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베리가 이런 말을 했군요.‘부모님이 우리의 어린 시절을 꾸며 주셨으니 우리는 부모님의 말년을 아름답게 꾸며 드려야 한다’ 고.
부모님이 좀 떨어져 사실 땐 멀다고 핑계대며 자주 찾아뵙지 못했는데 가까이 이사 오셨는데도 자주 인사드리지 못합니다. 이번 주말엔 꼭 가서 재롱 좀 떨어야겠습니다.
3월 마지막 주말 안방극장 영화 보겠습니다. 일요일 obs ‘중경삼림’ 강추합니다.
▲금요일(27일) ebs 고전영화극장(밤 10:45)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오랜만에 프랑스(이탈리아 합작) 영화네요. ‘보석강도단(Le Pacha, 1968, 감독: 조르주 로트네르)’입니다.
1960년대 프랑스에서 봇물처럼 쏟아지던 범죄영화 가운데서도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와 당시 최고의 배우 장 가뱅의 출연으로 주목을 받은 작품입니다. 은퇴를 앞둔 노년의 형사가 범죄자에게 살해당한 동료이자 죽마고우를 대신해 복수를 벌이는 내용이 중심 줄거리. 다만 그저 범인을 체포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사적인 방식, 즉 두 범죄조직의 대결을 유도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처단하려는 주인공의 시도가 스토리를 한층 흥미롭게 만듭니다.
▲ 토요일(28일) ebs 세계의 명화(밤 11:05)에선 ‘아무르(Amour, 2012, 감독: 미하엘 하네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십 년의 세월을 함께 해온 부부의 사랑이 인류 보편의 숙명인 늙음, 질병, 죽음 앞에서 어떠한 형태를 띠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반신불수가 된 아내는 자신을 무슨 일이 있어도 병원에 보내지 말아달라고 남편에게 간청하고, 노쇠한 남편은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그녀의 손과 발이 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약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힘겨운 현실의 연속입니다. 이 영화는 환자 본인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과정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감독은 가혹한 현실의 묘사에 초점을 두기보다 사랑하는 이의 고통을 함께하고 존엄성을 끝까지 지켜주려는 인간의 사랑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결과로 주인공이 내리는 선택에 대한 성찰과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2012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등 당시 세계 영화제 거의 모든 상을 싹쓸이했습니다. 손수건 몇 장 준비하셔야 할 작품입니다.
▲ 일요일(29일) ebs 일요시네마(낮 2:15)에서 마련한 작품은 ‘댓 씽 유 두(That Thing You Do!, 1996, 감독: 톰 행크스)'입니다.
연기파 톰 행크스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비틀즈를 누르고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가상의 그룹 원더스의 기막히고 놀라운 이야기입니다.영화의 배경이 되는 1964년은 비틀즈의 ‘미국 침공’으로 미국 전역에 비틀즈 열풍이 일었던 시기. 지방 가요제에서 우승하며 데뷔한 ‘원더스’라는 가상의 밴드가 ‘댓 씽 유 두(That Thing You Do!)’라는 히트곡을 남기고 해체되기까지의 과정을 경쾌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원더스’라는 팀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지만 단 한 곡의 히트곡만을 남기고 사라진 수많은 팀들이 공통적으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그렸다는 점에서 본 작품을 완전히 허구의 산물로 보긴 어렵습니다. ‘원더스’는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2회 연속으로 수상한 톰 행크스가 처음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젊은이들의 낭만과 사랑을 흥겨운 60년대 음악으로 버무린 유쾌한 작품입니다. 평단과 흥행에서 모두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으며 60년대 풍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메인곡 ‘That Thing You Do!’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오스카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되었지요.
- 같은 날 ebs 한국영화특선(밤 11:00)에서 고른 작품은,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내신 이창동 감독의 작품입니다. 윤정희 주연의 ‘시(2010)’^^.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 낡은 서민 아파트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와 함께 살아가는 미자. 그녀는 꽃 장식 모자부터 화사한 의상까지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엉뚱한 캐릭터입니다. 미자는 어느 날 동네 문화원에서 우연히 '시' 강좌를 수강하게 되며 난생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되지요. 시상을 찾기 위해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주시하며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는 미자. 지금까지 봐왔던 모든 것들이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아 소녀처럼 설레 입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면서 세상이 자신의 생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창동 감독의 다섯 번째 영화 ‘시’에서 여주인공 ‘미자’는 한 달 동안 한편의 ‘시’를 완성해야 하는 과제를 받습니다. 66세가 될 때까지 한 번도 시를 써본 적이 없는 그녀에게 ‘시’는 도전이다. 감독의 전작인 ‘초록물고기’의 막둥이, ‘박하사탕’의 영호, ‘오아시스’의 종두, ‘밀양’의 신애... 이들은 모두 영화 속 사건의 중심입니다. 모두 어긋난 세상, 무심한 시선의 피해자들이지요. 그러나 ‘시’의 주인공 미자는 영화를 관통하는 사건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영화 ‘시’에서 그녀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닙니다 어찌 보면 제 3자의 입장에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벌어지는 행태들을 바라봅니다. 이 영화에서 오히려 가해자 혹은 피해자 그들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합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지요. 그러나 바라보는 입장의 미자의 가슴에는 참을 수 없는 응어리가 맺힙니다. 66세가 될 때까지 한 번도 속내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던 미자는 ‘시’를 통해 세상에 대한 외침을 감행합니다.
주말 obs 시네마도 보시지요.
- 토욜 obs시네마(밤 10:10)에서는 ‘가디언(The Guardian, 2006, 감독: 앤드루 데이비스)을 편성했습니다.미국 해상구조대의 교관과 훈련생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해군사관학교 교관과 학생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사관과 신사‘풍의 액션 드라마입니다 애쉬튼 커쳐, 케빈 코스트너 주연.
- 일욜 obs시네마(밤 10:10)에서는 90년대 손꼽히는 걸작 ‘중경삼림(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1994, 감독: 왕가위)’을 준비했습니다. 제가 뽑는 1990년대 최고 걸작 중의 하나입니다. 임청하, 양조위, 금성무, 왕페이 주연.중국 반환을 앞둔 홍콩, 두 젊은 경찰의 실연과 기다림, 새로운 사랑을 두 편의 에피소드로 만들었습니다. 불안한 홍콩인들의 심리와 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잘 버무렸습니다. 두 편의 에피소드는 떨어져 있지만 가끔 만나기도 합니다.10번 이상 보셔도 질리지 않는 걸작 중의 걸작 입니다.이번 주 완전 절대 강추 작품입니다.
한 번 봤다고 지나치지 마세요. 다시 보면 느낌이 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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