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
해맑게 웃으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그녀, 최진실.미소가 아름다운 최진실(1968~2008)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벌써 6년이 다 되어 갑니다. 화장품 CF 엑스트라로 시작해 대한민국 모두의 연인으로 화려한 조명을 받았지만 개인생활에서는 썩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주말 다른 좋은 작품도 많지만 일요일 밤에 그녀가 나오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을 꼭 다시 봐야겠습니다.
▲ 금요일(25일) ebs 고전영화극장(밤 10:45)에서 준비한 작품은 7월 ‘스릴러 특집’ 마지막 영화 ‘밤의 열기 속으로(In the Heat of the Night, 1967, 감독: 노만 주이슨)’입니다.
미국 남부의 한 작은 마을,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린 흑인 형사 버질(시드니 포이티어)과 백인 보안관 빌(로드 스타이거)의 이야기로 인종주의의 편견, 왜곡을 극복하는 작품입니다.1960년대 할리우드는 인종주의라는 측면에서 거의 척박한 업계였기에, 흑인과 백인의 은근한 우정을 그린 ‘밤의 열기 속으로’는 상당히 혁명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보안관이 흑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는 그런 주제의식과 깊게 맞닿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함께 후보로 올랐지만 시드니 포이티어가 아니라 로드 스타이거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무능한 백인들의 조롱과 모욕을 참아가면서 묵묵하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시드니 포이티어는 현재의 흑인배우 덴젤 워싱턴이 떠오를 정도로 무척 지적입니다. 인종주의에 대한 영화인만큼 드넓은 목화밭에서 흑인들이 일하는 장면, 그럴 때 흘러나오는 남부 흑인음악 특유의 블루스 리듬도 무척 매력적입니다. 레이 찰스가 부르는 주제곡도 좋고 전체적인 음악을 조율한 퀸시 존스의 솜씨도 두말 하면 잔소리가 됩니다.
- 같은 날 kbs1 명화극장(밤 12:10)은 ‘쿨 러닝(Cool Running, 1993, 감독: 존 터틀티웁)’입니다.
캘거리 올림픽에 참가했던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팀의 실화를 코믹하게 영화한 작품이지요. 어려움을 딛고 서서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가는 젊은이들의 기상을 엿볼 수 있는 감동적인 작품입니다..
▲ 토요일(26일) ebs 세계의 명화(밤 11:00)시간엔 ‘서부전선 이상 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1979, 감독: 델버트 만)’가 찾아갑니다. 러닝타임 157분.
세계 제1차 대전은 3천2백만이라는 사상자를 낸 인류역사상 최악의 집단학살극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왜 죽여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모르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카메라는 아비규환 같은 전쟁터의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한순간의 실수로 독가스에 목숨을 잃는 신병, 포탄의 궤적에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좁디좁은 참호, 산산이 조각나는 몸뚱이...
18살 폴(리차드 토마스)도 담임선생의 선동에 넘어가 졸업과 동시에 친구들과 자원입대 합니다. 친구들 대부분 목숨을 잃거나 실종 또는 탈영합니다. 그리고 종전을 몇 시간 남기고 폴의 정신적 지주였던 캐트(어네스트 보그나인)마저 허무하게 세상을 떠납니다. 1918년 10월 11일 폴이 맑은 하늘 아래 적군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두던 날, 최고 사령부는 '서부전선 이상 없음'을 공식 발표합니다. 1929년 간행된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장편소설이 원작.
▲ 일요일(27일) ebs 일요시네마(낮 2:15)에선 7월을 맞아 ‘다시 보고 싶은 서부영화 4편’을 편성했습니다. 네 번째 작품은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The Ugly, 1966. 세르지오 레오네)’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리 반 클리프, 엘리 왈라치 주연.
이리저리 쫓겨 다니는 현상수배범 투코(엘리 왈라치, The Ugly).
의뢰인 목숨까지 빼앗는, 돈독 오른 악당 엔젤 아이스(리 반 클리프, The Bad).
우리들의 영원한 주인공, 현상범 사냥꾼 블론디(클린트 이스트우드, The Good).
김지운 감독이 완벽하게 오마주한 작품, 만주 웨스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이 생각납니다.
기존의 서부극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영웅 같은 정형화된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며 남군과 북군의 전투는 결코 숭고하지 않고 무의미할 뿐입니다. 영화는 20만 달러를 놓고 벌어지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통해 물욕은 절대 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이란 점을 보여줍니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 무법자 시리즈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 1964)’,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1965)’에 이은 완결판으로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공한 최고의 걸작입니다. 서부영화 하면 떠올리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으로도 유명합니다. 레오네 감독은 기존 서부극의 형식을 빌어 미국의 자본주의가 완성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영화의 배경인 남북전쟁을 ‘노예 해방 전쟁’이 아닌 산업화 과정의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자본주의 속성으로 보고 있습니다. 강추^^
- 같은 날 ebs 한국영화특선(밤 11:00)의 선택은 최진실 주연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1991, 감독: 장길수)’입니다. 최진실, 그녀가 보고 싶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해외 입양이 시작된 지 당시 40년이 넘은 시점에서 그때까지 방치돼 오던 해외 입양아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입양아를 수출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모순을 설득력 있게 꼬집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장길수 감독의 특기를 가장 잘 살린 작품 중 하나로 대부분이 스웨덴 현지 로케이션으로 이루어지고 배역도 현지에서 캐스팅되었습니다. 최진실은 스웨덴에 가서 외국어 대사로 연기를 했고 표정 연기와 뛰어난 감정 묘사로 백상예술대상에서 인기상을 받았습니다. 해맑게 웃던 최진실의 미소가 그립습니다.
▲ obs 주말 세 편도 미리 엿보겠습니다.
- 금요시네마(밤 11:05)는 ‘스윙걸즈(スウィングガ-ルズ: Swing Girls, 2004, 감독:야구치 시노부)’입니다. 재즈에 재미를 느낀 13명의 낙제 여고생들의 밴드 만들기 해프닝입니다. 대책없이 발랄했던 소녀들의 스윙밴드 도전은 성공할까요? 궁금하시면 500원.
- 토요시네마(밤 11:05)는 ‘가디언(The Guardian, 2006, 감독: 앤드루 데이비스)’입니다. 미국 해상구조대의 교관과 훈련생 이야기를 담은 ‘사관과 신사’ 풍의 액션 드라마입니다.치명적인 사고로 동료를 잃은 전설적인 구조요원 벤 랜달(케빈 코스트너)은 일급 해양구조요원을 양성하는 스쿨에서 학생들을 지도합니다. 그러던 중 벤 앞에 젊고 건방진 수영 챔피언 제이크 피셔(애쉬튼 커쳐)가 나타납니다.
- 일요시네마(밤 10:10)는 ‘한니발 라이징 (Hannibal Rising, 2007, 감독: 피터 웨버)’입니다. ‘한니발 렉터’의 성장과정을 담은 토머스 해리스의 동명 프리퀄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한니발은 2차대전 당시 라트비아 성 귀족의 아들이었지만, 독일 군인들로 인해 부모를 잃고 어린 여동생이 인육이 돼 희생되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봤던 어두운 과거가 있습니다. 한니발이 몬스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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