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유신독재가 한창일 때 인기가요가 무더기 금지곡으로 선정된 적이 있습니다. 그 중 송창식의 ‘왜 불러’ ‘고래사냥’이 포함됐습니다. ‘왜 불러’는 반말 투의 가사가 반항적이라는 이유로, ‘고래사냥’은 포경수술을 연상할 수 있다는 황당한 이유를 갖다 붙였습니다.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 감독: 하길종)’ 삽입곡이었지요. 일요일 밤 한국영화특선에서 1970년 대 대학생들의 꿈과 사랑, 일탈과 저항을 담았습니다. 올해 초 한국영상자료원 개원 40주년을 맞아 한국 영화학자와 평론가, 영화계 종사자 등 62인이 한국영화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바보들의 행진’은 ‘하녀’, ‘오발탄’과 함께 최고 작품(공동 1위)으로 뽑혔습니다. 강추합니다.^^*
▲ 금요일(10월10일) ebs 고전영화극장(밤 10:45)이 준비한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1968년, 감독: 프랑코 제피렐리)’입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969년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촬영상과 의상상을 수상했으며,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화려한 의상, 아름다운 배경과 더불어 제피렐리 감독이 세계 각지의 후보들 가운데서 고심 끝에 선택한 주인공 로미오(레너드 화이팅)와 줄리엣(올리비아 핫세)의 매력이 돋보입니다. 촬영 당시 16세의 청순한 올리비아 핫세는 그 시절 학생들 책받침이나 책 표지를 많이 장식했습니다. 지금 봐도 설렐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은 잘 훈련된 배우는 아니나, 원작 속 주인공들과 비슷한 나이대인 만큼 사랑에 빠진 십대의 열정, 솔직함, 순수함과 단순함을 누구보다 충실하게 표현해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화려하고 낭만적인 대사와 마치 살아 있는 듯 생생한 등장인물들이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작품이 고전 중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이유입니다.
- 같은 날 kbs1 명화극장(밤 11:50)은 ‘연가시(Deranged, 2012, 감독: 박정우)를 방영합니다.
치사율 100%에 이르는 연가시 감염의 공포에 빠진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국내 최초의 감염 재난 블록버스터입니다. 김명민, 문정희, 김동완이 열연했습니다.
▲ 토요일(11일) ebs 세계의 명화(밤 11:00)에서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1998, 감독: 스티브 스필버그)’를 선택했습니다. 톰 행크스, 에드워드 번즈, 톰 시즈모어, 빈 디젤, 맷 데이먼 등이 나옵니다.
‘단 1명을 구하기 위해 사지로 내몰리는 8명’이라는 억울한 임무에서도 밀러 대위(톰 행크스) 부하들은 밀러의 지시에 따라 움직입니다. 하지만 밀러 대위가 수전증에 시달리는 손을 부하들에게 감추는 이유는 자신이 부하들의 생과 사를 가를 수 있는 지휘관이자 전쟁의 공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병사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과거를 궁금해 하는 부하들에게 자신이 평범한 교사였다는 과거를 드러내면서까지 부하들을 설득해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강행하는 그의 모습에서 죽음을 담보로 하는 전쟁터의 논리가 얼마나 모순된 것인지 일깨워줍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2차 대전의 성패를 가른 사상최대의 상륙작전. 초반에 묘사되는 약 30분간의 오마하 해변 상륙 씬은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하는 압도적인 현실감으로 관객들을 정신을 혼미하게 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개봉당시 참혹한 장면에서 관객들이 구토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고 합니다.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며 찍은 핸드헬드 기법에 첨단 컴퓨터 그래픽 효과가 더해진 결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연출가의 상상력만으로 만들어진 장면이 아니라 로버트 카파와 같은 전설적인 종군기자의 당시 기록사진을 거의 그대로 묘사한 덕분이기도 합니다. 할리우드에서의 전쟁영화(전투신)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이 영화가 미친 영향은 큽니다.
▲ 일요일(12일) ebs 일요시네마(낮 2:15)에선 ‘시스터 액트(Sister Act, 1992, 감독: 에밀 아돌리노)’를 방송합니다.
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이 작품은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카지노 가수와 수녀라는 캐릭터들을 조합해 만든 코미디 영화입니다. 여기에 흥겨운 음악까지 더해지면서 이 영화의 재미는 배가 됐고 20여년이 지난 지금 봐도 여전히 재밌는 코믹 영화의 고전이 됐습니다. 또한 가장 성스러운 여성인 수녀들과 세속적인 여성인 밤무대 여가수가 음악을 통해 우정을 쌓고 서로를 이끌어주는 과정 역시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 같은 날 ebs 한국영화특선(밤 11:00)이 고른 작품은 ‘바보들의 행진(1975년, 감독:하길종)’입니다.
영화 ‘바보들의 행진’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청춘영화의 간판입니다. 당시 암울하던 시절 대학생들의 자화상과도 같은 영화로서 하길종 감독의 영화 가운데 흥행적으로도 성공한 작품입니다. 많은 평론가들이 대중적인 상업영화 속에 감독의 비판의식이 결합된 하길종 감독의 대표작으로 ‘바보들의 행진’을 꼽는데 재미있는 것은 하길종 감독 자신은 이 영화를 자신의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작품은 영화 곳곳에서 대학생들의 저항의식을 엿볼 수 있는데, 때문에 많은 장면이 삭제되어 개봉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하길종 감독이 돌아가신 이듬해 하길종 감독 1주기 기념식에서 검열에서 삭제된 부분을 다시 복원하였는데(물론 필름 자체가 아예 없어진 경우는 복원을 하지 못했지만) 이번에 방영될 영화도 이 복원판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영화를 보면 편집이 튀거나 자료화면 등이 들어간 느낌을 받는데 다소 아쉬운 대목입니다.
▲ obs 주말 영화도 미리 엿보겠습니다.
- 토욜 obs시네마(밤 10:10)는 ‘어브덕션(Abduction, 2011, 감독:존 싱글톤)’이 방송됩니다. 영화 ‘트와일라잇’의 늑대인간 테이러 로트너의 동물적 액션이 돋보이는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시고니 위버도 나오네요.
- 일욜 obs시네마(밤 10:10)는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 감독: 배형준)‘가 찾아갑니다. 지난 주 금요일에 편성된 작품인데 결방됐나 봅니다.깜찍한 외모, 순수한 미소, 유려한 말솜씨와 얼짱 영주. 하지만 그녀 본색은 고단수 사기경력으로 별을 달고 있는 터프걸입니다. 영주는 가석방 심사를 탁월한 연기력으로 가볍게 통과합니다. 출감하자마자 영주는 유일한 혈육인 언니결혼선물로 준비해둔 목공예 기러기 한쌍을 들고 부산행 기차에 오르는데...
김하늘 강동원의 코믹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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