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먹고 갈래요?"
-'봄날은 간다(2001, 감독:허진호)'은수(이영애).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봄날은간다(2001,감독:허진호)'상우(유지태).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와 지방 방송국 PD 은수의 '봄날' 같이 따뜻하고 아름답지만 또 '봄날' 같이 짧고 허무한 사랑이야깁니다.
제목 '봄날이 간다' 에서 이미 영화는 사랑보다 먼저 이별을 암시합니다. 허진호 감독은 그의 사랑 연작 1탄 '8월의 크리스마스(1998)'에선 남자의 죽음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이별을 이야기했습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아름답고 절제된 감성을 보여 주는 미학은 남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 뿐더러 서로 사랑을 확인하지도 않는 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떤 사랑 이야기보다 애절하고 깊은 울림을 줍니다.
'봄날은 간다'에서 허감독은 이제 노골적으로 감정을 표현합니다.
은수가 상우를 유혹하는 단 한마디는 그저 "라면 먹고 갈래?" 입니다. 한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경험한 연상녀 은수에게 사랑은 빨리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라면'과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조금만 늦어도 불어버리는, 먹고 소화조차 빠른, 언제 와서 언제 가버렸는 지도 잘 모르는 '봄날'같은.
한때 여자들의 작업 멘트로 "라면 먹고 갈래?"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좀 씁쓸합니다.
그러나 순수남 상우는 은수와의 사랑이 영원하리라 믿습니다. 여자친구가 생기면 집에 데려 오라는 아버지의 말을 전하자 은수는 갑자기 상우가 부담스럽습니다. 때마침 직장 상사와의 새로운 만남도 시작했고요.
"헤어지자"는 은수의 무심한 말에 상우는 말합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8월의 크리스마스' 와 '봄날은 간다'는 허 감독의 사랑 연작에 대해 한껏 기대를 높였지만 '외출(2005)' '행복(2007)'으로 이어진 작품은 기대 이하입니다.
"허감독, 어떻게 사랑이야기가 이렇게 변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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