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배다리 헌책방 거리는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과 도원역 사이 금곡동과 창영동 일대를 일컫는다.(내손안에 서울) |
[한스타=서기찬 기자] 또 한 해가 저문다. 차분히 한 해를 돌아보는 방법으로 헌책방 나들이를 추천한다. 서울시 홍보사이트 '내 손안에 서울' 여행칼럼 여행스토리 호호가 인천 배다리 헌책방 거리를 소개했다. 전재한다.
호호의 유쾌한 여행- 인천 배다리 헌책방 거리
한 해의 끝자락에 와있습니다. 역동적인 지난 한 해를 보냈다면 연말엔 조금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까운 인천 배다리 마을의 헌책방 거리로 여행을 떠나봅니다. 헌책 속에 폭 파묻혀서 연말을 보내는 것도 의미 있는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인천 배다리 마을은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과 도원역 사이 금곡동과 창영동 일대를 말합니다. 예전에 이곳까지 갯골이 있었는데 ‘배와 배를 연결해서 다리를 만들어 건너다녔다’, ‘배가 드나드는 다리가 있었다’ 등의 이유로 ‘배다리’라는 지명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인천에서도 낙후된 마을 중의 한 곳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이곳도 한 때는 가장 번화한 곳이었습니다. 개항 이후 제물포 개항장 중심가에 일본인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밀려난 우리 선조들이 모여 살던 동네가 바로 배다리입니다. 또 이 일대 일본인들이 성냥, 간장, 고무신, 양은냄비공장 등을 만들며 큰 상권을 형성하기도 했지요.
이곳에 물건만 오갔을까요? 문화와 지식, 예술도 함께 오갔습니다. 배다리 사거리에 남아있는 헌책방의 역사는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현재 5~6개의 책방만 남아있지만 한 때 40여개까지 책방이 있었을 정도로 배다리 헌책방 거리는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지식과 문화를 소통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도 한 때 이곳에 머물며 책을 판매했고 책을 구입해 읽고 사람들을 만나며 자양분을 쌓았다고 합니다. 이후 지하철 1호선 개통과 산업화, 신도시 개발 등을 이유로 배다리 마을은 쇠퇴해갔습니다.
7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책방 집현전을 비롯해 아벨, 삼성, 한미, 대창 등 5개의 헌책방이 현재 배다리 책방 문화의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그 중 아벨서점의 곽현숙 대표는 ‘책’을 통해 배다리는 물론 인천의 과거와 현재를 소통합니다. 아벨서점의 40여년 넘는 역사가 배다리의 현대사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곽 대표는 헌책방으로 모여드는 각종 책들 속에서 배다리와 인천의 역사를 골라내어 사람들과 그 가치를 함께 나눕니다.
아벨서점 옆에 ‘시가 있는 작은 책길’이라는 작은 문화공간을 손수 일궈 개관했습니다. 1954년에 지어진 건물을 가능한 원형대로 두면서 매력적으로 개조해 눈길을 끕니다. 1층은 문화예술관련 서적만을 취급하는 한편 2층은 전시실과 강연장으로 만들어 정기적으로 시낭송회를 비롯해 작은 문화 행사를 갖습니다.
공간 한 켠에 박경리 코너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일흔에 가까운 몸을 이끌고 손수 전시실을 꾸미느라 속도가 더디기는 하지만 이 작은 서점에 그녀의 열정과 귀한 자료들이 보석처럼 소장되어 있습니다. 개항장에 위치한 인천의 근대문학관에서도 일부러 보러와 탐을 낼 정도로 아벨서점이 가진 자료의 소장 가치는 무궁무진합니다.
아벨서점 옆 '시가 있는 작은 책길'이라는 문화공간에 가면 박경리 코너가 따로 있다. (내손안에 서울) |
아벨서점 인근에는 드라마 '도깨비'의 무대가 되었던 한미서점도 보인다. (내 손안에 서울) |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이 되었던 한미서점도 배다리 마을에 있습니다. 아벨서점 부근이에요. 노란색 외관이 눈에 띕니다. 서점과 공방, 강좌를 접목시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옛 양조장 건물을 개조해 전시실, 작업실, 문화공간으로 사용되는 스페이스 빔도 이곳의 명물입니다. 스페이스 빔은 산업도로가 될 뻔한 빈 공터에 캠핑과 생태, 축제를 열기도 했습니다. 또 배다리 마을의 벽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지역의 생활공예작가들이 요일별로 참여하는 요일가게, 배다리생활사전시관 등도 배다리를 체험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곳입니다.
“배다리는 박경리 선생이 20대 초반 꽃다운 아낙이었을 때 직접 거리에 나와 책을 판매했을 정도로 마을 자체가 삶의 열정이 넘치는 곳이었어요. 지금 이곳을 찾는 이들도 그런 열정을 갖고 와요. 책방에서 자기를 들여다보고 가지요.”
아벨서점 곽현숙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배다리 마을은 지난날 책 속에서 희망을 찾아 내일을 설계했던 우리를 또 다른 모습을 만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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