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타= 박영숙 기자] "지금까지의 느낌이 좋다"
두산 베어스 이영하는 올 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손에 넣는다. 지난 2016년 두산의 1차 지명을 받은 이영하는 데뷔 첫 시즌 3승 3패 평균자책점 5.55를 기록하며 값진 경험치를 쌓은 뒤 2018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0경기(17선발)에 등판해 10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5.28의 성적을 남기며 본격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8년 이영하가 정점에 올라섰다.
이영하는 2019시즌 29경기에 등판해 163⅓이닝을 소화하며 무려 17승을 수확하는 등 평균자책점 3.64를 마크했다. 당시 17승은 KBO리그 2위에 해당되는 기록이었고, 두산은 '토종에이스'를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좋은 흐름이 계속되진 않았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이영하는 2020시즌 5승 11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4.64로 주춤했고, 2021년도 5승에 머물렀다.
급기야 예상치 못한 일까지 벌어졌다. 2022시즌을 치르던 중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이영하가 선린인터넷고 시절 학교폭력을 행사했다 폭로성의 글이 올라왔다. 이에 이영하는 8월 이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 마운드에서 상대 타자들과 싸웠어야 할 이영하는 학폭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정에서 다툼을 벌였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2023년 1심에서 이영하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
이영하는 2023년 6월에서야 드디어 마운드로 돌아올 수 있게 됐고, 36경기에 등판해 5승 3패 4홀드 평균자책점 5.49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이제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하지만 학폭 의혹으로 이영하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마운드에 서지 못하면서 FA 등록 일수에도 큰 피해를 보게 됐다.
그래도 당당하게 마운드에 설 수 있게 된 이영하는 지난해 59경기에서 5승 4패 5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99로 부활의 신호탄을 쐈고, 내친김에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승선하는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프리미어12 대표팀 발탁으로 인해 등록일수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되면서, 이영하는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FA 자격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2025시즌을 준비하는 이영하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이영하는 지난해 두산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T 위즈에서 무릎을 꿇은 다음날에도 잠실구장에 출근해 2025시즌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물론 프리미어12 대표팀 승선을 앞두고 있었기에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그야말로 쉴 틈 없이 운동을 해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영하는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몇몇 후배들을 이끌고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토코 쇼세이의 미니 캠프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를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가 지난달 21일 자세하게 보도했다. 당시 이영하는 토고와 훈련을 통해 포크볼에 대한 정확도가 높아진 것을 성과로 꼽으며 "기술적인 면보다 토코와 다른 일본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훈련을 대하는 자세나 경기에 들어갈 때의 사고방식에 대한 것을 많이 배웠다"고 설명했다.
최근 KBO리그에서는 불펜 투수들이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 중에는 불펜 투수들의 부진 등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은 팀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리고 FA 시장이 개장한 뒤 장현식이 4년 총액 50억원의 계약을 통해 KIA 타이거즈에서 LG 트윈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영하 또한 지난해 부활을 계기로 올해 더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대형 계약을 노려볼 수 있다.
일단 이영하의 2025시즌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는 모양새. 이영하는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벌써 40구-50구-30구를 던지며 예열 단계에 돌입했다. 특히 겨우내 개인훈련의 성과를 불펜 피칭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영하 또한 "지금까지의 느낌이 좋다. 페이스도 계획대로 올라오고 있다. 지난 1월 요미우리 미니캠프로 개인훈련을 떠나 준비한 것들이 지금까지 잘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그리고 이 흐름을 잘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그는 "개인훈련부터 지금까지 디테일한 투구에 신경 쓰고 있다. 불펜피칭 단계에서도 피치 디자인을 세분화한다는 생각으로 디테일을 찾고 있는데, 이 부분이 잘 되고 있는 느낌"이라며 "라이브피칭과 실전을 치르면서 지금의 과정을 좋은 결과로 이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선발 투수로 복귀하는 것이 아닌 이상 '17승 에이스'의 영광을 되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불펜 투수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만큼 다른 역할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치는 끌어올릴 수 있다. 우여곡절 속에 FA 취득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이영하가 과연 올 시즌 어떠한 성적을 남기게 될까. 일단 시작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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