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사]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면...": 영화 '중경삼림'

서기찬 / 기사승인 : 2016-02-07 10: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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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면 나는 만년으로 하고싶다"
- 영화 '중경삼림(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1994, 감독: 왕가위)' 중에서, 경찰 223의 말.


영화 '중경삼림'

[그 영화, 명대사] (37)


제가 뽑는, 1990년대 이후 최고 걸작 중의 하나입니다. 임청하, 양조위, 금성무, 왕페이 주연.
중국 반환을 앞둔 홍콩, 두 젊은 경찰(경찰 223, 663)의 실연과 기다림, 새로운 사랑을 두 편의 에피소드로 만들었습니다. 불안한 홍콩인들의 심리와 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잘 버무렸습니다. 두 편의 에피소드는 떨어져 있지만 가끔 만나기도 합니다.

위에 소개된 대사는 경찰 223(금성무)의 독백입니다. 연인에게 채인 후 술집에서 혼자 고독을 안주로 술을 마시다 '처음 들어오는 여자와 사랑을 하겠다'고 결심한 223이 만난 여자는 56시간 전에 옷깃을 스친 마성의 매력을 지닌 마약밀매업자(임청하)입니다.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는 여자와 하룻밤을 보낸 경찰 233은 그녀에게 생일 축하 매시지를 받고 흥분합니다.
중얼거리지요.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면 나는 만년으로 하고싶다"

경찰 663(왕조위)는 스튜디어스 애인에게 버림 받지만 늘 가던 패스트푸드 점 여직원(왕페이)으로부터 짝사랑의 상대가 됩니다. 663의 집 열쇠를 우연히 얻게 된 왕페이는 663의 집에서 예전 애인의 흔적을 하나씩 지워갑니다. 집안의 사소한 변화를 보고 사물과 대화하는 663의 표정과 연기가 참신합니다.

두 개의 에피소드는 현란한 카메라 워킹과 감각적인 대사, 낭만적인 음악과 함께 자연스럽게 만나고 평행선을 긋습니다. 양조위 임청하 금성무 등의 최고 스타들이 연기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스타는 배우가 아닙니다. 왕가위 감독의 독특한 표현 방식입니다. 왕가위의 파트너,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은 다른 감독처럼 대본에 기교를 부리는 대신 필름, 노출, 속도의 기교를 통해 소외되고 불안한 홍콩을 드러냅니다.
도일의 영상은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g’에 의해 완성됩니다. 불안하고 불투명한 홍콩의 미래는 곧 미국에 대한 동경으로 이어지지요.

영화 '중경삼림'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젊은 두 홍콩 경찰의 사랑과 이별이란 소재로 풀어갔지만 시대와 인물을 대체하면 지금도 유효할 수 있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틀에 짜인 대본과 형식의 파괴를 영화적 자유로 승화시킨 작품입니다.
감각적이고 열정적이고 섹시한 영화입니다.
보면 볼수록 또 보고 싶어지는 '애인같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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