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바로 이와이 지 감독의 <4월 이야기>이다.
4월에 꼭 함께 나누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TV에서 나오는 세월호 사고 소식에 먹먹해진 가슴은 사랑이란 테마 자체가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인가를 반문하게 했다.
그리고 이제 5월... 누군가 시의성(時宜性)에 이이를 제기할지도 모르지만, 삶 속에서 그래도 필요한 건 사랑이라고 믿기에 조금은 뒤늦게 이 영화를 펼쳐 본다.
영화가 주는 온기가 아픈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아주 작은 치유제라도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벚꽃이 흩날리는 풍경, 이내 꽃비가 되어 내린다.
봄이란 계절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소생하는 자연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 설레임, 희망 일게다.
이 모든 것이 도쿄에서 새롭게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우즈키(마츠 다카코)의 삶속에서 잔잔하게 표현된다. 새로운 이웃과의 만남, 조금은 어색한 낚시 동아리 활동 등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우즈키의 생활은 생소함이 주는 어쩔 수 없는 긴장감을 동반한다.
영화는 마치 갈등구조를 배제하기라도 하듯 고요하기만 하다. 그러나 동네 서점을 자주 찾을 수밖에 없었던 우즈키의 가슴앓이를 그 누가 알 수 있었을까?
영화는 플래시 백(과거 회상장면)을 통해 그녀가 이곳에 오게 된 간절하기만 했던 사연을 보여준다. 야마자키(다나베 세이치) 선배를 짝사랑 하는 고교생 우즈키.
그녀의 목표는 야마자키가 진학한 무사시노 대학에 가는 것이다. ‘무사시노’는 이제 우즈키에게 삶의 이유가 된다. 그리고는 마침내 목표를 이룬 그녀.
그녀의 집이 야마자키의 서점 근처인 것 또한 너무도 당연한 것이리라.
그가 자신을 알아봐 주기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그저 손님인양 대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녀는 얼마나 크게 실망했을까?
하지만 하늘이 돕기라도 하듯, 오래지않아 야마자키는 그녀를 알아본다.
짝사랑의 대상이 먼저 말을 걸어왔을 때의 심장이 멈춰버릴 것 같은 그 느낌... 그건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은 결코 알 수 없는 ‘가슴벅참’이다.
비가 많이 내려도 기쁜 맘으로 그 비에 온 몸을 흠뻑 적실 수 있는 것, 그가 준 망가진 우산이 어떤 값비싼 선물보다도 귀한 것, 그가 내 존재를 기억하고 있음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느낌... 그게 바로 사랑이다. 사랑!
“성적이 안 좋은 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담임선생님께서는 기적이라고 하셨다. 어차피 기적이라고 부른다면 난 그걸 ‘사랑의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영화는 우즈키의 짝사랑의 가능성을 열어 둔 채 끝이 난다. 물론 난 외화면 영역에서 우즈키와 야마자키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기대한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사랑의 힘, 그런 우즈키의 뜨거운 마음이라면 머지않아 짝사랑에서 ‘짝’이라는 글자를 지워버리는 것 또한 가능하겠지?
마치 한 폭의 봄 풍경을 담고 있는 수채화를 감상하는 느낌이랄까?
영화를 보는 동안 잔잔한 평화로움이 주는 어색함이 낯설기만 했는데 이내 우즈키의 그것과 같았던 옛 추억이 어슴프레 떠오르며 그녀의 감정에 몰입하고 있는 나를 느꼈다.
교회 오빠를 좋아했던 난 그가 진학한 대학에 가는 것이 고3시절 목표였다. 지금은 웃으면서 기억하지만 그 당시 난 무척이나 진지했고 심각하기만 했다. 그가 내게 말을 걸어 올 때면 온갖 자의적인 해석들을 하며 그도 날 좋아하는 거라고 착각하던 그 때... 그것이 착각이었기에 가슴 아팠던 시절........
난 우즈키처럼 목표를 이루진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간절함이 어떤 것인지, 누군가로 인해 가슴 벅차 오르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그 선명한 감성을 잊을 수가 없다.
영화 <4월 이야기>는 아주 멀리에 있었던 내 추억 속 짝사랑의 기억을 상기시켜주었다.
그런 순수함, 순백의 사랑이 이제 가능할까?
‘짝’자가 붙어도 괜찮을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열망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았던 그때, 그것이 지금의 내 나이보다 한참은 어렸던 과거가 아닌, 바로 지금이기를 바란다면...너무 큰 욕심일까???
이 봄이 다 가기 전, 그런 순백의 사랑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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