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미국식 정의의 실상과 허상 그리고 삶

서기찬 / 기사승인 : 2016-05-06 0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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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EBS TV 영화]
5월 첫 주말 EBS TV 영화를 미리 살펴보겠습니다.


- 6일 금요일 밤 11시35분 고전영화극장에서 감상할 작품은 서부영화 ‘엘도라도(El dorado, 1967, 감독: 하워드 혹스)’입니다.
존 웨인, 로버트 미첨, 제임스 칸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왕년의 명배우들이 출연한 서부극입니다. 거친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남자들의 진한 우정과 의리를 코미디와 잘 결합하여 담아냈습니다.
황금의 나라라는 뜻의 ‘엘도라도’, 그러나 미국 서부시대의 엘도라도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악당들이 남의 비옥한 땅을 빼앗기 위해 총잡이를 고용하고 총으로 이익을 챙기려는 거친 무법천지일 뿐입니다. 하지만 서부영화에는 의리와 우정, 정의를 신봉하는 인물이 반드시 나타나는 법. 영화 ‘엘도라도’에서는 비록 여자와 술에 약하지만 (미국식) 정의를 실현하려는 보안관(로버트 미첨)과 총이면 총, 인격이면 인격, 심지어 여성들의 인기까지 한 몸에 받는 해결사 총잡이(존 웨인)가 나옵니다.
‘엘도라도’(1967)는 ‘리오 브라보’(1959), ‘리오 로보’(1970)과 함께 존 웨인과 하워드 혹스 감독의 서부극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입니다. 세 편이 각각 다른 줄거리를 담고 있지만 (미국식) 정의의 총잡이 존 웨인이 등장하고 하워드 혹스가 연출하는 콤비 플레이가 비슷한 캐릭터와 주제를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서부극 3부작으로 불릴 만합니다.


- 7일 토요일 밤 11시45분 세계의 명화가 선택한 작품은 ‘콜드마운틴(Cold Mountain, 2003, 감독: 안소니 밍겔라)’입니다. 주드 로, 니콜 키드먼, 도널드 서덜랜드, 르네 젤위거 등 출연.
‘콜드 마운틴’은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전쟁으로 헤어진 연인과 전쟁 이면의 황폐한 미국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안소니 밍겔라의 ‘잉글리시 페이션트’와 ‘콜드 마운틴’은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했다는 점이 비슷합니다.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기억, 혹은 찰스 프레이저의 원작이라는 사실에서 자동적으로 연상되듯 ‘콜드 마운틴’은 전형적인 ‘아카데미용’ 서사 멜로드라마입니다. 볼 만 합니다.


- 8일 일요일 오후 2시15분 일요시네마 시간에는 ‘에브리바디스 파인(Everybody's Fine, 2009, 감독: 커크 존스) 로버트 드 니로, 케이트 베킨세일, 드류 베리모어, 샘 록웰 등이 나옵니다.
프랭크는 한 때 완고했으나 나이 들어 자식과 정을 나누고 싶어 하는 평범한 아버지입니다. 자식들 또한 부모 그늘에서 벗어나 바쁘게 각자의 삶을 사는 평범한 딸과 아들이지요. 영화는 ‘평범하다는 것이 곧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프랭크는 대체로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자식들 또한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프랭크는 자식들을 찾아 다정히 “너희들 정말 괜찮니?”라고 묻고, 자식들도 “물론 괜찮죠.”라고 쉽게 답합니다. 하지만 그들 사이를 잇던 엄마가 사라진 지금, 나이든 아버지와 장성한 자식들은 진심을 공유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부모 눈엔 자식이 그저 어린 자녀로만 비칠 뿐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자식들은 프랭크의 눈에 모두 어린 시절 소년, 소녀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귀여운 말을 하던 어린이가 장성해 어른스럽고 솔직한 본인들의 진심을 전할 때 프랭크는 다소 혼란스러워합니다. 자녀의 독립과 성장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이기가 당혹스러운 것입니다. 하지만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약점까지 감수하면서 모든 자식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기로 결심한 프랭크의 용기는 결국 가족을 모두 괜찮아지게 만듭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더욱 성숙해지기 위해선 길든 짧든 불가피한 고통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음도 뼈아프게 깨닫게 합니다. 최근 로버트 드 니로는 ‘인턴’에서 퇴직 후 재취직을 해 인턴사원으로 일하게 된 노인을 연기해 근사한 방식으로 낡고 오래된 것의 가치를 깨우쳐준 바 있습니다. ‘에브리바디스 파인’의 나이든 아버지와도 굉장히 비슷하지만 사뭇 다른 연기를 선보입니다. 로버트 드 니로의 역할에 중심을 두고 ‘에브리바디스 파인’과 ‘인턴’을 비교해가며 본다면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8일 일요일 밤 11시 한국영화특선에선 ‘엄마없는 하늘 아래(1977, 감독: 이원세)’가 방송됩니다. 박근형, 김재성, 이경태, 김인문 등이 나옵니다. 혈액형 A형이거나 감성적인 분들은 손수건 한 장 필요합니다.
13세의 소년 김영출, 엄마가 막내 동생 철호를 낳자마자 병으로 죽고,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뇌를 다친 것이 재발되어 정신착란증을 일으켜 집안은 엉망진창이 됩니다. 영출은 동생 철호를 업고 다니며 학교에 나가고 동생들도 자기 힘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여기에다가 아버지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동네 사람들은 이들의 딱한 처지에 영출이네 형제를 고아원으로 보낼 것을 합의하고 동장이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고아원으로 보내기 위해 영출 형제와 기차를 타고 떠나지만 아버지와 어린 동생과 떨어져 살 수 없다고 느낀 영출과 영철은 다시 동네로 돌아옵니다.
1977년 대한극장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엄마 없는 소년 가장이 집안을 이끌어가는 내용으로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면서 약 1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이 작품의 흥행 성공으로 이원세 감독은 ‘엄마 없는 하늘 아래(속)’에 이어 ‘엄마 없는 하늘 아래(병아리들의 잔칫날)’(1978) 등 3편을 연출했습니다.
같은 해 제작된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속편은 1978년 2월 7일 아세아극장에서 개봉되어 관객 11만 3,740명을 동원해 역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13세 소년 가장이 생활 능력이 없는 병든 아버지와 어린 두 동생을 거느리며 굳세게 살아가다가 새엄마가 들어오면서 가정에 웃음꽃이 피고 행복이 찾아드는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새엄마로 나오는 윤미라가 제14회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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