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박찬호가 역사에 남을 만한 은퇴식을 가졌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앞서 시구 및 은퇴식을 갖고 야구 인생의 제2막을 열었다. 국내 야구 사상 올스타전에서 은퇴식을 가진 선수는 박찬호가 처음이다.
박찬호는 1994년 한양대 2학년을 마친 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로 진출했다. 2000년 시즌 18승을 거뒀고, 2005년에는 100승, 2010년에는 동양인 최다승인 통산 124승을 기록했다. 또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는 등 한국 야구사에 큰 획을 그었다.
박찬호는 올스타전에 앞서 카니발을 타고 그라운드로 들어왔다. 한화 이글스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정든 마운드에 올랐다. 마지막 한번의 투구임을 되내는 듯 상기된 표정으로 홈플레이트를 바라봤다. 포수 미트를 끼고 앉아 있는 공주고 선배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을 향해 시구를 했다. 박찬호는 넉넉한 미소를 띤 김경문 감독을 향해 천친히 팔을 뻗어 마지막 피칭을 했다.
시구 후 박찬호는 김경문 감독과 뜨거운 포옹을 나눈 뒤 올스타 선수들의 축하 헹가래를 받았다. 마지막 소속 팀인 한화 이글스의 ‘61컬렉션’까지 전달 받은 박찬호는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 뜻깊은 은퇴식이다.
“솔직히 슬프다. 뭔가 떠나는 기분이다. 2012년 등판이 마지막일 것이라 생각했다. 20개월 동안 다시 마운드에 설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왔다. 이 자리가 공 하나만 던질 수 있는 기회였지만 뜻 깊고 영광스럽고 잊을 수 없는 자리였다. 후배 선수들이 만들어준 자리였다는 것이 더욱 영광이고, 후배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었다. 오히려 후배들이 앞으로 저에게 ‘어떠한 일을 해달라’는 책임감을 준 것 같다.“
- 2012년 11월 이후 어떻게 지냈나.
"은퇴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했지만 훈련을 놓을 수는 없었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다. 텍사스 시절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때 담당 의사가 지금 힘들어도 은퇴 이후의 어려움 보다는 나을 것이라 했다.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맞는 것 같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홈런을 맞고 망가질지언정 희망은 있었다. 그러나 은퇴를 하고 나니 야구 선수로서 다시 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없어졌다. 우울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다행히 골프를 시작하고 나서 집중하다보니 치유가 됐다."
- 지도자의 길은.
"매력적인 부분이긴 하다. 동시에 안타까운 부분이다. 모든 지도자들이 힘든 생활을 하고있다. 코치는 보통의 준비로는 실패하기 쉽다. 더 많은 공부와 성찰이 필요할 것 같다."
- 류현진을 바라보는 마음은.
"류현진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 기대한 것 이상으로 해주고 있다. 내가 미국 활동의 문을 열었다면 류현진은 한국 야구의 수준을 높였다. 이제 류현진은 아시아에서도 야구 이외의 부분까지 고려해야 하는 존재다. 선배가 문을 열었다 해도 성공한 후배가 없다면 그 문은 낡아서 없어진다. 고마운 부분이다."
- 오늘 남다른 감회를 느낄텐데.
"올스타전의 주인공은 올스타 선수들이어야 한다. 은퇴식으로 내가 미리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미안하다. 하지만 소중한 날이다. 후배 선수들이 갑자기 은퇴식을 한다고 연락했다. 영광스럽고도 부담스러웠다. 모든 야구 팬들이 주목하는 날이자 팀의 리더들이 모이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오래전부터 상상하고 꿈꿔 왔던 순간이었다. 꿈같은 일이 현실이 됐고 이런 기회를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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