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이 같은 학교 남학생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선생님에게 알렸지만, 오히려 학교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해 논란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AI가 만든 이미지.
[한스타= 이영희 기자] 한 여중생이 동급생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피해 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으나 학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또 졸업 후에야 열린 뒤늦은 학폭위원회에서는 2차 가해성 발언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져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앞서 지난 14일 SBS 보도에 따르면 피해 학생 김 모 양(17)은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 4월, 같은 반 동급생 A군에게 강제 추행을 당했다며 피해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교사와 학교 측은 이를 방관했고, 사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양은 A군과 연인 관계로 지내던 중 불쾌한 신체 접촉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처음으로 만난 남자친구였으나 김 양은 신체 접촉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중학생 정서에 맞지 않는 스킨십을 해서 거절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지난해 11월, A군이 김 양을 강제로 옥상 바닥에 눕히고 옷 안으로 손을 넣으려 하면서 성폭행 시도로 이어졌다. 놀란 김 양은 뺨을 때리고 가까스로 그 자리를 피했다.
이후 김 양은 즉시 학교 선생님을 찾아가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학교 측은 지난 1월 졸업식이 열릴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따르면, 학교폭력 현장을 목격하거나 사실을 인지한 자는 즉시 학교나 관계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은 김 양이 졸업한 후에서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에 회부되었다.
피해자 측은 학폭위가 열리는 과정에서 적절한 보호 조치가 없었으며,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김 양은 학폭위에서 인근 학교 교장 등으로부터 "요즘 학생들은 신체 터치는 동의하지 않나", "옥상에 왜 따라갔느냐", "왜 진작 신고하지 않았느냐" 등 피해자를 탓하는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들은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반면, A군은 학폭위에 인근 교육지원청 장학사인 어머니와 함께 출석하여, "연인 간의 스킨십으로 잘못이 없다"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A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했으며, 사건을 연인 간의 갈등으로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김 양의 어머니는 "성인들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자기 딸이 당했다면 똑같이 얘기할 수 있겠느냐"라고 학교와 학폭위의 대응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김 양의 어머니는 사건 당시의 충격과 학교의 부적절한 대처로 인해 딸이 오랫동안 고통을 겪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 사건은 학교의 미흡한 대처로 인해 피해자가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당국은 피해자 보호 시스템 강화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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