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이 갔습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고, 와서는 안 될 4월이었습니다.
5월엔 4월의 고통을 함께 치유하고 극복하며 지혜롭게 마무리하길 바랍니다. 5월 첫 주말 TV영화 미리 살펴보겠습니다.
▲ 금요일(2일) ebs 고전영화극장(밤 10:45)에서 ‘언포기븐(The Unforgiven, 1960, 감독: 존 휴스턴)’을 방송합니다. 미국 서부개척시대, 딸을 잃고 슬픔에 젖은 아내를 위해 인디언 아기를 훔치는 백인 남자가 있습니다. 원주민의 땅과 삶, 종족까지 말살한 백인들의 원죄가 자행되는 과정을 보편적인 인간의 죄와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영화입니다. 백인 가정에서 자란 인디언 처녀 레이첼(오드리 헵번)은 자기를 길러준 백인 가족과 인디언 친오빠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큰오빠 벤 재커리(버트 랭카스터)는 인디언 여동생을 여자로서 사랑합니다. 출생의 비밀과 입양한 동생과의 사랑 등 요즘 우리 막장 드라마와 비슷한 내용입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마이 페어 레이디’, ‘로마의 휴일’ 등 깜찍하고 우아한 공주 역이 잘 어울리는 오드리 헵번은 이 영화에서 대역 없이 말도 타고 총도 쏘며 강인한 인디언 처녀 역으로 변신했습니다.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오드리 헵번의 이색적인 모습을 즐길 수 있습니다.
- 같은 날 kbs1 명화극장(밤 12:10)은 ‘자유로운 세계(It's a Free World, 2007, 감독: 켄 로치)’가 전파를 탑니다. 실업자가 된 룸메이트 앤지와 로즈는 이주노동자들을 모집해 그들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는 사업을 시작합니다. 법을 피해가며 비합법적인 경영을 하는 그들에게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오지만 앤지와 로즈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합니다. 좌파적 성향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는 켄 로치가 이주노동자 착취에 대해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 토요일(3일) ebs 세계의 명화(밤 11:00)는 걸작 중의 걸작 ‘미션(The Mission, 1986, 감독:롤랑 조페)’을 준비했습니다.
1750년 마드리드 조약을 배경으로 벌어진 실화를 다룬 이 작품은 유럽 강대국 사이에서 처절하게 짓밟혔던 남미 원주민들의 수난사입니다. 여기에 전직 노예상인 신부 멘도사(로버트 드니로)와 멘도사를 사제의 길로 이끈 가브리엘(제레미 아이언스) 신부의 눈물겨운 투쟁과 희생, 순교가 함께합니다. 강한자의 논리에 힘없고 연약한 약자는 죽음으로 저항합니다.
이과수 폭포와 짙푸른 밀림의 대자연을 담은 영상(촬영감독 크리스 멘지스)과 슬프고 비장한 감미로움을 선사한 음악(엔니오 모리코네)은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이 작품에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대사로는 모두 표현되지 못할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입니다. 유명한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비롯해 원주민 소년들의 성가나 합창곡 등은 원주민과 선교사들 간의 소통의 기호가 되며, 정치적 갈등 해소를 위해 남미 식민지를 찾은 추기경에게는 원주민들이 진정으로 영혼을 가진 인간임을 깨닫게 되는 계기로도 작용합니다. 죽기 전에 10번은 보셔야 할 작품입니다.
▲ 일요일(4일) ebs 일요시네마(낮 2:15)가 선택한 작품은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Kramer vs. Kramer, 1979, 감독:로버트 벤튼)’입니다.
뉴욕의 전형적인 워커홀릭(일 중독자) 남편(더스틴 호프만)과 새 인생을 찾기 위해 집을 나간 아내(메릴 스트립)가 아들(저스틴 헨리)의 양육권을 놓고 벌이는 법정 소송입니다. 이 휴먼 드라마가 같은 해 요란한 홍보 속에 개봉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을 제치고 아카데미상을 휩쓸었습니다. 아카데미 작품-감독-각본-남우주연(더스틴 호프만)-여우조연상(메릴 스트립)을 수상했지요.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영상과 더스틴 호프만, 메릴 스트립의 절제된 연기가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1978년 ‘디어 헌터’에서 메릴 스트립을 처음 보고 ‘참 매력적이고 이지적인’ 느낌을 받았는데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서 연기하는 것을 보고 단박에 푹 빠졌습니다. 놓치지 마세요.^^
- ebs 한국영화특선(밤 11:00)에선 ‘의형제(2010, 감독: 장훈)’를 준비했습니다. 연기 잘하는 송강호, 얼굴 잘 생긴 강동원이 나옵니다.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와 남파공작원 지원(강동원), 작전 실패의 책임을 지고 한규는 국정원에서 파면당하고, 지원은 배신자로 낙인 찍혀 북에서 버림받습니다. 그리고, 6년 후.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의 신분을 속이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에게 접근합니다. 적인 줄만 알았던 두 남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로서 남자로서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강동원 팬들은 그의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 obs 주말 세 편 살짝 보겠습니다.
- 금요시네마(밤 11:05)는 ‘내 마음의 풍금(1999, 감독: 이영재)’입니다. 1960년대 시골 학교를 배경으로 이곳에 부임한 스물한 살 총각선생 강수하(이병헌)와 그를 짝사랑하는 열일곱 살 여 제자 홍연(전도연)과의 애틋한 사랑과 주변 인물들과의 이야기를 담은 서정적인 드라마입니다. 원작은 하근찬 소설.
- 토요시네마(밤 10:15)는 ‘리얼 스틸(Real Steel, 2011, 감독: 숀 레비 )’입니다. 2020년, 관중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복싱 경기장. 링 위에서 숨 막히는 승부를 펼치는 이들은 무려 900kg에 2m 50cm가 넘는 거대한 로봇 파이터들입니다. 더 이상 인간들의 격투 경기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 로봇 파이터들의 대규모 전투를 다룬 리얼 로봇 액션물입니다.
- 일요시네마(밤 10:15)는 ‘댄 인 러브(Dan In Real Life, 2007, 감독: 피터 헤지스)’입니다. 말괄량이 사춘기 세 딸을 키우는 싱글 대디 댄(스티브 카렐)에게 새로운 사랑 마리(줄리엣 비노쉬)가 찾아옵니다. 그런데... 헐! 그녀는 운 없게도 꽃미남 동생의 여자친구. 아빠의 사랑을 반대하는 세 딸과 복수심에 불타는 동생, 댄은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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