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꽉 쥐고 있는 관람 태도라니 참으로 우습기까지 하다. 부지불식간에 긴장이 풀리며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하지만 릴렉스 됐음을 느낄 여유도 없이 다시금 초긴장하게 만드는 영화! <킹스맨>은 진정으로 매력 넘치는 영화다.
문제아, 루저였던 에그시(테론 에거튼)가 베테랑 스파이 해리하트(콜린 퍼스)를 만나 전설적 국제비밀정보기구인 킹스맨의 요원이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가 바로 <킹스맨>이다.
보통의 액션영화가 배신과 음모, 복수를 표방하고 있다면 이 영화는 의리와 보은(報恩)으로부터 출발한다. 위험한 순간에 목숨을 기꺼이 내어놓는 킹스맨의 의리, 촉망받는 젊은 요원 이었던 어린 에그시의 아빠는 해리를 대신해 죽음을 맞는다. 세월이 흘러 방황을 일삼던 청년 에그시에게 마법처럼 나타나 구원자가 되어준 해리는 살아있음에 대해 그렇게 보은을 시작한다.
주변부 인생에서 킹스맨의 일원이 되기까지 에그시가 보여준 모습들은 휴머니즘이 넘쳐 난다. 아버지를 꼭 닮아 위험한 순간에서도 자신의 안위보다는 먼저 동료를 도와주고, 마지막 관문에서 훈련기간 내내 함께 했던 강아지에게 차마 총을 쏘지 못한 채 킹스맨 최후의 1인이 되기를 포기한다. 또한 가족으로 인해 문제아가 됐으나 그의 중심엔 늘 가족이 존재한다. 에그시의 이런 따뜻한 인간애는 보통의 스파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냉철한 캐릭터라든가 상남자 캐릭터와 차별화를 시키며 매력도를 높여준다. 후에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에게 죽음을 당한 해리를 위해 완벽한 킹스맨으로 변신을 감행하고 위험에 빠진 세계를 구하는 모습은 그가 구축해 놓은 캐릭터로 인해 복수라기보다 자신의 은인 해리에 대한 보은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해리로부터 시작된 보은의 연결고리는 에그시에 의해 완벽하게 완성되는 것이다.
애정전선이 형성될 거라 기대했던 킹스맨 요원 록시(소피쿡슨)와 에그시, 역시 킹스맨을 더욱 멋지게 하는 것은 썸조차 타지 않는 동료애에 있었다. 되려 틸디 공주(한나엘스트롬)와 에그시의 19금 섹스코드는 허를 찔린 듯 하지만 유쾌한 B급 유머를 선사한다. 이렇듯 관객의 기대심리를 요리조리 피한 듯 뻔하지 않은 내러티브는 빈틈없이 잘 짜여져 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위험한 순간 에그시를 구한 해리의 모습 그대로 자신의 엄마를 구한 에그시, 이 엔딩 장면이야말로 매너가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주며 최고의 명대사를 제대로 구현해낸다. 환골탈태 문제아의 통쾌한 반란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영화 <킹스맨>은 시종일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압도적인 스케일,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 외에도 영국 젠틀맨을 연상시키는 스파이 해리하트와 에그시의 스타일리쉬한 모습은 클래식한 섹시함 그 자체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멋진 비주얼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 킹스맨만의 최고의 무기들- 방탄우산, 독침이 내장되어 있는 구두, 독약을 활성화시키는 만년필, 라이터 폭탄 등 - 은 현실성은 전혀 없지만 작은 도구로 무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영화를 더욱 영화적인 것으로 만들어 놓는다.
비장함마저 유쾌함으로 바꾸어 놓는 작품 킹스맨은 액션오락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에 충실하다. 악당 발렌타인의 조정으로 난투극이 벌어지는 교회 장면, 파티에서 모든 사람들의 칩이 하나 둘씩 터지며 죽어가는 순간은 마치 에그시의 승리를 예견해 주는 듯 불꽃놀이로 형상화 되며 한바탕 축제의 장이 된다. 교회 전투 장면, 불꽃놀이 장면 등에서 나오는 Free Bird, Give it up, Pomp and Circumstance March No.1등의 OST는 새로운 히어로의 탄생을 축하해주며 흥겨움을 더욱 고조시킨다.
기존 스파이 영화와는 상당히 다른 스타일리쉬함으로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영화 <킹스맨>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A급스러운 완벽한 B급 영화이다. 최고급 수트와 시종일관 유지되는 등장인물들의 매너는 차원이 다른 섹시함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아 두며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그런 이유로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는 에그시의 대사는 <킹스맨>이야말로 정말 영화다운 영화라는 자부심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현실적인 상상의 세계를 조금의 빈틈도 없이 완벽하게 구현해낸 영화를 만나는 것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다.
킹스맨 이후의 스파이 영화, 과연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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