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리버스 스윕패를 당한 흥국생명 김연경이 코트에 누워 생각에 잠겨있다. / KOVO(한국배구연맹)
리버스 스윕패를 당한 흥국생명 김연경이 허탈해하고 있다. / KOVO(한국배구연맹)
[한스타= 이영희 기자] '식빵언니'가 졌다. 그것도 역전패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배구여제' 김연경이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지난 28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수원실내체육관에서 프로배구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경기가 열렸다.
5세트 14 대 15로 뒤진 상황에서 윌로우의 오픈 공격이 크게 벗어나며 리버스 스윕패를 당하자, 김연경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평소 경기에 패하더라도 동료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던 김연경의 모습을 이날은 볼 수 없었다. 정관장과의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지칠 대로 지친 김연경은 이날도 투혼을 보여줬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며 충격의 리버스 스윕패를 당했다.
흥국생명은 1.2세트까지만 해도 완벽한 모습이었다. 흥국생명이 자랑하는 김연경, 윌로우, 레이나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는 전위, 후위 가리지 않고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 에이스 김연경은 23점, 윌로우는 21점, 레이나는 20점을 올렸다. 그리고 김수지는 블로킹으로만 6점을 올리는 등 11점을 기록하며 중앙을 든든히 지켰다. 김수지를 앞세운 흥국생명은 높이의 현대건설(블로킹 10개)보다 9개나 많은 19개의 블로킹을 성공시켰다.
기록으로 보면 흥국생명이 도저히 질 거 같지 않은 경기였지만 현대건설이 모마를 앞세워 3세트를 잡아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4세트부터 흥국생명 선수들의 집중력에 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쉬운 판단에서 나오는 수비가 여러 차례 나왔다. 아무래도 체력 저하에서 오는 문제인 거 같았다. 실제로 경기 후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도 "아무래도 흥국생명이 4세트 이후에는 체력 저하가 보이는 거 같았다"라고 말하며 이 부분을 지적했다.
정관장과 플레이오프 3경기를 치른 흥국생명은 누가 봐도 체력이 문제였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팀이다. 그런데 천하의 김연경도 어느덧 36살이다. 올 시즌이 그녀의 현역 마지막일 수도 있고 그녀는 우승이라는 목표 하나만 보고 달려왔다. 그래서 흥국생명은 시즌 막판부터 김연경의 공격 점유율을 높이며 정규시즌 우승을 노렸다. 하지만 2위에 그쳤고 치열한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왔다.
이날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3(25-18, 25-14, 20-25, 20-25, 14-16)으로 패한 뒤 김연경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말없이 코트에 누웠고 심호흡하며 생각에 잠겼다. 한동안 말없이 코트에 누워있던 김연경은 이후 조용히 코트를 빠져나갔다.
김연경은 코트에 잠시 누워있으며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프로 무대를 완전히 떠나는 은퇴를 고민했지만, 현역 생활을 1년 더 연장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은퇴와 관련해 가장 고민되는 지점에 대해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녀의 현역 마지막 목표는 챔피언 결정전 우승이다. 과연 김연경은 힘들고 지친 상황에서도 흥국생명을 우승으로 이끌며 현역 마지막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한편 역대 17번 열린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52.9%였다. 어떻게 보면 높은 확률은 아니지만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는 흥국생명 입장에서 1차전을 내줬다는 건 좋은 징조는 아니다. '승장'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도 흥국생명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 강성형 감독은 "시리즈를 길게 끌고 가 체력전으로 승부할 생각이다"라며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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