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야구장에서 맞는 빈볼도 아프지만 정신적 빈볼도 아프다"
"다시한 번 구단에 폐를 끼치면 팀을 위해 떠나겠다"
드디어 김성근 감독이 입을 열었다. 감독실에 감도는 공기는 무거웠고 김 감독의 말도 묵직했다.
며칠 새 몸과 마음이 꽤 수척해져 있었다. 스트레스로 인해 위궤양이 생겼고 어지럼증까지 찾아와 링거를 맞았다. 한화 사령탑이 된 후 처음으로 감독실 소파에 누워 잠을 못 이루기도 했다.
최근 야구판은 '빈볼 논란'으로 뜨거웠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2일 부산 롯데전이었다. 당시 1-15로 끌려가던 5회말 투수 이동걸이 던진 3구째 공이 롯데 황재균의 엉덩이에 맞았다. 결국 양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달려 나와 올 시즌 첫 번째 벤치 클리어링을 펼쳤다.
그리고 15일 KBO 상벌위원회는 이동걸에게 KBO리그 규정 벌칙내규 제4항에 의거해 제재금 200만원과 출전 정지 5경기의 제재를 부과했다.
김성근 감독에게는 선수단 관리의 책임상 벌칙내규 제7항을 적용해 제재금 300만원을 부과했다.
또 '빈볼, 폭행, 도핑규정 위반 등의 경우에는 해당 구단에게도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신설된 리그 규정 제24조에 의거해 한화 구단에게도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이례적인 조치다. 그만큼 '뜨거운 감자'였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과 한화 구단 및 선수단은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모두 김 감독의 뜻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15일 "야구판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게다가 상대 팀 롯데 이종운 감독은 초보 감독이었다.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대응을 자제한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그는 "야구장에서 맞는 빈볼도 아프지만 정신적 빈볼도 아프다"는 말로 그간의 심경을 압축했다.
오히려 다른 이들을 먼저 걱정했다. 김 감독은 "투수들이 이제 겁이 나는지 몸쪽 공을 못 던진다. 그러면 쉽게 얻어맞는다"며 안쓰러워 했고, 울먹이며 전화를 걸어 온 막내 딸에게는 "괜찮아"라는 말로 다독였다.
당장 다음날이라도 옷을 벗으라면 벗겠다는 각오까지 한 상태다.
김 감독은 "이동걸이 전날 찾아와 죄송하다고 하더라. 주장 김태균은 대표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으나 내가 말렸다. 괜히 도마 위에 오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책임은 내가 안고 간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걸을 1군 엔트리에서 빼지 않는다. 리더는 선수를 버리지 않는다.
부과된 제재에 관해서는 "KBO가 내린 결정이니 따라야 한다. 그 법이 싫으면 떠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4년 만에 돌아온 현장은 김 감독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그는 "감독과 코치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프로야구는 앞을 보고 달리고 있는데 왜 긁어 내리는지 모르겠다. 프로야구에 다시 돌아온 만큼 전력 투구해 무언가 변화를 이루고 싶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괜히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말미에 김성근 감독은 "이번 일로 선수단, 구단, 팬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한화 팬이 등돌린다면 너무나도 슬픈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시 한 번 구단에 폐를 끼치면 팀을 위해 떠나겠다"며 모든 것을 자신이 안고 가겠다는 뜻을 재차 분명히 했다.
올해로 일흔셋, 김성근 감독의 봄은 열정과 냉정 사이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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