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은 절대 모르는 포수와 주심과의 관계?

서기찬 / 기사승인 : 2018-07-31 17: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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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필은 짧고 부드럽게, 투수에게는 곧바로 던져야

[이만수의 포수론] <3> 포수와 심판, 가깝고도 먼 사이


며칠 전 현장감 넘치는 메일을 한 통 받았다. 신문에 게재된 포수에 대한 나의 글을 본 현역 심판이 보내온 내용은 이랬다.


-포수는 심판(주심)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입니다. 공을 잘 막아주는 포수가 아니라면 주심도 심판을 제대로 보기 어렵습니다. 피하기 바쁘죠^^. 타자가 스윙 한다고 미트를 공 오는 곳으로 갖다 대지 않는 포수 뒤에 서 있으면 ‘공포’ 그 자체입니다. 한 두 번 그런 공에 맞으니 더욱 그런 포수가 무섭습니다. 주심은 글러브가 없으니 그 공을 그대로 맞습니다.
무거운 장비를 차고 팀에서 가장 어려운 역할을 하는 포수가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투수가 아무리 공을 잘 던지고, 아무리 빠르게 던진다 해도 그걸 처리할 포수가 없다면 투수의 능력을 돋보이게 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중략)


투수의 땅볼 투구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고 마냥 흘려 보내는 포수들도 있는데 가끔은 맞아주는 주심의 도움이 절대적일 때도 있어요.-


이만수 전 감독이 말하는 포수와 주심만의 비밀은? 본문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 사진은 한스타 연예인 야구 10회 대회(2017년) 공놀이야와 인터미션의 경기. (한스타DB)

메일을 읽으며 심판과 포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 경기 중에 이렇게 심판과 근접한 거리에서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경우는 포수와 주심이 유일한 것 같다. 서로의 숨소리도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볼 판정에 대한 무언의 대결까지 포수와 심판은 가깝고도 먼 사이다.


나도 현역시절을 돌아 보니 경기 들어가기 전에 가장 먼저 매니저에게 오늘 주심이 누구인지를 물어 본 기억이 난다. 왜냐하면 주심에 따라 당일 경기의 볼 배합 운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심판들의 성격이나 성향 그리고 그 심판이 선호하는 스트라이크 존이 다르기 때문에 야구 일지에 일일이 심판항목을 메모해 놓기도 했다.


경기를 하다 보면 타자가 친 타구가 빗맞아서 포수의 마스크에 정통으로 맞게 되면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해 지면서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이렇게 한 게임에 서너 번 맞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타자가 스윙 할 때 포수들은 순간적으로 눈을 감을 때도 있다(이런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선수 시절에는 일부러 눈썹 위에 반창고를 부치거나 아니면 손바닥으로 눈 앞을 빠르게 지나가는 연습을 한다. 또는 한 물체를 오래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 그런데 이런 고충을 가장 잘 아는 동병상련의 관계가 주심이다. 경기 중 포수만큼 파울 타구에 자주 맞는 사람이 주심이다. 볼 판정에는 이견이 있더라도 강한 타구에 맞은 아픔만큼은 포수와 주심이 함께 나눌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경기를 하다 보면 때로는 포수가 주심의 덕을 볼 때도 있다. 주자가 루상에 있을 때 낮게 들어오는 공을 블로킹 했지만 포수가 잡지 못해 볼이 뒤로 빠졌는데 그 공이 뒤로 멀리 흘러 가지 않고 주심의 발에 맞아 멈출 때다. 이럴 때는 주심이 포수의 백업선수 역할을 본의 아니게 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아마추어 포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주심도 사람이기 때문에 100% 완벽하게 볼 판정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몇몇 포수들이 주심의 볼 판정에 마음이 상해 꽤 오랜 시간 포구한 상태로 공을 들고 있는 경우를 본다. 유능하고 센스 있는 포수는 때로는 억울한 볼 판정이더라도 주심만 들을 수 있도록 “이번에는 스트라이크 같은데요”라고 가볍게 얘기하는 정도로만 어필한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투수 마운드에서 포수까지 0.4초 만에 볼이 들어온다. 이렇게 짧은 순간에 볼이 들어오기 때문에 주심이 매 경기마다 완벽하게 볼 판정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 또한 현역시절에 주심한테 얄밉도록 잘못된 행동을 많이 했던 선수였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본인뿐만 아니라 팀에게도 절대 유익하지 않았다. 그 점을 포수들은 알아야 한다.


메이저리그 경기가 한국 프로야구 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포수의 행동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투수가 던지면 포수는 포구하자마자 불필요한 동작 없이 곧바로 투수에게 볼 던져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자세가 한 경기에서 많은 시간을 단축 시켜 준다. 메이저리그에서 심판의 볼 판정에 대해 포수들이 안타까워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없다. 왜 우리는 포수들이 포구하고 나서 시간을 많이 끄는가. 아마추어 시절부터 시작된 심판과의 신뢰가 없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러나 이제는 공부하고 노력하는 심판들이 많아졌다. 포수는 심판의 판정에 승복하고, 심판은 공정한 판정이 야구계에 큰 기여를 한다는 자부심으로 경기운영을 해 수많은 팬들에게 더욱 사랑 받는 프로야구가 되기를 바란다.


난 현역시절에 될 수 있으면 빈속으로 경기할 때가 많았다. 경기 전에 식사를 많이 하게 되면 포만감으로 인해 생각이나 행동에 민첩성과 순발력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약간 배 고플 정도의 상태로 경기에 임하게 되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포수이기 때문에 경기 전에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을 섭취하면 경기 중에 나도 모르게 방귀가 나올 때가 있다. 만에 하나 냄새라도 나는 날에는 주심한테 혼날 때도 있었다. 포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때론 주심도 자연현상인 방귀를 참지 못해 소리 내지 않고 방귀를 낀다고 하지만 그만 소리가 날 때가 있다. 그러면 포수와 주심이 서로 입술을 깨물 때가 여러 번 있었다. 수많은 관중은 모르는 포수와 주심만의 비밀이다. 볼 판정에 이견이 생기면 서로를 적처럼 여기는 먼 사이 이기도 하지만 파울공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의도한 바 아니지만 방귀조차 트는 한없이 가까운 관계가 심판과 포수다.


[이만수 전 SK 감독•헐크재단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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