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난 내가 무지하다는 건 알고 있기 때문이오

소산 / 기사승인 : 2014-02-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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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에 대하여


도대체 안다는 게 무엇일까?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인가?
결국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뭐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구먼.
무지의 자각이 철학의 시작이라는 데...
철학은 진리의 암중모색이라는 데...
그럼 이제 살살 더듬어 볼까.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니라.
멋진 공자님 말씀을 공짜로 듣다니!

아니 이런 걸 어찌 앎이라 할 수 있나요?
데카르트가 참다 못해 끼어든다.
의심하고 의심해서 도저히 의심할 수 없는
명석하고(clear)도 판명한(distintive) 것.
이것이 바로 참으로 아는 것이지요.

공자가 벌떡 일어선다.
데선생! 당신은 대체 뭘 알려는 거요?
보편적 진리, 객관적 지식?
내게 한 번 물어 보시오.
앎이란 무엇이냐고?
그건 바로 사람을 아는 것이외다.

스스로 모른다는 걸 알면 으뜸이요,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면 이게 병통이라.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헌데 노자님은 왜 5천자나 설하신 거야?

뭐라구요? 소크라테스가 나선다.
난 노선생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오.
세상엔 현명하다 자처하는 자들 많지만,
내가 그들보다는 훨씬 낫소. 적어도 난
내가 무지하다는 건 알고 있기 때문이오.

노자가 덧붙인다. 참 아까 공선생께서
사람을 아는 게 앎이라 하셨나요?
자연을 아는 게 현명함 아닐까요?
좋은 말씀이요. 하지만 난 인간을 사랑하오.
새나 짐승과 함께 떼 지어 살 순 없지 않소?

韶山



<관련고전>

ㅇ 子曰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論語爲政 )
자왈 유 회녀지지호 지지위지지 불지위불지 시지야 (론어위정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자로야, 너에게 아는 것에 대해 가르쳐주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니라."

ㅇ 樊遲 問仁 子曰 愛人 問知 子曰 知人... (論語顔淵 )
번지 문인 자왈 애인 문지 자왈 지인... (론어안연 )

번지가 인(仁)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지(知)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는 "사람을 아는 것이다."라고 했다.

ㅇ 知不知上 不知知病 夫唯病病 是以不病 聖人不病 以其病病 (老子, 道德經71장 )
지불지상 불지지병 부유병병 시이불병 성인불병 이기병병 (로자, 도덕경71장 )

스스로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 훌륭한 것이요, 모르면서 안다고 여기면 병(잘못, 단점)이다.
자신의 병을 병으로 알면, 병이 아니다. 성인(聖人)이 잘못이 없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잘못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ㅇ 知者不言 言者不知 塞具兌 閉其門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是謂玄同,.. (老子, 道德經56장 )
지자불언 언자불지 새구태 폐기문 좌기예 해기분 화기광 동기진 시위현동,.. (로자, 도덕경56장 )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감각기관을 막고, 밖으로 통하는 문을 닫고,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고, 어지러운 것을 풀고, 그 빛을 누그려 뜨려 티끌과도 함께한다. 이것을 현묘한 합일(玄同)이라고 한다.

ㅇ 言者不知知者默 此語吾聞於老君 若道老君是知者 緣何自著五千文 (白居易, [讀老子] )
언자불지지자묵 차어오문어로군 약도로군시지자 연하자저오천문 (백거역, [독로자] )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하고,
아는 자는 침묵하여 말하지 않는다네.
나는 이 말을 노자에게서 들었노라.
만약 노자를 진정 아는 이라 한다면,
어찌하여 스스로 오천자나 되는
도덕경을 지었단 말인가?

ㅇ 致虛極 守靜篤 萬物竝作 吾以觀復 夫物芸芸 各歸其根 歸根曰靜 是謂復命 復命曰常 知常曰明 不知常 妄作凶 (老子, 道德經16장 )
치허극 수정독 만물병작 오이관부 부물운운 각귀기근 귀근왈정 시위부명 부명왈상 지상왈명 불지상 망작흉 (로자, 도덕경16장 )

비움이 극에 이르게 하고, 고요함을 독실하게 지켜라.
만물이 이리저리 생겨나지만, 나는 그 돌아감을 본다.
무릇 사물은 한 때 무성해도, 각기 뿌리로 돌아가나니,
뿌리로 돌아감을 고요하다고 하고, 이를 명(命:하늘의 명)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것이다. 하늘의 명으로 돌아가는 것을 상(常: 자연의 법칙)이라 하고, 자연의 법칙을 아는 것을 현명함이라 한다. 사람들은 자연의 법칙을 모르고, 함부로 흉한 일을 저지르고 다닌다.

ㅇ 夫子憮然曰 鳥獸不可與 同群 吾非斯人之徒與而誰與 天下有道 丘不與易也 (論語微子 )
부자무연왈 조수불가여 동군 오비사인지도여이수여 천하유도 구불여역야 (론어미자 )

공자께서 탄식하며 말씀하셨다. "새나 짐승과 함께 무리지어 살 수는 없지 않는가. 내가 이 사람의 무리를 버리고서 누구와 더불겠는가? 천하에 도(道)가 잘 실행되고 있다면, 나도 굳이 현실에 참여하여 이를 바꾸려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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