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앞을 못 보는 오드리 헵번이 열연하는 ‘어두워질 때까지’가 여름밤의 무더위를 씻어줄 것입니다. 일요일 저녁에는 말을 못하는 신혜수가 백치 아다다 역으로 변신합니다. 1980년대 한창 인기를 끌던 그녀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소리 소문 없이 스크린에서 모습을 감춥니다.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 일요일 밤엔 신혜수를 만납시다.
▲ 금요일(11일) ebs 고전영화극장(밤 10:45)에서 준비한 작품은 ‘어두워질 때까지(Wait Until Dark, 1967, 감독: 테렌스 영)’입니다. 7월 ‘스릴러 특집’ 두 번째 영화입니다.밀실과 어둠이 주는 공포를 극대화시킨 스릴러의 명품입니다. 감독은 눈이 보이지 않는 여주인공(오드리 헵번)을 아파트라는 닫힌 공간에 가두고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도 차단합니다. 공포와 긴장감이 엄습하는 밤이 찾아오면서 여주인공은 혼자의 힘으로 상황을 극복합니다. 그동안 주인공의 생활을 구속하고 적들에 의해 공포 요소로만 작용하던 어둠을 여주인공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짜릿한 반전이 시작됩니다.
감독 테렌스 영과 오드리 헵번의 인연은 참으로 독특합니다. 테렌스 영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네덜란드에서 부상을 입고 한 야전병원에 입원했는데 오드리 헵번은 그때 그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다고 합니다. 종전 후인 1945년 두 사람은 한 자선행사에서 다시 만났고 테렌스 영은 당시 전쟁 다큐를 준비하던 터라 오드리 헵번의 요청을 거절했지만 두 사람은 이후 각자 눈부신 성공을 거둡니다. 그러다 이십여 년이 지난 후 ‘어두워질 때까지’에서 감독과 배우로 만나게 됩니다.
‘어두워질 때까지’의 제작자는 오드리 헵번의 남편이었던 멜 페러였습니다. 그는 히치콕에게 연출을 맡기려 했으나 오드리 헵번의 추천으로 테렌스 영에게 메가폰을 맡깁니다. 테렌스 영의 연출도 기가 막히지만 만약 히치콕이 감독을 했더라면 어땠을까요? 궁금합니다.
- 같은 날 kbs1 명화극장(밤 12:10)은 ‘스파이 게임(Spy Game, 2001, 감독: 토니 스콧)’을 방송합니다. 얼짱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와 브래드 피트 주연의 첩보 스릴러물입니다. ‘탑 건(1986)’을 연출한 토니 스콧 감독이 스파이 첩보 영화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CIA의 베테랑 요원 나단 뮈어(로버트 레드포드)는 자신의 부하였던 젊은 요원 톰 비숍(브래드 피트)이 중국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비숍은 24시간 후 사형에 처해질 예정이지만 CIA 수뇌부는 국제관계 악화를 우려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합니다. 뮈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혜와 실력을 동원하여 비숍을 구출하기로 결심합니다.
▲ 토요일(12일) ebs 세계의 명화(밤 11:00)시간엔 ‘에비타(Evita, 1996, 감독: 알란 파커)’가 안방을 찾아갑니다. 마돈나, 안토니오 반데라스, 조나단 프라이스가 나옵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에비타’라는 애칭으로 불렀던 후안 페론 대통령의 부인 에바 두아르테 데 페론의 실화를 다룬 작품입니다. 뮤지컬 무대로도 많이 오른 작품입니다. 가난한 농부의 사생아로 태어난 그녀가 아르헨티나의 영부인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뮤지컬 형식으로 다뤘습니다. 끊임없는 자선 사업과 정치적 영향력으로 에비타는 군부와 상류층으로부터 지탄받았으나, 노동자와 빈민 계급으로부터는 더없는 사랑과 우러름을 받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은 독재 정권의 파트너로서 화려한 생활을 누리는 모순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아르헨티나 역사상 가장 유명하며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인물이자 동시에 가장 미움 받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역을 맡은 마돈나는 평론가들로부터 설득력 있는 에비타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 일요일(13일) ebs 일요시네마(낮 2:15)에선 7월을 맞아 ‘다시 보고 싶은 서부영화 4편’을 편성했습니다. 두 번째 작품은 ‘워 웨건(The War wagon, 1967, 감독: 버트 케네디)’입니다. 서부영화의 쌍두마차 존 웨인, 커크 더글라스가 주연입니다.
영화는 복수심에 불타는 전과자 토 잭슨(존 웨인)이 명사수 로맥스(커크 더글러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감옥에 보내고 자신의 땅을 빼앗은 프랭크 피어스(브루스 캐봇 분)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는 여느 서부극과 마찬가지로 황야를 가로지르는 말과 마차, 대평원을 질주하는 인디언들, 돈과 황금을 위해 총을 쏘는 총잡이가 등장하지만 악한을 물리치는 영웅이 등장하는 서부극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복수극입니다. 서부영화의 단골 소재인 골드러시 현상이 극의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으며, 누명을 쓴 채 감옥에 갔지만 자신의 땅에서 채굴한 금을 되찾으려는 주인공과 그를 죽이려는 악한의 극명한 대립 등 서부영화 특유의 단순명료한 플롯을 보여 줍니다.
- 같은 날 ebs 한국영화특선(밤 11:00)의 선택은 ‘아다다(ADADA, 1987, 감독: 임권택)’입니다. 22살의 신혜수가 열연합니다. 맑고 청순한 외모로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그녀가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한지일, 이경영, 전무송과 호흡을 맞춥니다.
계용묵의 단편소설이 원작이지요. 돈에 눈이 먼 배금주의와 영혼의 아름다움을 대비한 향토색 짙은 작품입니다. 1956년 나애심이 주연한 이강천의 ‘백치 아다다’ 이후 30년 만에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신혜수가 몬트리올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함으로써 1987년 ‘씨받이’의 강수연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에 이은 쾌거입니다.
▲ obs 주말 세 편도 미리 엿보겠습니다.
- 금요시네마(밤 11:05)는 일본영화 ‘고(Go, 2001,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입니다. 재일 한국인 3세 스기하라가 겪는 방황과 차별, 사랑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코믹 요소도 살짝 묻어있습니다.
- 토요시네마(밤 11:05)는 ‘엔드 오브 왓치(End of Watch, 2012,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입니다. LA 경찰과 마약 범죄 조직의 대결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경찰의 근무과정을 셀프 카메라로 촬영한 획기적인 방식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 일요시네마(밤 10:10)는 ‘더 레이븐(The Raven, 2012, 감독: 제임스 맥티그)’입니다. 천재 추리소설가 에드가 앨런 포(존 쿠삭), 어느 날 그의 소설을 그대로 모방한 연쇄살인이 일어납니다. 살인 전문 수사관 필즈(루크 에반스)는 포와 함께 범인을 찾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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