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축구밖에 모르던 ‘축구 바보’이자 오로지 축구만 바라보고 살았던 ‘축구 바라기’ 최은성 골키퍼가 정들었던 필드를 떠난다. 오는 20일 저녁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상주와의 16라운드를 끝으로 1997년부터 이어진 ‘수호신’ 명함을 내려놓는다.
전북은 ‘K리그 레전드’에 대한 예우로 특별한 은퇴식을 준비했다. 최은성은 상주전에 선발로 출전해 전반 45분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날 그의 백넘버는 ‘532’이다. ‘532’는 최은성이 상주전에 출전하면 기록하게 되는 K리그 통산 출전 경기 숫자다. 철인이었다.
많은 발자취를 남기고 떠난다. 1971년 4월5일생인 최은성은 만 43세로 현역에서 은퇴한다. K리그 역사상 최고령 출전 3위에 해당한다. 1위는 45세의 나이로 은퇴한 신의손이고 2위는 지금껏 뛰고 있는 44세의 김병지다.
최은성은 18년간의 현역 생활을 단 두 팀에서만 활약했다. 1997년부터 2011년까지 대전, 2012년부터 현재까지 전북의 수호신이었다. 대전 시절은 K리그 역사에 굵은 획을 남겼다. K리그 통산 한 구단에서 가장 많은 경기 및 시즌을 소화한 선수다. 대전에서의 15시즌 동안 464경기는 이 부문 최고 기록이다.
최은성 다음으로 한 구단에서 가장 많은 시즌을 소화한 선수는 13시즌을 뛴 김해운(성남 1996~2008), 신태용(성남 1992~2004), 이운재(수원 1996~2010), 최인영(울산 1984~1996) 등이 있다. 최은성 다음으로 한 구단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선수는 신태용(성남 401경기), 김현석(울산 371경기)이다.
K리그 통산 531경기에 출전해 674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1.27골이라는 준수한 방어력으로 18년을 보냈다. 2004년(32경기 30실점)과 2005년(33경기 26실점)에는 0점대 실점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K리그의 전설이었다.
2002월드컵에 참가한 것을 포함해 행복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최은성에게도 못내 아쉬운 점이 있다. 끝내 우승 트로피는 들어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딱 한 번 찾아왔던 행운도 불운 때문에 빗겨갔다. 대전이 놀라운 투혼으로 2001년 FA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나 정작 마지막 순간 최은성은 없었다. 부상으로 병원에서 TV로 동료들의 세리모니를 지켜봐야했다.
전북에 입단했을 무렵 최은성은 “솔직히 우승은 꼭 해보고 싶다. 다른 팀들이 우승하는 것만 봐왔는데 너무 부러웠다”면서 “동료들과 무엇을 함께 이뤘을 때의 희열을 느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우승은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개인운동이라면 머리 깨지더라도 한 번 해보겠는데 단체운동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잖는가. 우승트로피, 꼭 한 번 들어보고 싶다”라는 꿈을 말하던 최은성은 행복해 보였고 또 간절했다.
그 꿈이 지난해 이뤄질 뻔했다. 그런데 마지막 계단에서 물거품 됐다. 전북과 최은성은 FA컵 결승에 올랐으나 포항에게 트로피를 내줘 준우승에 그쳤다.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 기억이다.어쩌면, 올 시즌 끝날 때까지만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면 꿈이 실현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최은성은 미련을 버렸다. 후배들을 위해 길을 열어주기로 결심했다. 후배들의 축구 열정을 자신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꿈도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바보처럼 순수한 사람이다. 너무 순수해서 그의 축구사랑은 뜨겁다 못해 눈물겹다.모든 선수들의 귀감이 될‘축구바보’ 최은성. 이런 선수가 있었다는 것은 K리그의 자랑스러운 역사다.
[저작권자ⓒ 한스타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