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봄
봄이 와서 꽃이 핀 것인가
꽃이 펴서 봄이 온 것인가
철모르는 인간들을
철들게 해주던 사시사철이
철을 잊고 헷갈리는 바람에
애꿎은 꽃들이 욕을 먹는다
꽃이 무슨 죄란 말인가
제 몸이 느끼는 대로 핀 것일 뿐인데
산수유 지기 전에 개나리가 피면 변인가
개나리 피기 전에 진달래가 피면 탈나나
축제기간 오기 전에 벚꽃 만발하면 안되나
하늘이 사람을 내고
사람의 갈 길을 인도하지만
인간의 잘못이 하늘을 찌르면
하늘도 노하여 세상을 뒤죽박죽 만든다
꽃이 펴서 봄이 온 것인가
봄이 와서 꽃이 핀 것인가
소산
<관련고전>
o 誠者 天之道也 誠之者 人之道也
성자 천지도야 성지자 인지도야
誠者 不勉而中 不思而得 從容中道 聖人也
성자 불면이중 불사이득 종용중도 성인야
誠之者 擇善而固執之者也
성지자 택선이고집지자야
(『中庸중용』 20장 )
참된 것은 하늘의 도요, 참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도이다.
참된 것은 힘쓰지 않아도 적중되고, 생각하지 않아도 얻어지며, 자연스럽게 도에 맞는 것으로 성인이 그러하다.
참되고자 하는 것은 착한 것을 가려서 굳게 지키는 것을 말한다.
참된 것, 성실한 것은 하늘의 도(道) 즉, 자연의 원리라 할 것이다. 과거에도 물론 여름하늘에서 우박이 쏟아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도 전체의 흐름은 변함이 없어, 사시가 제 때에 바뀌었다. 꽃은 피고 지고, 새들도 철에 맞게 오고 갔다. 하지만 요즘은 문제가 심각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이 생태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는 보고이다. 인간이 참되게, 성실하게 하늘의 도를 따르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이산화탄소의 다량 배출이 주범이란다.
근년 들어 우리나라도 사실상 봄, 가을이 없어진 느낌이다. 올해도 봄 날씨가 107년만에 최고로 올라가, 봄꽃들이 앞당겨 피고, 순서가 뒤죽박죽 야단이다. 옛날 한(漢)나라 선제(宣帝) 때의 명재상 병길(丙吉)이 궁으로 입조하다가 봄인데 소가 헐떡거리는 걸 보고 그 연유를 물으며, 그 해의 기후변화와 농사일을 걱정했다는 고사가 떠오른다. 벚꽃이 너무 빨리 피어 축제를 망치게 되었다고 걱정하는 지자체들의 얘기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의 영향, 또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보고 마냥 즐거워하지 못하고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현실이 슬프다. 그러나 현대철학의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가 바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임을 고려할 때 결코 단순히 넘길 문제는 아닌 것이다. 우리만 멋대로 살다가 함부로 버려도 되는 지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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