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뻥] 사랑하는 남녀, 왜 강도가 됐을까

서 기찬 / 기사승인 : 2014-09-29 0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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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 클라이드 미소

-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 Clyde, 1967, 감독: 아서 펜)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우는 1930년대 초미국 서부에서 강절도를 일삼던 남녀 2인조 범죄자입니다. 둘은 1932년 어느 파티에서 우연히 만나 한 눈에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강도행각을 벌입니다. 보니와 클라이드는 은행, 주유소 등을 털면서 경찰 9명을 살해하고 여러명의 시민도 희생 시킵니다. 늘 경찰에 쫓기며 방황하고 갈등하면서 유랑하지요. 1934년 5월 루이지애나에서 수십발의 총알을 맞고 숨지기까지...

Great To Be Nominated Series

영화의 역사에는 작품의 예술성이나 또는 엄청난 상업적 성공과는 상관없이 한 시대의 지표가 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영화들은 자연히 평론가나 기자들의 입과 손을 거쳐언론의 주목을 받게됩니다. 그러다 사회적인 이슈나 논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젊은이들은 이러한 작품들을 새로운 시대정신의 모델로 숭배하는가 하면 영화 속의 주인공들을 우상화하기도 합니다.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들, 특히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A Bout De Souffle, Breathless, 1959)'는 1950년대 말과 60년대 프랑스 젊은이들의 바이블이었고 거의 비슷한 시대 일본의 젊은이들은 나기사 오시마의 '청춘 잔혹사(1960)'에 열광했습니다. 우리 영화의 비극은 이러한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그래서 새로운 세대를 이끌어가는 영화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무수한 청춘영화가 1960년대와 70년대에 난립했고 80년대 이후에는 소위 '하이틴 영화'가 제작됐지만, 현대 한국의 문화사에 기록될 한국영화는 찾기 힘듭니다. 그나마 한 작품을 뽑으라하면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1975)'밖에 떠오르질 않습니다.

보니 클로즈업

아서 팬 감독의 1967년 작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1960년대 말이라는 격변과 혼란,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의 시대를 산 미국 젊은이들의 분노와 꿈 그리고 처참한 좌절을 대변한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그 이상입니다. 한 시대의 좌표를 설정한 영화일 뿐 아니라 이 영화는 지금까지도 현대 미국영화의 걸작 중의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이 영화의 원제목은 '보니와 클라이드(Bonnie & Clyde)입니다. 실제했던 2인조 남녀 강도의 이야깁니다.
보니와 클라이드의 성장기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이 이어지면서 보니 역의 페이 더나웨이, 그리고 클라이드 역의 워렌 비티가 소개됩니다. 그리고 조연급의 배우들이 자막으로 보여지고 나면 갑자기 보니의 육감적이고 고통에 찬 입술이 대담한 클로즈업으로 나나납니다. 그리고 보니의 정서불안정한 모습이 사선 프레임과 급작스러운 연결로 이어지지요. 그때 창문의 프레임으로 구속된 보니의 시선에 차를 훔치려는 클라이드가 보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보니는 뛰쳐나가 클라이드를 유혹합니다.

보니 마지막에서 두번째

영화는 이렇게 포스트 모더니즘 이라는 헷갈리는 1990년대, 2000년대의 기준으로 보아도 파격적입니다. 보니와 클라이드는 그들의 첫번째 강도 행각을 함께할 때까지도 서로 이름도 모를 정도입니다. 게다가 보니는 흰색 드레스에 귀부인용 핸드백을 들었고 클라이드는 양복 정장에 멋진 중절모자 차림입니다. 총만 안들었다면 편안하고 여유있는부르조아 상류층 부부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한 갱 영화가 아닙니다. 서부 개척의 프론티어 정신과 청교도의 윤리가 만들어낸 미국이 어떻게 소작농의 아들과 카페의 여급을 희대의 은행강도로 만드는 끔찍한 사회가 되었는가를 파헤치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입니다. 그러나 또 생경한 리얼리즘을 솜씨없이 목청만 크게 외치는 영화가 아닙니다. 한 시대를 넘어 남성이라는 섹스를 힘과 권위의 화신으로 고착화시키는 문명의 비극을 클라이드라는 임포텐스의 갱과 그를 사랑으로 감싸는 한 여자 보니로 상징화 시킨 문명비판적인 영화입니다.

보니 마지막

이 작품은 흔히 '뉴 아메리칸 시네마(New American Cinema)'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까지의 미국 영화는 그 당시 미국의 사회적 모순들과 비극적인 현실을 담았습니다. 영화 속 보니와 클라이드의 목표는 일반 시민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일반 사람들에겐 오히려 도움을 주곤 했습니다. 그들의 타켓은 은행과 경찰 입니다. '뉴 아메리칸 시네마'는 사회에 대한 반항과 폭로, 비틀기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가 여지없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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