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TV영화] '이창' vs '이끼' 스릴러 맞짱

서 기찬 / 기사승인 : 2014-07-03 18: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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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3 컴컴한 극장에서 오직 눈과 귀로 스크린을 바라보고 느끼는 것은 사회적으로 인정된 훔쳐보기입니다. 영화 관람의 근본적 메커니즘은 관음증적인 쾌락이지요. 그러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행위는 독서나 예술작품 감상과 같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과 소통하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금요일 밤, 관음증을 소재로 한 히치콕 영화 ‘이창’을 놓치지 마세요.

이창2▲ 금요일(4일) ebs 고전영화극장(밤 10:45)에서 준비한 작품은 ‘이창(Rear Window, 1954, 감독: 알프레도 히치콕)’입니다. 7월 고전영화극장은 스릴러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제목 그대로 창 너머 또는 창 저쪽의 다른 세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훔쳐보기 즉 관음증이라는 인간의 은밀한 욕망과 본능에 관한 작품입니다. 관음증의 핵심은 나는 보는데 상대방은 그 시선을 모르는 데 있습니다. 일방적인 시각에 의존하며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기초할 때 성립하기 때문에 권력을 상징하기도 하지요.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제프가 이웃 사람들의 행동을 훔쳐보면서 느끼는 재미와 한 남자의 수상한 행동을 보면서 느끼는 호기심을 관객들도 똑같이 느끼게 해줍니다. 감독은 이러한 독특한 영화 기술로 관객들에게 훔쳐보기를 간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관음증은 누구나 갖고 있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정된 공간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일상의 작은 소재로 탄생된 스릴러의 걸작입니다. 빠르고 속도감 있는 현대적 연출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는 히치콕 감독이 왜 거장인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번 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명품입니다.
히치콕 감독의 ‘레베카(1940)’ ‘현기증(1958)’ ‘싸이코(1960)’ ‘새(1962)’도 강추합니다.

이끼- 같은 날 kbs1 명화극장(밤 12:10)은 모처럼 우리 영화를 방영합니다. ‘이끼(Moss, 2010, 감독: 강우석)’입니다. 원작은 윤태호의 인터넷 연재만화입니다.
해국(박해일)은 갑작스런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접합니다. 영화는 해국이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마을 이장과 이웃들의 과거를 밝혀내는 과정을 그립니다. 원작 만화의 광팬들과 강우석 감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지고 캐릭터 분석이 약하다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잘 만든 스릴러물입니다. 2시간 43분의 긴 러닝타임을 실감하지 못할 정도의 긴박감, 마지막의 극적인 반전 등 나름 흥미롭습니다. 박해일과 함께 정재영, 허준호, 유선, 유준상, 유해진, 김상호 등이 열연합니다.

7월4일생▲ 토요일(5일) ebs 세계의 명화(밤 11:00)시간엔 ‘7월4일생(Born on the Fourth of July, 1989, 감독: 올리버 스톤)’이 방영됩니다.
1900년 이후 있었던 많은 전쟁 중에서도 가장 더럽고 치욕스런 전쟁이라 일컬어지는 월남전에서 불구가 된 한 미국의 한 젊은이(톰 크루즈)의 삶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월남전 참전용사 출신인 론 코빅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했지요. 1926년 7월 4일 위스콘신 주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해병대에 자원입대했으며 교전 중 부상으로 하반신 불구가 되어 제대했습니다. 고국에 돌아온 뒤 월남전에 회의를 느끼고 반전 운동에 참여했으며 자신의 경험을 담은 소설 ‘7월 4일생’을 출판했습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 자신도 예일대를 중퇴하고 월남전에 참전해서 무공훈장까지 받았지만 그 후유증으로 인해 오래도록 방황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월남전 3부작 -‘플래툰(1986)’, ‘7월 4일생(1989년)’, ‘하늘과 땅(1993)’ - 을 통해 집요할 정도로 전쟁의 실체를 낱낱이 밝혔는데 본 작품은 그의 연출작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황야의 7인▲ 일요일(6일) ebs 일요시네마(낮 2:15)에선 7월을 맞아 ‘다시 보고 싶은 서부영화 4편’을 편성했습니다. 첫째 주는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 1960, 감독: 존 스터지스)’입니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일본 영화 ‘7인의 사무라이(七人の侍, Seven Samurai, 1954)’를 미국식 서부극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불의에 맞서 싸우는 7인의 주인공은 율 브린너, 스티브 맥퀸,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등 내로라하는 할리우드의 남자 배우들이 맡았으며, 의리 있고 심지 곧은 서부 사나이들의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엘머 번스타인이 작곡한 테마곡은 이 작품을 모르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유명하지요.

바람불어 좋은 날- 같은 날 ebs 한국영화특선(밤 11:00)의 선택은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감독: 이장호)’입니다. 이영호 안성기 김성찬 임예진 김보연 유지인 등이 나옵니다.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한 덕배와 춘식, 길남은 서울 변두리 중국집과 이발소, 여관에서 일을 합니다. 하지만 젊음 말고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세 청년에게 서울 생활은 각박하기만 하지요. 그래서 각기 고향은 다르지만 비슷한 처지의 세 청년은 서울 생활에서 느끼는 설움과 울분을 술로 달래며 우정을 나눕니다. 또 비슷한 처지의 여자를 만나 사랑도 하게 되지만 폭행사건에 휘말린 춘식은 형무소에, 길남은 군 입대로 덕배와 헤어지며 좋은 날에는 바람 불어도 흔들리지 않아야 겠다고 다짐합니다.
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한동안 맥이 끊겼던 한국 리얼리즘영화의 계보를 되살린 신호탄이란 점입니다. 70년대 독재정권 아래서 현실의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린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고 그 때문에 극장은 코미디나 에로물, 하이틴 물로 채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바람 불어 좋은 날’의 등장은 한국 리얼리즘영화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고 이후 배창호로 이어지며 80년대 말까지 사회의식과 작품성을 지닌 수작들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 obs 주말 세 편도 미리 엿보겠습니다.
- 금요시네마(밤 11:05)는 ‘익스펜더블2(The Expendables 2, 2012, 감독: 사이먼 웨스트)’입니다. 전직 특수부대 출신들로 구성된 최강 용병 익스펜더블 팀. 어느 날 작전 중인 동료가 무참히 살해당하는 음모에 휩싸입니다. 실베스타 스탤론, 제이슨 스타뎀, 브루스 윌리스, 이연걸, 아놀드 슈왈제네거 등 액션 좀 한다는 친구들 다 나옵니다. 킬링타임 용.

- 토요시네마(밤 10:15)는 ‘마법사의 제자(The Sorcerer's Apprentice, 2010, 감독: 존 터틀타웁)’입니다. ‘내셔널 트레저’의 니콜라스 케이지와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진이 다시 손을 잡고 최첨단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마법 전쟁을 그린 판타지 영화입니다.

- 일요시네마(밤 10:15)는 ‘아파트(2006, 감독: 안병기)’입니다. 세련된 고층아파트에서 홀로 살아가는 세진. 어느 날 밤 세진은 정확히 밤 9시56분이 되면 건너편 아파트의 불이 동시에 꺼지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아파트의 주민들이 한 사람씩 죽습니다. 고소영, 강성진, 장희진, 김동욱 등이 나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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