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뻥]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딴죽, 비틀기

서 기찬 / 기사승인 : 2014-11-10 09:33:22
  • -
  • +
  • 인쇄

- '바톤 핑크(Barton Fink, 1991, 감독: 조엘 코엔)


바톤핑크 해변여인


코엔 형제는 미국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인디 시네아티스트의 중심입니다.
기발하고 삐딱한 유머, 익살스럽고 악동같은 풍자, 이따금 등장하는 잔혹한 폭력은 코엔 형제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자리잡았습니다. 얼핏 보면 코엔형제의 작품은 할리우드의 정형화 된 틀을 따라가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반할리우드'적인 느낌을 주는 영화입니다.

'바톤 핑크'는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 슬프지만 마냥 슬퍼할 수 없는 잔혹 유머를 보여주는 코엔형제의 대표작입니다. 코엔 형제의 작가주의적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할리우드 영화시장과 맞서는 코엔 형제의 '자기 고백적' 성격을 보여줍니다. 상업성과 거리가 먼 예술적 완성도 높은 작품을 꿈꾸는 작가가 바톤입니다.

바톤핑크 글1941년 뉴욕 브로드웨이 연극계에서 명성을 얻은 바톤은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에 유혹을 받습니다.
영화제작사 이름도 '캐피탈(자본금, 돈)'입니다. 캐피탈 회사의 대표는 바톤에게 일주일 내에 레슬링을 소재로 한 상업영화 시나리오를 써달라고 주문합니다. 낯선 할리우드의 기이한 공간, 얼 호텔에 투숙한 바톤은 한 두줄 쓰다말고 공황상태로 빠져듭니다. 도무지 글이 써지질 않는 것이지요.

한 번도 보지 못한 레슬링을 주제로 한 시나리오를 일주일 이내에 작성해야하는 바톤은 창작의 고통속에서 몸부림칩니다. 영화사 대표는 단순하게 할리우드의 흥행공식을 이야기합니다. "다른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주인공이 우연히 고아 소년을 만나고 그 소년을 위해 열심히 연습해서 결국에는 우승을 하고 돈도 벌어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리고 덧붙입니다. "영화 시작하면 몇 분후에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나야 하고 액션 신은 가능한 5분을 넘지 말아야 하며, 사랑 이야기와 삼각관계는 기본이고 키스와 베드 신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이어져야 한다"고.

바톤핑크 둘원치 않는 글을 써야하는 늪에 빠진 바톤을 위로해주는 것은 벽면에 걸린 '해변의 여인'과 옆방에 머무는 보험회사 직원 찰리입니다. 답답한 바톤은 유명작가 메이휴를 찾아가고 우연히 그의 비서이자 연인인 오드리에게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사실 오드리는 알콜중독자로 타락한 작가 메이휴의 글을 대신 써주고 있었습니다. 오드리는 바톤에게 할리우드의 영화 공식을 간단명료하게 말해주며 그런 주문받은 글에는 영혼을 불어넣을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오드리의 이 충고는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코엔 형제의 개인적 입장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코엔 형제는 꼬집습니다. 사람들은 진지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으니,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거창하지 않은 소소한 것들을 공식에 끼워 맞춰 만들면 된다고.

바톤 핑크 상자오드리와 하룻밤을 보낸 바톤은 다음 날 피가 낭자한 오드리의 시체를 보게되고 옆방 찰리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시체 처리를 도와준 찰리는 뉴욕 출장을 떠나고 호텔에 찾아온 형사를 통해 바톤은 찰리가 사람들을 죽인 후 목을 잘라버리는 무시무시한 싸이코 킬러 문트임을 알게됩니다. 바톤은 찰리가 출장을 가면서 맡긴 나무상자 곁에서 미친듯이 시나리오를 완성합니다.

출장에서 돌아온 찰리는 얼 호텔에 불을 지르고 자기를 쫓던 형사마저 죽여버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찰리는 불타는 객실로 뛰어들기 전 바톤에게 외칩니다. "사람들이 나를 뚱보라고 놀렸지. 그래서 죽여 버렸어. 하지만 그것보다도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이 불쌍해서 내가 죽여준거야. 내가 오히려 그들을 도와준 셈이지."라고.

바톤은 죽은 오드리의 목이 들어있을 지도 모르는 찰리의 나무상자를 들고 악몽과 단절의 장소 얼 호텔을 나와 바닷가로 나갑니다. 창작의 고통을 앓던 거짓 공간에서 나와 진실의 공간으로 나온 바톤이 목격하게되는 것은 객실 벽에 걸려있는 해변의 여인입니다. 벽에서 걸어 나온.....

바톤 핑크 불영화 '바톤 핑크'는 예술가를 질식시키는 할리우드와 이해할 수 없는 현실, 그 현실 앞에 절망하는 작가를 통해 1990년대 코엔 형제의 영화 스타일을 예상하게 합니다. 코엔 형제는 작가를 둘러싼 현실에 대하여 엄숙한 절망을 그대로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작가가 처한 현실과 머릿속 이상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허구처럼 보여주지요. 벽에 걸린 '해변의 여인'이 그대로 엔딩 장면에서 현실 속에 재현되는 등 코엔 형제는 실제와 영화 속 장면을 교묘히 교차시키면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마치 느와르적인 색채와 파격적인 카메라 앵글, 영화 이야기를 영화 속에서 풀어 놓는 재치는 가히 혁명적입니다.

바톤을 연기한 존 터투로의 내면적인 연기와 싸이코 살인마 찰리를 표현한 존 굿맨의 열연은 소름이 끼칩니다. 특히 분노에 찬 살인마와 털털한 이웃집 아저씨의 이중적 연기를 선보인 존 굿맨은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1991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톤 핑크'는 비유와 은유의 기호학적인 난해함때문에 대중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코엔 형제의 영화 대다수가 사회 현실성이 강한 편이듯 '바톤 핑크'는 할리우드 영화판 현실을 겨냥한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 강추! 코엔형제의 다른 작품

- '블러드 심플(Blood Simple, 분노의 저격자, 1984)'
- '애리조나 유괴사건(Raising Arizona, 1987)'
- '밀러스 크로싱(Miller's Crossing, 1990)'
- '파고(Fargo, 1996)'
- '위대한 레보스키(The Big Lebowski, 1998)'
-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The Man Who Wasn't There, 2001)'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2007)'

* 한스타 앱이 나왔습니다.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에서 다운 받으세요^^

서기찬-프로필


[저작권자ⓒ 한스타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