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 잊혀진 여인이 되지 않는 법

소산 / 기사승인 : 2014-04-04 18:34:18
  • -
  • +
  • 인쇄
봄날에 묻는다

이 봄 산과 들을 수놓는
꽃들에게 묻는다
너희는 대체 무엇을 위해
그리도 아름답게 피어 있냐고

그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벌과 나비에게 묻는다
너희는 또 누구를 위해
이리도 열심히 일을 하냐고

꽃은 그냥 웃고 있을 뿐
열매 얘기를 하지 않고
벌과 나비는 그저 나풀거릴 뿐
새끼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꽃이 행여나 열매를 잊었겠나
어서 열매를 맺겠다고 요란을 떨지 않을 뿐
벌과 나비가 잠시라도 새끼를 잊었겠나
새끼를 빨리 키우겠다고 난리를 치지 않을 뿐

소산

<관련 고전>

o 必有事焉而勿正 心勿忘 勿助長 無若宋人然...(『孟子』 公孫丑 )
필유사언이물정 심물망 물조장무약송인연...(『맹자』 공손추 )

반드시 일이 있다고 해서 기필하지 말 것이며, 마음으로 잊지도 말고, 조장하지도 말아서, 송나라 사람처럼 하지 말지어다...

벌과 나비 출처-freedigitalphotos.net




이것은 원래 맹자가 그의 제자인 공손추와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는 방법을 얘기하다가 나온 이야기이다. 지극히 크고 지극히 강건한 기운인 호연지기는 도(道)와 의(義)에 부합되는 것으로, 이는 의(義)가 모여져서 생겨나는 것이지 갑작스레 취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맹자는 말한다.

우리가 살아감에 반드시 무슨 일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결과를 미리 예단하거나 기필하지 말라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한 대가로 얻어지는 그런 결과이어야지, 꼭 어떤 성과를 이루겠다고 기필하게 되면, 그 과정에 부정이 개입되거나 행동이 자연스럽지 못하게 된다.

맹자의 이 말은 물론 호연지기를 기르는 경우를 상정하여 말한 것이고, 무슨 일을 처리할 때,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를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오늘날 부모들의 자녀교육과 관련하여 귀감이 될 만한 좋은 얘기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잊지 말라’는 말은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에게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특히 교육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무관심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로망 롤랑은 “병든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죽어가는 여인, 죽어가는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잊혀진 여인”이라고 했다. 관심은 사랑이다. 그러나 그 관심이 지나치면 역효과를 가져 온다. 그것이 바로 ‘조장’(助長)인 것이다. 조장이란 문자 그대로 ‘자라는 것을 도와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말은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으로 많이 쓰인다. ‘좋지 못한 분위기나 행동을 부추긴다’거나, 혹은 ‘속성(速成)으로 무엇을 이루려다 오히려 망친다’는 그런 뜻으로 말이다.

맹자는 송나라 사람처럼 하지 말라고 하면서 기막힌 비유를 들고 있다. 어떤 송나라 사람이 들에 나가 보니, 자기 논에 심어 놓은 모가 남의 논의 것보다 작게 느껴져서, 그것을 쭉쭉 뽑아 키를 키우려 했다는 이야기다.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여기서 ‘알묘조장’(苗助長) 즉, “싹을 뽑아서 자라는 것을 돕다.”라는 성어가 나다. 세상에 이 이야기를 듣고 비웃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현대판 송나라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믿고 싶지 않지만, 영어발음을 잘하게 하려고 아이의 혀를 길게 늘이는 수술을 한다는 얘기도 있다.
송나라 사람이 웃을 일이다. 아니 밭 갈던 소가 웃을일이다.
무관심도 잘못이지만, 지나친 관심은 아이의 성장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를 끼친다. “勿忘, 勿助長”, “마음에 잊지도 말고, 일부러 조장하지도 마라.”는 맹자의 말씀이 오늘에도 새롭고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래서 이 좋은 봄날에 꽃과 벌 그리고 나비에게 물어 보았다. 그냥, 그저, 그대로...
소산-프로필

[저작권자ⓒ 한스타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