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1호대포 6913일만에 468호 '최다홈런 신기록'...홈런볼 주운 관중 혜택은?

박영숙 / 기사승인 : 2024-04-25 09: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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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홈런으로 KBO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한 SSG 랜더스 최정./SSG 랜더스

 

[한스타= 박영숙 기자] "어릴 때부터 지도해 주신 모든 타격코치님들께 이 공을 돌리고 싶다"

SSG 랜더스 슬러거 최정이 한국 프로야구 새역사를 만들었다.

 

최정은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개인 통산 468호 홈런을 터트리며 ‘국민 타자’ 이승엽(467호·현 두산 베어스 감독)을 넘어 KBO 리그 역대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가 됐다. 최정은 이날 3루수,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2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지난 17일 KIA 타이거즈와 맞대결에서 윌 크로우가 던진 150km 강속구에 옆구리를 맞으면서 본의 아니게 휴식기를 가졌던 최정은 지난 23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갈비뼈 미세골절이라는 오진 이후 단순 타박으로 검진 결과가 바뀐 후 6일 만이었다. 비로 인해 '노게임'이 선언됐지만, 최정은 23일 첫 타석부터 2루타를 터뜨리는 등 공백기가 무색한 타격감이었다. 그리고 전날보다 조금 더 나아진 모습을 통해 24일 다시 한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첫 번째 타석에서 유격수 뜬공, 두 번째 타석에서는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던 최정의 방망이가 불을 뿜은 것은 세 번째 타석이었다. 최정은 롯데 선발 이인복이 던진 초구 슬라이더를 제대로 공략했다.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은 최정의 타구는 153.3km의 속도로 뻗어나갔고, 사직구장 외야 좌측 관중석 중단에 떨어지는 솔로홈런으로 연결됐다. 지난 2005년 5월 21일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터뜨린지 무려 6913일 만에 KBO리그 '최정상'에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지금껏 수많은 홈런을 쳐왔던 최정이지만, 이 홈런이 보유한 의미는 조금 남달랐다. 그만큼 수많은 기록으로 연결된 홈런이었다. 최정은 이 홈런으로 '라이언킹' 이승엽 감독이 보유하고 있던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 것은 물론 역대 '최초' 1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게 됐다. 그리고 팀 명칭이 SK 와이번스에서 SSG 랜더스로 바뀐 뒤 터뜨린 100번째 홈런이었고, 최정이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은 뒤 그린 300번째 아치였다.

 

많은 기록이 숨어 있었던 홈런인 만큼 SSG는 엄청난 상품을 내걸었다. 최정의 468홈런을 잡은 뒤 기증하는 이에게는 2024-2025년 라이브존 시즌권 2매와 최정의 친필 사인 배트 및 선수단 사인 대형 로고볼, 2025년 스프링캠프 투어 참여권 2매, 스타벅스 음료 1년 무료 이용권, 조선호텔 75만원 숙박권, SSG 상품권 50만원권 등 총 1500만원 상당의 선물을 안기기로 했다. 그 결과 KIA 타이거즈팬 강성구씨가 최정의 역사적인 홈런볼을 손에 넣었고, 흔쾌히 홈런볼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이날 SSG는 경기 초반부터 외국인 선발 로버트 더거가 부진한 투구를 거듭하면서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정의 468번째 홈런으로 분위기가 SSG 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특히 7회초 공격에서는 최정이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을 얻어내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SSG는 해당 이닝에만 4점을 수확하며 승기를 잡았다. 그리고 9회초 두 점을 더 달아나면서 쐐기를 박았고, 마침내 2연패의 늪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최정의 최다 홈런 기록과 함께 짜릿한 역전승, 홈런볼까지 확보하는 등 모든 것이 '해피엔딩'이었다.

 

2024시즌이 시작할 때부터 '빨리 치고 싶다'는 말을 되풀이했던 최정은 마침내 만들어낸 역사에 대한 소감을 묻자 "너무 후련하다"는 말을 가장 먼저 꺼냈다. 이어 최정은 "19년 연속 10홈런과 468홈런이 한 번에 겹치면서 부담이 컸다. '야구적인 면에서 안 좋아지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468번째 홈런이 빨리 나와서 다행이고, 기분이 좋다"며 "어릴 때부터 지도해 주신 모든 타격코치님들께 이 공을 돌리고 싶다. 그리고 홈런 기록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정은 사실 홈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고. 그는 "치자마자 넘어가는 타구는 아닌 것 같았다. 사직 펜스가 높기 때문에 펜스에 맞고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 빨리 뛰었는데 다행히 넘어갔다. 그런데 넘어가는 순간 구단에서 세리머니를 해주려고 하는데, 그때부터는 그 걱정을 하면서 뛰었다. 원정 구장에서 나오지 않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약간의 아쉬운 마음과 민망함이 있었다. 홈 팬들 앞에서 축하를 받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주중 원정 경기에다가, 부산에서 경기가 열렸던 만큼 SSG 팬들이 많지 않았고, 특히 경기에 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홈런이었기에 대기록을 만들어내고도 맘껏 웃지 못했다. 최정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지는 상황에서의 홈런이었다. 앞선 타석에서 잘 못 쳤고, 세 번째 타석에서 팀이 지고 있는데 뜬금포 느낌이었다. 이 그림은 나오지 않았으면 했다. 어찌 됐건 세리머니가 끝났는데 '제발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역전해서 이겨서 기분이 좋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최정은 "그라운드를 돌 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고 있는데 지금 나오면 어떡해'라는 생각도 했다. 홈런 두 개가 남았을 때부터 타석에서 편하지 않았다. 내가 타석에 들어서면 표시를 하기 위해 투수의 볼을 바꿨지 않나. 상대 투수에게도 미안했다. 여러가지 복합적으로 타석에서 집중도 잘되지 않았다. 기분이 묘한 상태에서 야구를 했던 것 같다. 어제보다 방망이가 잘 돌았지만, 홈런을 칠 것 같은 느낌은 없었다. 타석에서도 여지없이 좋지 않았다. 홈런이 나왔지만, 좋은 감은 아니었다. 결국 5타수 1안타 아닌가. 그래도 오늘 끝나서 후련하다"고 덧붙였다.

 

 

최정의 468번째 홈런볼을 잡은 강성구씨./SSG 랜더스

최정의 468호 홈런볼을 주운 관중에게 돌아가는 혜택./SSG 랜더스

 

20년 동안 꾸준함의 결과가 만들어낸 최다 홈런. 본인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최정은 "운이 좋은 놈"이라고 말했다. 그는 "몸에 맞는 볼도 많았는데,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린 적도 없다. 이런 능력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그렇게 많이 맞았는데, 큰 부상이 없었던 것에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은 2012년 넥센 강윤구 선수를 상대로 센터 방면에 홈런을 쳤던 것이다. 당시 타격 메커니즘을 바꿔보자는 생각이었는데 홈런이 나왔고, 그 터치감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유지하려고 한다. 그 홈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돌아봤다.

 

물론 야구를 하면서 힘들었을 때도 있었다. 최정은 "2014~2015년 권태기 비슷한 것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마음을 가졌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공부가 됐다. 덕분에 어려운 상황이 있을 때 멘탈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었다. 내 장점이자 단점이 재밌는 것이 있으면 잘하고 싶어 하는 것과 재미없는 것 속에서도 재미를 찾으려고 한다. 그래서 김성근 감독님이 계실 때 '수비에도 기술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힘들다'는 소리도 하지 않고 다 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실력이 느는게 느껴지면 더 기분이 좋고 설레고,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우여곡절이 만들어낸 기록이 역대 최초 1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과 468개의 누적 홈런이다. 최정은 "남들은 천재라고 하지만, 나는 노력형이라 생각한다"며 "유일하게 깨지기 싫은 기록이 두 자릿수 홈런이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잘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올 시즌 목표도 10홈런이었는데, 달성하게 돼 좋다. 올 시즌 목표는 달성하게 됐으니 조금 편하게 시즌을 치를 수 있을 것 같다. 600홈런은 조금 힘들 수 있지만, 500홈런은 욕심이 난다. 사실 욕심보다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게 새로운 목표를 주고, 마음가짐을 바꿔 보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최정은 "우리 선수들이 '인천에서 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는데, 그래도 빨리 나온게 더 좋다. 팀 성적도 중요하기 때문에 개인 기록을 빨리 해치우고 싶었다. 이승엽 감독님의 기록을 넘어서 너무 영광스럽다. 야구를 하면서 이런 대단한 기록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실감이 안 나지만,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기념구는 일단 내가 간직하고 싶다. 19시즌 연속 10홈런과 468홈런 두 의미가 담겨 있다. 만약 구단이 보상을 해준다면, 줄 의향은 있다. 볼을 기증해 주신 팬분께도 감사하다. 구단이 혜택에 신경을 쓴 덕분이다. 그 헤택 잘 누렸으면 좋겠고 부럽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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