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10억원 대 원룸 건물을 보유한 김모(58,여)씨는 10여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미혼인 큰아들과 함께 살았다. 퀵서비스 배달원인 둘째아들은 2011년 결혼해 분가했다. 두 아들이 모두 장성해 남부러울 것 없던 김씨는 장남 정모(32)씨와 함께 지난 달 13일 홀연히 사라졌다.
경찰에 신고한 건 차남 정모(29)씨였다. 정씨는 지난달 16일 인천 남부 경찰서 학동지구대를 찾아 '어머니가 실종됐다'고 신고했다. 김씨와 장남이 실종된 지 사흘이 지나서였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참고인 조사를 벌이던 차남 정씨의 일부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정씨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도 '어머니'와 '형' 등의 단어가 나올 때마다 음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김씨의 행적 중 5시간 30분가량을 증명하지 못해 차남 정씨를 지난달 22일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정씨는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와 달리 입을 굳게 다문 채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존속살인 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와 실종사를 찾지 못한 경찰은 결국 체포 16시간만에 정씨를 풀어줘야 했다.
유력한 용의자인 정씨가 묵비권을 행사하고 실종자의 행방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수사는 길어졌다. 경찰은 정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정씨가 지난 5~7월 총 29편의 살인 및 실종 관련 방송 프로그램 영상을 내려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모든 정황 증거들이 차남 정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지만, 직접 증거가 없어 그의 죄를 입증하기엔 힘들어보였다.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는 뜻밖에도 차남의 부인(29)에게서 나왔다. 최근 그는 남편이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경찰에 진술했다. 평소 차남 정씨가 도박을 즐겼던 강원도 정선의 한 야산과 정씨의 외가가 있는 경북 울진의 한 저수지 였다.
경찰은 정씨 부인을 대동하고 23일 시신 수색 작업을 벌여 이날 오전 9시 10분께 강원동 정선군 신동읍의 한 야산에서 김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 없는 살인 사건'으로 자칫 미궁에 빠질 뻔한 실종사건의 엉킨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하는 순간이였다.
이어 24일 새벽 차남 정모씨가 범행 사실을 자백하고 시신 유기 장소를 진술 함에 따라 장남 정씨의 시신을 경북 울진에서 발견했다.
도박빚이 불러 일으킨 인륜을 저버린 참혹한 사건이 막을 내렸다.
[저작권자ⓒ 한스타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