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타= 이영희 기자] “쉽지는 않을 것”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은 30-30을 사실상 예약했다. 지난 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서 29번째 홈런을 치면서, 1홈런만 보태면 대망의 최연소-최소경기 30-30을 이룬다. 진짜로 궁금한 건 40-40이다. 김도영 정도의 기량, 운동능력에 경험이 쌓이면 올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40-40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범호 감독에게 4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물었더니 지극히 현실적인,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쉽지는 않을꺼에요.” 사실 올해 그냥 30-30도 아니고 3할-30-30에, 최연소, 최소경기 30-30, 나아가 3-30-30에 100타점-100득점까지 도전하는 시즌이니 40-40은 무리하게 도전할 필요가 없다는 답이 나올 줄 알았다.
완전히 예상을 벗어났다. 이범호 감독은 오히려 “40-40은 정말 드물게 나오는 기록이니까 기회가 생겼을 때 하면 본인에게도 우리나라 야구에도 굉장한 역사가 될 수 있다. 도전해 볼 수 있으면 도전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30-30 이후 40-40에 욕심을 내는 제자가 지나치게 무리하지만 않는다면 도전을 막을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이유는 매우 현실적이다. 김도영이 아무리 제2의 이종범이라고 해도 40-40은 쉽게 할 수 없는 대기록이라는 게 이범호 감독의 생각이다.
이범호 감독은 당장 올 시즌 40-40 가능성을 두고 “지금 도루야 일부러 안 하고 있는 것 같고. 체력적으로 아끼면서 가는 것 같다. 관건은 홈런일 것인데, 아마 가면 갈수록 견제가 심해질 것이다. 턱걸이 수준에서 움직이지 않을까. 35개에서 40개 언저리까지 갈 것 같다”라고 했다.
실제 김도영은 올 시즌 13.93타수당 1홈런을 쳤다. 앞으로 잔여 39경기서 꼬박꼬박 4타수씩 추가한다고 가정하면 11.2홈런을 추가한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딱 40홈런인데, 이범호 감독은 이게 ‘맥스’라고 봤다. 여기서 페이스가 떨어지면 떨어지지 빨라지지 않을 것이란 현실론이다.
김도영조차도 시즌 초반보다 컨디션이 조금 떨어졌다고 인정했다. 이범호 감독도 체력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데뷔 3년만에 처음으로 풀타임을 치러본다. 체력이 떨어지지 않으면 이상하다. 괴물이지만 사실 김도영도 사람이다. 여기에 이범호 감독은 분명히 투수들의 견제가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럴 경우 페이스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고, 결국 40-40은 냉정히 볼 때 실패할 확률이 낮지 않다는 의미다. 물론 이범호 감독은 아끼는 제자의 사기를 감안해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냉정히 볼 때 40-40은 정말 쉬운 기록이 절대 아니다.
나아가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이 향후 경험이 더 쌓이고 더 농익은 야구를 선보이더라도 40-40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점점 갈수록 견제가 심해질 것이다. 도루는 쉽게 하는 친구이고, 홈런도 30개 정도는 충분히 칠 것 같은데 40-40은 정말 대단한 기록”이라고 했다.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은 늘 "야구는 어렵다"라고 말한다. 아무리 강타자라고 해도 갑자기 확 부진한 시즌이 있다. 팀 선배 최형우가 2021~2022년에 그랬고, 올해 나성범도 컨디션이 올라왔다고 해도 근래 몇 년간 가장 안 좋은 페이스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역대 KBO 최고타자 이승엽, 이종범 등도 잘 나갈 때 애버리지보다 떨어진 시즌이 있었다.
그래도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의 도전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체력 관리 등 모든 면에서 코칭스태프도 잘 도와줘야 한다. 그래야 선수가 경기서 좋은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 어느 정도 도전이 시작되면 잘 할 수 있게 준비를 하겠다”라고 했다.
이렇게 볼 때 KBO리그 역사상 유일한 40-40 달성자 에릭 테임즈(2015시즌, 47홈런-40도루)가 정말 위대했음을 알 수 있다. 테임즈는 2015년 최소경기 30-30에 성공한 뒤 시즌 140경기만에 40-40에 성공했다. 올해 김도영이 테임즈보다 30-30 페이스가 빠르니 40-40을 하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무엇보다 21세, 젊음이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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