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일반 개원가로 몰려들고 있다. 수요 대비 공급이 순간적으로 폭증하면서 급여 수준이 반토막 났지만 그래도 수련병원으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게 전공의들 생각이다./AI의사 이미지.
[한스타= 이영희 기자] '의사 안하겠다' 며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 대부분이 사직 처리된 가운데, 이들 상당수는 개원가로 쏟아져나오면서 구직난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무더기 사직 처리된 수련 병원 전공의들이 개원가로 쏟아져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피부과 등 미용 관련 일반 병원의 일반의 자리에 많은 이들이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 151개 가운데 전날까지 사직 처리 결과를 제출한 110개 병원에 소속이었던 전공의 7,648명이 일괄 사직 처리됐다. 해당 인원엔 임용을 포기한 이들도 속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사직 전공의 7,648명은 올해 3월 말 기준 임용 대상자인 1만 3,531명 가운데 절반을 넘은 56.5% 수준이다. 이에 각 수련 병원은 사직 전공의 수를 약간 웃도는 총 7,707명의 정원으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절차를 시작해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이번에 사직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9월 복귀 특례를 제안한 바 있다. 이는 의료법상 전공의 수련 중 사직할 경우 1년 이내 같은 연차와 진료과목으로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수련 지침에 대한 특례를 적용하는 것이다. 정부가 하반기 모집 응시를 두고 사직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리려는 유인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대부분의 사직 전공의는 수련 병원에 돌아가지 않고 일반 병원에 취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개원가에선 뜻밖의 구직난이 발생하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반면 병원 취업을 원치 않는 사직 전공의는 입대하거나, 해외 유학을 선택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일반의’는 일반 병원에서 진료를 보거나 직접 개원이 가능하다. 일반의는 전공의 전 단계인 의대 본과 5년, 인턴 1년을 마친 이들을 뜻한다. 일반 병원을 택하는 이들은 낮은 급여에도 자신의 병원을 개원하기 위해 취업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개원가는 많은 이들이 몰려 구직이 어려운 상황으로 확인된다. 한 매체를 통해 A 씨는 “의사 전용 구인·구직 사이트를 비롯해 커뮤니티에 올라온 구인 글을 보고 연락한 후 이력서를 보내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라며 “주변에서 일반 병원에 취업한 선후배들은 단기 아르바이트식이 아닌 이상 대부분 아는 사람을 통해 일자리를 구했다”라며 일반 병원 취업 현실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에서도 최근 채용공고에 많은 의사가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성북구의 한 일반병원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채용 공고를 올려도 한 달에 1~2명만 연락이 와 사실상 상시 채용이었다”라면서도 “의사 파업 이후 최근엔 전화와 문자 등 일주일에 최소 3명 이상이 구직 문의를 한다”라고 말했다. 의정 갈등이 발생한 이후 10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더하여 개원가에선 구직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일반의 월급을 낮추는 경우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같은 병원 소속이라도 업계 관행에 따라 분야와 경력에 개인마다 계약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는 기존 3~5년 차 일반의 월 1,000만 원 수준에서 사직 전공의가 개원가로 쏟아지면서 월급을 200~300만 원 줄여 계약하는 경우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 시내 한 병원 사무장은 “병원 위치 등 변수가 있겠지만 사직 전공의가 개원가로 몰린 이후 이전과 같은 기준인데 월급을 200만 원에서 300만 원가량 줄여 계약하는 경우가 늘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의대 증원 등에 반발하여 ‘의사 못 하겠다’며 사직한 전공의들이 일반 병원 구직 나선 행동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지난 2월 대전성모병원 사직 인턴은 “이런 상황에서는 도저히 의사를 못 하겠다, 그런 의견이 주류였다”라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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