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 애인보다 무겁네요?"
- '첨밀밀(甛蜜蜜, Comrades: Almost A Love Story, 1996, 감독:진가신)' 중에서.
소군(리밍)에겐 고향 무석에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습니다. 이교(장만옥)에겐 아직 남자친구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교는 자기를 사랑하는 조폭 보스를 만나게 되고 함께 살지요.이 대사는 소군과 이교가 홍콩서 처음 만나 친해지면서 소군이 자전거 뒤에 태워 이교를 데려다 주며 하는 말입니다.등려군의 노래 '첨밀밀'이 달콤하게 흐릅니다.
1986년 3월 상해발, 홍콩행 열차를 앞뒤로 앉아 함께 탄 소군과 이교. 두 사람의 끈질긴 인연과 사랑과 이별 이야깁니다.
1980년대 중반 중국은 개혁, 개방 물결의 흐름 속에 젊은이들은 너도나도 ‘홍콩 드림’을 좇아 대륙을 벗어나려 합니다. 각자의 꿈을 안고 홍콩에 도착한 소군과 이교는 대만 최고의 가수 등려군(1953~1995)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 ‘첨밀밀’은 등려군의 노래 제목입니다. ‘꿀처럼 달콤한 사랑’이란 의미지만 영화는 마지막 장면의 달콤한 재회를 맛보기까지는 고단하고 힘든 여정, 안타깝고 애절한 이별을 반복합니다. 1980년대 중국이 개혁, 개방을 부르짖을 무렵 ‘중국의 낮은 늙은 등(등소평)이 지배하고, 밤은 젊은 등(등려군)이 지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등려군은 대륙에서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외롭고 낯선 홍콩에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나면서부터 서로에게 의지하는 친구가 되고 이내 곧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소군에게는 고향 무석에 결혼하기로 한 약혼녀 소정이 있고 이교에게는 사랑보다 돈을 많이 벌어 호화롭고 풍족한 생활을 하려는 꿈이 있습니다.
1990년, 소군은 고향에 있는 약혼녀를 홍콩으로 데려와 결혼을 하고 이교는 홍콩 조폭 보스 표와 함께 결혼식에 참석합니다. 3년 만에 만난 소군과 이교는 각자 배우자를 두고도 서로를 향한 감정이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합니다.
1995년, 표와 함께 도피생활을 하던 이교는 표가 부랑배들과 시비 끝에 목숨을 잃자 절망합니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관광가이드 일을 하며 어려운 생활을 이어갑니다. 겨우 중국으로 돌아갈 돈을 모아 비행기 티켓을 예약한 이교는 라디오에서 등려군의 사망 소식을 들은 뒤 쓸쓸히 뉴욕의 차이나타운 거리를 배회합니다. 무심코 걸어가던 이교는 한 가전제품 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멈춥니다. 등려군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TV 프로그램을 무심코 바라봅니다.
이교와 소군은 나란히 서서 등려군 특집 방송을 한참 쳐다봅니다. 먼저 고개를 돌리는 이교, 서서히 쳐다보는 소군. 둘은 가만히 미소를 짓습니다. 등려군의 노래가 흐르고 오랜 이별은 마침표를 찍습니다.
등려군의 노래는 영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두 남녀의 정서를 대신합니다. 만남과 헤어짐의 순간마다 흐릅니다.
홍콩에서 첫 이별 후 서로 배우자가 있는 가운데 재회한 소군과 이교가 서로에 대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길에서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장면에서 흐르는 노래(‘굿바이 마이 러브 再見, 我的愛人’)가 애절합니다.뉴욕에서 등려군의 사망 소식을 들은 이교와 소군이 서로에 대한 생각을 하며 정처없이 걸을 때 나오는 노래(‘저 달이 내 마음을 대신해요 月亮代表我的心’)는 감미로운 슬픔입니다.
개혁과 개방의 바람 속에 대륙에서 홍콩으로, 홍콩에서 뉴욕으로 떠도는 중국 젊은이들의 인생과 사랑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리고 있는 영화 ‘첨밀밀’은 인연과 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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