라

소산

<관련고전>

ㅇ子貢曰 貧而無諂 富而無驕 何如 子曰 可也 未若貧而樂 富而好禮者也(『論語』 學而)
자공왈 빈이무첨 부이무교 하여 자왈 가야 미약빈이락 부이호례자야(『논어』 학이 )

자공이 말하였다. "가난해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해도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가난해도 즐거워할 수 있으며, 부유해도 예를 좋아하는 사람만은 못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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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상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잘 사는 세상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원시공동체 사회가 해체되고 재물의 사유화가 시작되면서, 적게 가진 자와 많이 가진 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인간의 가치는 평등하지만 능력까지 평등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빈부의 격차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이를 해소하는 문제는 국가적, 국제적 차원에서 심각하게 논의되고 대책을 마련해야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라도 빈자와 부자가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원리는 없을까? 공자와 자공의 대화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난하면서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면서 교만하지 않은 것"을 멋진 의견으로 생각한 자공이 공자께 자신있게 물었다. 그렇게 하기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공자는 괜찮기는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면서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한다. "가난해도 즐거워할 수 있으며, 부유해도 예를 좋아하는 사람만은 못하느니라."

여기서 즐거워한다는 것은 가난을 즐거워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가난해도 내가 가는 길을 바르게 간다는 것이다. 즉, 생활은 궁핍할지라도 내가 추구하고, 지키는 삶의 태도에 방해받지 않는 다는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부자이면서 예를 좋아한다는 것은 단순히 교만하지 않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부자인 것은 나만 잘 나서, 또 잘 해서 그리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어두운 곳이 있어 빛이 환하게 보이듯이,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있어 소수의 부자도 생겨난다. 예를 안다는 것은 상대를 존중할 뿐만 아니라, 가진 것을 나누고 베풀 줄 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함께 살아가는 이치이다. 굳이 성인의 말씀을 들지 않더라도 이렇게 살다간 이 땅의 참된 부자들이 얼마든지 있다. 때론 어려운 시기에 국가나 사회를 위해 자신의 전재산을 쾌척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실천한 의로운 분들도 많다.

가난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의연히 내 길을 가고, 부자이면서도 예를 알아 늘 어려운 이를 생각하고, 가진 것을 베풀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아름답고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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