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주말 TV 영화]
- 20일 금요일 밤 11시35분 고전영화극장에서 감상할 작품은 ‘코드네임 콘돌(3Days of the Condor, 1975, 감독: 시드니 폴락)’입니다. 로버트 레드포드, 페이 더너웨이, 클리프 로버트슨, 막스 폰 시도우 등 출연.
제임스 그래디의 소설 ‘콘돌의 6일’을 각색한 이 영화는 6일의 긴 시간을 3일로 압축, 사건의 비밀을 좇는 남자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1975년 냉전 막바지 미국, 영화는 함정에 빠진 CIA 자료 조사요원의 고군분투를 통해 국가의 음모를 고발합니다. 영화 속 주인공 터너가 느끼는 혼란은 관객의 혼란이 됩니다. 적은 소련의 첩보기관도, 중동의 군부도 아닙니다. 조직을 위해서 살인도 마다않는 조직 내의 조직, 그것은 극단적 애국주의에 휩싸인 미국이었습니다.
고뇌에 빠진 스파이가 된 로버트 레드포드와 그를 돕는 미녀 페이 더너웨이, 그리고 표정 없는 살인자를 연기하는 막스 폰 시도우의 연기는 영화에 묵직함을 더해줍니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이 영화를 포함해 7편의 작품을 시드니 폴락 감독과 함께 했고, 시드니 폴락의 든든한 영화적 동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지적인 연기에서 더 돋보이는 레드포드는 이듬해 만들어진 워터게이트 사건 소재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알란 J. 파큘러 감독)에서도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기자로 출연했습니다.
조직의 함정에 빠진 남자가 자신을 둘러싼 음모에 접근해간다는 이 영화의 내용은 이후 '본 시리즈' 등 수많은 첩보영화들을 통해 변주되었습니다.
- 21일 토요일 밤 10시45분 세계의 명화에서 준비한 작품은 ‘천장지구(天若有情, 1990, 감독: 진목승)’입니다. 유덕화, 오천련, 오맹달 등이 나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류의 이루지 못할 사랑의 키워드에 당시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겪은 홍콩의 분위기가 녹아있는 작품. 부모 세대 또는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 갈등을 겪고 있는, 삶의 목표도 꿈도 없는 청년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안정된 삶을 꿈꾸지만 끝내 좌절되고 만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내에까지 ‘유덕화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명실상부하게 유덕화의 매력을 가장 도드라지게 보여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당시 ‘천장지구’의 영향으로 유덕화의 오토바이, 청재킷, 찢어진 청바지 등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특히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오토바이를 달리는 장면은 숱한 드라마와 예능 등에서 패러디 됐습니다.
제목인 ‘천장지구(天長地久)’는 ‘하늘과 땅만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사랑’이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내 버전의 제목이고 홍콩 버전의 원제목은 ‘천약유정(天若有情)’입니다. ‘천약유정’은 당나라 시인 이하의 시에서 따온 말로 ‘하늘에도 정이 있다면’이라는 뜻입니다. 강추!
- 22일 일요일 오후 2시15분 일요시네마 시간에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Four Weddings And A Funeral, 1994, 감독: 마이크 뉴웰)’이 편성됐습니다. 휴 그랜트와 앤디 맥도웰이 호흡을 맞춥니다.
가질 수 있지만 소유할 수 없고, 소유하고 싶지만 뭔가 망설여지는 과오를 반복하는 찰스(휴 그랜트)에게 하나 둘 가정을 이뤄가는 주변 친구들의 행복한 모습은 부러운 대상인 동시에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사랑과 자유, 혹은 자유로운 사랑을 혼동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유쾌한 로맨스 스토리입니다.
휴 그랜트의 전매특허가 된 어수룩한 매력남 이미지는 바로 이 영화에서 시작되었으며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Sex, Lies, And Videotape, 1989)’로 스타덤에 오른 앤디 맥도웰은 영국에 온 미국여자로 분해서 농염한 연기력을 선보입니다. 영화 못지않게 사운드트랙이 대히트를 기록했고 특히 'wet wet wet'이 부른 'Love Is All Around'의 세계적인 히트는 영국산 로맨틱코미디의 결정판쯤으로 제작된 '러브 액츄얼리'에서 캐롤 버전으로 리메이크 되어 겨울용 명곡으로도 자리 잡았으며 이 외에도 엘튼 존을 적극적으로 끌어 온 사운드트랙 선정도 훌륭합니다.
- 22일 일요일 저녁 11시 한국영화특선 시간에는 ‘신기전(2008, 감독: 김유진)’이 방송됩니다. 정재영, 한은정, 허준호, 안성기 등이 나옵니다.
2003년 국내 첫 천만 관객 돌파작인 ‘실미도’(1108만명) 이후 ‘왕의 남자’(1051만명), ‘화려한 휴가’(685만명)가 차례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팩션(faction)은 한국영화의 베스트셀러 장르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역사적 사실 또는 실화에 극적 재미를 덧붙여 완성한 팩션 작품들은 한국 관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 중 하나가 됐습니다.
영화 ‘신기전’은 조선 역사 속에 실재한 세계최초의 다연발 로켓화포 ‘신기전’을 소재로, 극비리에 신무기 개발에 착수한 세종과 이를 저지하려는 명과의 숨 막히는 대결, 촌각을 다투는 신기전 개발 과정, 그리고 이를 지켜내려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팩션 대작입니다. 또한 단순히 역사를 재조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륙 10만 대군과의 거대한 전투 씬, 천지를 흔들어 놓았던 신기전의 위용, 스펙터클한 볼거리 등 풍부한 오락성까지 겸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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