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 - 그 속에 무심히 지나쳤던 새로운 세계가...

소산 / 기사승인 : 2014-02-11 07: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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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묘한 인연이다.
어제는 딸기를 먹고 있는데, 잘 아는 시인 한 분이 탐스런 산딸기 사진을 보내왔다. 문득 의상조사의 법성게가 떠올라 그 사진에 몇 줄 적어 답장을 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산딸기와 복분자가 궁금하여 찾아봤더니 같은 딸기 종류이지만 색깔이며 모양이며 맛과 효능도 제법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인연으로 오늘 아침 복분자(覆盆子)를 여러분께 소개한다. 이름의 유래는 대략 이렇다. 산에서 길을 잃은 어떤 사람이 이 열매를 열심히 따먹으며 연명하다 겨우 집을 찾아 와서 그 날밤 자다가 쉬를 하는데, 오줌줄기가 얼마나 셌던지 요강이 훌떡 뒤집어졌다고 해서 그런 요상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단다.
헌데 나는 오늘 이 아이한테서 못보던 것을 보았다. 늘 거시기를 생각하며 먹고 또 마셨는데, 오늘은 참 거시기하게도 선생님으로 보인다.
아니 진리의 깨달음을 몸으로 보여주는 도통하신 조사( 祖師)님으로 보이니 웬일일까? 무심히 지나치던 것도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 보면, 그 속에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일까?

Hen kei pan!
하나인 동시에 전부!


복분자(覆盆子)




어떤 이는 너를 보고
젖꼭지를 연상하고
문자깨나 아는 이는 요강단지 읽어내나
나는야 널 볼 때마다 조사말씀 떠오른다

알알이 씨를 품은
알맹이가 서로 붙어
여럿이 하나되고 하나가 여럿되니
그 안에 시방세계를 넉넉히 담았도다

우리네 인생살이
네 모습을 닮아서
너니 내니 분별말고 모두가 하나되어
커다란 우리 안에서 알콩달콩 살았으면

2014.2.10 소산



< 관련고전 >

ㅇ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體 多卽一
일중일체다중일 일즉일체다즉일

하나 중에 일체 있고 일체 중에 하나 있어,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니라.

ㅇ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
일미진중함십방 일체진중역여시

한 티끌 그 가운데 시방세계 머금었고, 일체의 티끌속도 또한 다시 그러해라.

義湘祖師(의상조사), [法性偈(법성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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