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주말 TV 영화]
EBS TV 일요시네마(10일 오후 2시15분)에서 4월 한 달 동안 ‘반짝이는 남자 배우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주 일요일(3일)에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흐르는 강물처럼’을 방송했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 주인공은 ‘베니와 준’의 조니 뎁입니다. 주말 EBS가 준비한 영화들을 미리 살펴봅니다.
- 8일 금요일 밤 11시35분 고전영화극장에서 방영할 작품은 ‘제3의 사나이(The Third Man, 1949, 감독: 캐롤 리드)’ 입니다. ‘시민 케인’의 콤비 오슨 웰스, 조셉 코튼 주연.
실제로 스파이로 일한 적이 있는 영국 작가 G. 그린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영국 작품으로, 영화사를 빛낸 명작의 반열에 단골로 오르는 고전 입니다.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작품에 비견되며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서스펜스물 중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명작입니다.
연합국이 점령 중인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오스트리아 빈을 무대로, 한 미국인 소설가가 친구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과정을 담은 영국 스릴러영화입니다. 비밀스런 사건이 주는 긴장감과 전후 도시를 감도는 음울한 서정을 다양한 촬영기법을 통해 훌륭히 묘사해낸 작품으로, 시대의 불운과 모순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안톤 카라스의 치터(목이 없는 납작한 현악기) 선율이 흐르는 인상적인 라스트신으로도 유명합니다.
- 9일 토요일 밤 11시45분 세계의 명화가 선택한 작품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입니다. 르네 젤위거, 콜린 퍼스, 휴 그랜트 등 출연.
이 영화는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동명소설은 영국 고전 소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여자 주인공인 브리짓 존스는 <오만과 편견> 속 엘리자베스 베넷과는 정반대의 인물. 엘리자베스는 지적이고 총명한 여성이지만, 브리짓은 덜렁거리고 백치미가 넘칩니다. 여느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과도 사뭇 다르지요. 브리짓은 현대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나름 사회적으로 독립한 여성으로, 주변에서 결혼을 재촉하는 분위기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위기감을 느끼기도 하는 모습은 많은 여성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더욱이 자기관리에 허술하고, 덜렁거리는 브리짓은 다른 로맨틱 코미디 속 완벽한 커리어우먼 여주인공과는 차별됩니다. 또한, 르네 젤위거는 완벽한 브리짓을 구현하기 위해 10kg 넘게 살을 찌우고, 촬영 전에 영국 출판사에서 일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 덕에 로맨틱 코미디계에서 브리짓 존스는 독보적인 캐릭터가 되었고, 르네 젤위거는 이 작품을 통해 2002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 10일 일요일 오후 2시15분 일요시네마 시간에는 ‘베니와 준(Benny & Joon, 1993, 감독: 제레미아 S.체칙)’을 편성했습니다. 조니 뎁, 매리 스튜어트 매스터슨, 에이단 퀸, 줄리안 무어 등 열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영화 ‘베니와 준’은 자칫 ‘비정상’으로 분류되기 쉬운 인물들을 내세워 평등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만들었습니다. 신경과민에 제멋대로인 준은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논리와 폭력으로 점철돼있다고 믿습니다. 습관적으로 집에 불을 지르고 사람들에게 쉽게 가시를 세우고 마는 준은 다소 정상이 아니기는 합니다. 베니는 끈기와 인내심으로 준을 돌보지만 그건 준을 인간 대 인간으로 이해하려는 의도라기보다 가족이자 장남으로서의 책임감에서 비롯한 행동입니다. 어떤 의미부여도 없이 즉흥적인 생활을 이어가던 샘은 준에게 호기심을 보이지요. 점점 자신만의 세계로 침잠해가는 준에게 샘은 조심스럽게 다가갑니다.
청년기 조니 뎁의 대표 캐릭터라 해도 좋을 만큼 샘은 조니 뎁의 매력을 최대치로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마치 버스터 키튼처럼, 조니 뎁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선 샘을 무표정과 깊은 눈빛으로 표현합니다. 표정없이 우스꽝스러운 슬랩스틱을 펼쳐 주변에 웃음을 안기는 한편, 진심의 바닥이 어디쯤인지 궁금해질 정도로 깊고 묵직한 눈빛으로 캐릭터의 존재감을 확고히 합니다. 특히, 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무명배우 루시와의 첫 만남에서 샘이 루시가 출연한 영화의 한 장면을 즉석에서 연기해 보이는 장면은 더없이 사려 깊고 따스한 접촉의 기억으로 남습니다.
- 10일 일요일 밤 11시 한국영화특선에선 ‘맨발의 청춘(1964, 감독: 김기덕)’이 안방을 찾아갑니다. 신성일, 엄앵란, 트위스트 김, 이예춘(이덕화 부친), 윤일봉, 이민자 등이 나옵니다.
영화 ‘맨발의 청춘’은 신분을 뛰어 넘는 비극적 사랑을 다뤄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렸고, 이러한 테마는 ‘청춘영화’의 전형을 이루며 이후, 신성일을 주인공으로 한 이 장르의 아류작들(‘불타는 청춘’(김기덕, 1966), ‘위험한 청춘’(정창화, 1966))을 양산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고급 리무진 차량들로 즐비한 요안나의 장례 운구행렬과 대조적으로 두수의 부하격이던 트위스트 김이 끄는 가마니 덮인 초라한 리어카는 강렬한 시각적 대비를 이루며 계급의 장벽을 환기시킵니다. 도시의 젊은 관객들은 다방이나 댄스홀, 트위스트로 상징되는 대중문화의 코드들에 열광했는데, 그 이면에는 청춘의 사랑을 가로막는 기성세대들의 낡은 가치관과 4·19 혁명을 통해 꿈꿨던 민주주의가 무너진 자리에 5·16 쿠데타 이후 만연하게 되는 젊은 세대들의 좌절감과 패배주의가 충돌하는 양상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일본 영화 나카히라 코우의 ‘진흙투성이의 순정’(1963)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청춘스타 커플인 신성일-엄앵란은 이 영화가 히트한 1964년 워커힐에서 3천여 인파 속에 결혼해 스크린 속 커플이 실제 부부가 되는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신성일이 연기하고 있는 두수 캐릭터는 청춘영화 속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해, 청바지와 가죽점퍼, 반항적 눈빛 등은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의 상징처럼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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