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바램
세상살이가 녹록치 않다
고래등 같은 저택에서
호사스럽게 떵떵거리며
그렇게 살고 싶다는 게 아니다
그저 할 일이 있고
처자식 먹여 살릴 만하고
가끔은 친구들과 소주 한 잔이라도
기분좋게 마실 수 있으면 하는 거다
머리 허옇고 허리 굽은 노인들
종일토록 버려진 종이 줏어 봐야
뜨신 국밥 한 그릇 값도 안되는
그 실정이 안쓰럽다
팔팔하고 꿈 많은 젊은이들
컵밥 먹고 쪽방에 자며 애를 써봐도
제대로 된 일자리 하나 찾기 어려운
이 현실이 안타깝다
맘껏 뛰놀며 자라야할 아이들
잘못된 세태와 부모의 욕심으로
코가 꿰이고 발이 묶여 질질 끌려가는
저 모습이 측은하다
노인들을 편안하게 해드리고
친구들과 믿음으로 함께 하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어주고 싶다던
옛 성인의 말씀이 오늘에 새롭다
소산
〈관련고전〉
ㅇ 子曰 老者安之 朋友信之 少者懷之 (論語 公冶長)
자왈 노자안지 붕우신지 소자회지 (논어공야장)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노인들을 편안하게 해드리고, 친구들과 믿음으로 함께 하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어주고 싶다.
어느 날 안연과 자로가 공자님을 모시고 마주해 있었다.
선생님께서 먼저 말씀을 꺼내신다. 너희들 각자의 바램을 말해 보려무나. 늘 용감하고 씩씩한 자로가 먼저 대답한다. "저는 좋은 수레와 가벼운 털가죽 옷을 친구와 함께 쓰다가, 친구가 그것을 망가뜨려도 탓하지 않겠습니다." 이어서 진지하고 차분한 안연이 말한다. "저는 착한 일을 하고도 자랑하거나 뽐내지 아니하고, 공로를 세우고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겠습니다."
묵묵히 앉아 계신 선생님을 자로가 가만 두지 않는다. 선생님의 바램을 듣고 싶습니다.
위에 인용한 것이 바로 공자가 말씀하신 자신의 바램이다. 아주 소박하고 간단한 것 같지만, 여기에는 시공을 초월하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폭은 관심과 사랑이 담겨 있다. 노인, 친구, 아이는 바로 한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이 되는 존재이자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오늘을 이루어 놓고 과거가 되어 잊혀져 가는 노인들을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다는 말씀은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절실하게 다가온다. 노령화 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로 바뀌어 가는 이 시대에 노인문제는 단순한 복지문제가 아니다. 길어진 여생을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자신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오늘을 함께 가꾸어가는 동시대인들 모두를 공자는 친구라 칭하였다. 그들이 각자의 일을 갖고 열심히 살되, 서로 믿음으로 상생하는 그런 따뜻한 사회를 바라고 있다."믿음으로 일하는자유인"이란 말 참 좋다. 고등학교 때 교훈( 校訓)이었지만, 이것은 내 인생의 교훈(敎訓)이 되었다.
믿음 그것이 종교적 믿음이건, 인간적 믿음이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믿음이건 다 좋다. 사람은 믿음이 없으면 잠시도 살 수 없다. 집에서 잘 수도 없고, 차를 타고 밖에 나갈 수도 없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수도 없고, 병원에도 갈 수 없다. 믿음이 없으면 사랑도 없고, 삶도 없게 된다.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우리의 아이들은 또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인가? 하지만 잘못된 세태와 부모들의 욕심으로 이들이 본성과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시들어 버리는 오늘날 우리의 교육현실이 안타깝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다. 가정과 사회와 국가가 합심하여 온 힘을 기울여 이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문득 옛 성인의 소박한 바램 속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의 과제와 바램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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