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해향교에 강의하러 가는 날이다.
아침 일찍 고속터미널로 향하다가 영동지방에 폭설로 강의를 진행할 수 없다는 기별을 듣고 그냥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오는 길에 전주콩나물국밥에 모주 한 잔이 허한 심사를 달래주기에 족하다.
집에와 창 밖에 날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다 문득,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는 그 고귀하고 신비한 "생명"이 떠올랐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지만,
그래도 지금은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립다.
"80년을 살고 나니까 생명이라는 것의 갸륵함을 느꼈습니다. 사람은 물론이고, 현미경으로만 보이는 곤충일지라도 몸이라는 작은 우주 안에 신기한 맥동을 갖고 있지요. 그러니까 주어진 시기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합니다."
첫 시집 <목숨> 을 낸지 60년만에 17번째 시집 <심장이 아프다> 를 출간한 86세의 소녀 김남조 시인의 말이다. 생의 마지막 5년쯤은 다른 사람의 시나 읽으며 살고 싶었는 데, 요즘도 시가 잘 써져 시집을 더 내야겠단다. 감성이 살아있고,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런 분이 영원한 소녀가 아니겠는가?
생명의 구원과 사랑을 위한 기도를 현대시의 한 주제로 자리매김한 인물(문학평론가/권영민)로 평가되는 김난조 시인은 시종일관 생명의 가치, 상호존중과 친화적 공존, 합일과 구원을 노래해왔다.
이 시는 바로 시인의 그런 철학을 생동감있는 시어로 잘 형상화시키고 있다. 모든 생명은 시련과 고통을 통하여 완성되는 것이며, 그것이 삶의 진실이요 본질이라는 것이다.
2014. 2. 8 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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