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사] "남자가 생기면 호랑이를 보고싶어"

서 기찬 / 기사승인 : 2015-04-12 21: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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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명대사]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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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제일 무서운 걸 보고 싶었어. 남자가 안 생기면 호랑이는 평생 못봐도 상관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게 되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4,감독:이누도잇신)'중 동물원에서 쿠미코의 독백.

*평범한 남자와 장애 여인의 사랑을 소재로 했지만 단순한 장애우의 사랑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리가 불편한 쿠미코는 육체적인 장애가 있지만 일본을 비롯해 세상에는 정신적인장애와 편견으로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이들이 많습니다. 영화는 사랑과 이별을 통해 세상과 당당히 나설 수 있는 쿠미코를 담담히 조명합니다.

제가 '카모메 식당'과 더불어 사랑하고 존경하는 일본 명품 중 하나입니다.
독특한 영화 제목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주는 의미를 살펴볼까요?

쿠미코는 프랑소와즈 사강의 작품 <한 달후 일 년후>를 좋아하여 본명보다는 소설 속 주인공' 조제'라고 불리길 원합니다.
다리가 불편한 조제는 새벽에 할머니가 밀어주는 잠깐의 산책외엔 종일 집에서 책만 봅니다. 조제가 보는 세상은 어슴프레 밝아오는 '몰래 산책' 에서 본 새벽과 책 속에 있습니다.

'호랑이'는 조제의 사랑이자 조제가 보고 싶지만 약간은 두려운 세상입니다.
조제는 남자친구가 생기면 꼭 동물원호랑이를 보러 가길 원합니다. 자신이 가장 무섭게 생각하는 호랑이는 곧 조제가 생각하는 세상입니다. 두렵고 무서운 존재지요.
그러나 한편, 호랑이는 츠네오와의 사랑이 시작됨을 비유합니다. 함께 호랑이를 볼 수 있으니까요.

'물고기들'은 이별을 뜻하지만 동시에 이별뒤에 오는 조제의 자유로운, 자신있는 삶을 비유합니다.
헤어짐을 예감한 조제는 츠네오에게 자신에게 사랑이 어떤 가치였는 지를 이렇게 고백합니다.
"깊고 깊은 바닷속에서 나는 헤엄쳐 나왔어! 그 곳은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안 불고, 비도 안와. 정적만 있을 뿐이지...(중략) 난 두 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진 못할꺼야!"
츠네오와의 사랑을 만나기 전의 조제는 절망뿐인 바다에 살았지만, 이제는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바다속을 돌아다닐 것이라는 암시를 줍니다.

'츠네오'와 이별한 이후에 영화가 비춰주는 조제의 일상은, 홀로 남겨졌음에 자포자기하며 엉망진창이었던 과거와는 많이 다릅니다. 깨끗히 정돈된 집안과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장을 보고 생선을 요리하고 식사를 하는 모습에서, 이제는 그녀가 당당히 세상을 살아가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결국 헤어졌지만, 그녀는 "사랑과 함께 했던 순간"을 지나 변화하고 성장하였습니다. 이처럼 사랑의 가치는 이별했다고 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만나 달라진 자신에게 남아있는 것입니다.

"나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사랑을 묘사하는 것은 사람의 성장을 묘사하는 것이고 또 삶을 묘사하는 것이라고생각했다"
이누도잇신 감독의 말입니다.
다섯 번 이상 보시 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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